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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리 Mar 16. 2024

흔한 초보 아빠의 육아,
세 번째 이야기

출산휴가와 시작된 진짜육아

출산 휴가 10일을 다 쉬려고?



장모님의 도움


아주 전, 아니 바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아이를 낳으신 분들은 상당히 아쉬울 정도로 최근 결혼 & 출산 등에 대해서 국가에서 지원해 주는 부분이 많아지고 있다. 대다수는 아직도 그 복지가 부족하다 하지만 실제로 낳는 입장에서는 이런 혜택이라도 없는 것보단 낫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 복지들은 꽤 가사에 도움이 되고 있다.


그 혜택 중 하나가 '국가지원 산후도우미'이다. 5일에서 15일까지 산후도우미를 요청할 수 있는데 공짜는 아니지만 본인의 소득에 따라서 국가가 어느 정도 금액을 지원해 주며 그 금액이 상당히 합리적이다. 우리도 당연히 이 혜택을 이용하기 위해서 아이가 조리원에 있을 때 내가 보건소에 방문하여 신청까지 다 해두었다.


하지만 변수가 생겼다.


사실 우리의 원래 계획은 조리원 2주 - 도우미 2주 - 내 출산휴가 2주 이렇게였는데 내가 출산휴가를 쓰려고 했던 시점에 시운전으로 집을 일주일간 비워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렸다. 그래서 과감하게 도우미 분을 부르지 말고 내 출산휴가를 먼저 쓰고 그 후에는 장모님께 도움을 요청하기로 했다. 도우미 분께서 잘 돌봐주실 것을 알지만 그래도 남의 손에 아이를 맡기기엔 좀 부담스럽기도 했고 장모님께서도 흔쾌히 허락해 주셔서 그렇게 결정할 수 있었다. 주변에 이 혜택을 받은 사람들의 거의 전부가 호평이어서 좀 아쉽긴 했지만 현실이 그럴 수가 없는 상황이었기에 눈물을 머금고 포기했다.



당연한 권리인데?


이제 직장에 출산휴가를 신청해야 했다. 지금 맡고 있는 프로젝트도 내가 잠깐 빠진다 하여 큰 무리가 없는 상황이었고 그전부터 이미 출산하는 것도 모두가 알고 있었던 상황에 전산상으로는 결재까지 떨어진 상태였다. 그래도 장기간 자리를 비우는 일이기에 얼굴을 뵙고 다시 한번 말씀드리려고 매니저의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맞닥뜨렸다. 휴가를 얼마나 쉴 거냐고 10일을 다 쉴 거냐고 묻는 그의 모습을 보며 머리가 띵했다. 본인이 결재도 다 해두었고 이건 상식적으로도 당연히 다 쉬어야 하는 게 아닌가? 나름 업계에서 괜찮은 회사라고 소문이 나있는데 이런 발언이 나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웃으며 다 쉬어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방에서 나왔지만 속으로는 웃을 수가 없었다. 요즈음 출산율이 떨어진다고 걱정이라는데 참... 현실은 그게 아니구나 싶었다. 물론 그들의 입장도 이해가 갔다. 예전에는 출산휴가며 출산지원금이며 여러 혜택들이 지금보다 훨씬 적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걸 알지만 속이 씁쓸한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추후 아이가 둘이 된다면 나는 소득을 어느 정도 포기하더라도 육아휴직을 몇 달 정도 짧게 쓸 생각이었다. 돈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의 한 번밖에 없는 그 순간도 포기하기가 너무 아쉬웠다. 나 말고도 이런 생각을 하는 내 또래의 사람들이 몇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방에서 나오면서 육아휴직은 쉽지 않겠구나 싶었다.



이제 진짜 육아 시작


과정이 순탄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이제 병원도 조리원도 아닌 집에서의 진짜 육아가 시작되었다. 내가 쉬는 이주 동안에는 낮에는 와이프가, 밤에는 내가 보기로 했다. 두 시간마다 일어나서 분유를 찾는 신생아 시기였기에 교대근무가 필요했다. 와이프는 간호사, 나는 시차를 넘나드는 선원이어서 교대근무에는 이골이 나 있던 상태였지만 그래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 시간들이 너무 행복했다.


아이가 생기기 전까지 둘이었던 우리의 삶에 정말 만족했고 행복했다. 하지만 아이가 생겨서 얻는 그 행복은 그것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정말 이 시간 내내 몸은 힘들었지만 웃음은 끊이지 않았다. 분유를 먹는 그 모습도 너무 사랑스러웠고 품에 안겨 있는 그 모습도 너무 사랑스러웠다. 손가락부터 발가락까지 하나하나 이쁘지 않은 곳이 없었다. 아이가 웃음을 지으면 아직 어려서 의미 없는 웃음이란 걸 알면서도 그 웃음 한 번에 나와 와이프의 피로는 눈 녹듯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새로운 학습이 시작되었다. 육아용품들 중에 왜 국민템이 있는 건지 몸이 먼저 깨달았다. 아 이래서 국민템, 국민템 하는구나 싶었다. 아이가 잘 때 우리 부부는 유튜브랑 책으로 최대한 많은 아이 용품에 대해 공부했다.


다행히 부족한 초보 엄빠에게도 아이는 잘 적응해 주었고 하루하루 아이가 조금씩 커나가는 모습을 보며 부모님 생각이 들었다. 우리 아이가 하루하루 커갈수록 부모님은 하루하루 그만큼 늙어가시는 거겠지, 나를 키우시느라 이런 고생을 하셨겠지. 사람은 자기가 실제로 경험하지 않으면 정말 모르는 게 맞는 것 같다. 32살에서야 제대로 깨달은 부모님의 사랑이었다. 



네 번째 이야기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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