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한 정치, 무익한 정당-
정당의 지도부가 바뀌고 새로운 지도부가 들어서거나 혹은 국면전환, 분위기 쇄신을 위해서 빠지 않는 화두는 '혁신'이다.
혁신이란 무엇인가? 신임 지도부의 연례행사인가? 선거룰을 바꾸는 절차인가? 아니면 진짜 뼈를 깎는 고통으로 국민 요구에 부응하는 것인가? 안타깝게도 우리가 대부분 보아온 정당의 혁신은 "선거룰" 즉, 선거와 관련 '게임의 룰'에 관한 것들이다. 게임의 룰을 바꾸는 것이 어떻게 정당혁신인지 의구심이 들것이다. 도대체 얼마나 문제가 많으면 고작 선거룰을 고치는 게 정당혁신일까?라고 말이다. 사실 선거룰은 매우 중요하다. 공천에서 당락에 이르기까지 생과 사를 가르는 문제로 직결된다.
그렇다. 선거룰은 출마자와 지지자들에게 있어서 지상최대 문제다. 그러나 국민들에겐 '아웃 오브 안중'이다.
조금만 더 넓게 보자. 국민들은 선거룰보다 다른 것들이 더 크게 본다. 국민들이 보기에 우리나라 정당은 훨씬 더 구제불능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만날 욕 먹는 정당들이 문제점들을 하나하나 고쳐나가고 있다. 물론, 그 속도가 혁신이라는 단어가 무색할 만큼 '찔끔'이라는 것이다.
2021년 현재 정당 혁신, 바꿔 말하면 '정치 혁신'은 선거룰 수준에서의 혁신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국민들이 원하는 바가 아니다. 한국 국민들의 정치 수준은 세계 최고 수준이고, 그에 따른 요구사항 또한 매우 수준 높다. 현실 정치가 국민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망감도 덩달아 높아졌다. 실망감을 넘어 혐오, 혐오에서 한 발짝 나아간 냉소와 무관심의 단계에 이르렀다. 안타깝다. 무섭다는 생각도 든다. 냉소와 무관심은 정치퇴보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이러한 우려들이 현실화되고 있다. "아... 역시 이놈이나 저놈이나 다 똑같은 놈들이다"라는 말은 만고의 진리.
참으로 슬픈 현실이다.
또 한가지 걱정스러운 것은 ‘원래 그런 놈들이면 몰라도 설마?!’, ‘아닐 줄 알았는데 너마저! 실망이야!'라고 할 때이다. 이런 말들이 들리는 순간 돌아선 민심을 뒤집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참으로 곤욕스럽다. 이때 하는 말은 "저희가 부족했습니다 혹은 제대로 잘 하겠습니다" 가 국롤이다.
정치에서 '혁신'은 단골 메뉴 수준을 넘어 우릴대로 우려낸 진한 사골육수 수준이다. 어쩌다 이런 지경에 다다랐을까? 우리는 그동안 '혁신'이라는 사골육수의 참맛은 보았나? 진~한 효능을 본 적은 있는가?
단언컨대, 아니다. 정당에서 혁신을 통한 효능을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말로만 혁신 혁신, 신임 지도부의 연례행사, 선거철 룰 변경이 혁신인가? 아니면 우리는 이런저런 혁신을 제안했다는 자기 위안인가? 이런 것들이 국민에게 무슨 큰 이득을 갔다 줬단 말인가. 아무리 스스로를 토닥토닥 해 본들 '우리는 정당사에 이런 큰 획을 그었습니다'라고 자평하기엔 손발이 오그라든다. 우리나라 정당은 결코 '자기 혁신'을 해 본 적 없다.
실무자들은 '혁신'이라는 단어가 나올 때마다 경기를 일으킨다. '혁신'은 고된 일이고 지난한 과정이다. 실무를 담당하게 되었다는 것은 그야말로 고생길이 훤하다는 뜻이다. 주위에서 측은한 위로를 듣는 일이다. 그도 그럴 것이, 혁신 작업(?)이 시작되면 과거의 업적(?)들을 뒤적이기 시작한다. 미래는 과거에서 부터 시작하니까.
혁신의 역사물들(과거에 논의되고 정리된 혁신안들)은 연도별로 잘 정리되어 있다. 열심히 일한 증거들이다. 이제 여기에 새로운 '00 혁신안'을 추가해야 한다. 지난 역사를 복기하고 의원님들을 새롭게 교육시켜야 한다. 교육? 교육이 정확한 표현이다. 다만 그분들의 면을 살려주기 위해서 눈치껏 낮은 자세로 임해야 한다. 당신들은 모든 것에 정통한 분들이니까 말이다. 교육의 결과는 썩 좋지 않다. 바뀌는 것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종이 낭비를 줄여보겠다며 제안한 태블릿을 이용한 '종이 없는 회의'조차 실현하지 못했다.
매번 이런 식이다.
실무자에게 '혁신'은 유리천장이다. 우리도 속이 터질 지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