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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라스타 Sep 28. 2022

사람들은 이해하기에 앞서, 먼저 분류를 시도한다

수학이 어려운 이유

미국의 저명한 저널리스트인 월터 리프먼Walter Lippmann(1889~1974)의 말니다.


그는 '분류'를 정치적인 용어로 사용하였지만, 이후 뇌과학은 사람들이 실제로도 분류를 이용하여 학습한다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특히 아이들은 분류 학습법을 터득하면서부터 잠재되어 있던 지적인 능력이 발하기 시작하죠.

   

예를 들어, 분류 학습법을 터득하기 전에 사과를 처음 보면 그 맛을 궁금해할 뿐이지만, 분류 학습법을 터득한 이후에는 사과가 기존에 자신이 알고 있던 어떤 집합에 포함되는지부터 궁금해합니다. 즉, 사과 자체에 대한 지식보다 사과라는 것이 자신이 알고 있던 무엇과 가까운지 파악하는 것을 더 우선게 됩니다. 그럼으로써 사과 자체의 고유한 속성뿐만 아니라 사과가 속해 있는 과일의 공통된 속성을 사과 또한 가지고 있다는 것을 즉시 알게 되는 것이죠. 배우지 않고 말입니다.


이런 분류 학습법의 결과로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 되고 사자는 동물의 왕이 되고 기린은 목이 긴 동물이 되고 타조는 날지 못하는 새가 됩니다. 


문제는 박쥐나 펭귄처럼 양쪽의 속성을 모두 갖고 있는 경우입니다. 쥐는 새처럼 보이고 펭귄은 물고기처럼 보이지만 사실 박쥐는 포유류 중에 유일하게 날 수 있으며, 펭귄은 새입니다. 이 때문에 박쥐는 이솝 우화의 주인공이 되었고 펭귄은 본의 아니게 엑스레이 사진을 찍어야 했.


이솝 우화에서 박쥐는 날짐승과 들짐승의 전쟁에서 양쪽의 특징을 모두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이용해서 우세한 편에서 싸우다가 나중에 양쪽이 화해하자 그 어디에도 끼지 못하고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어 지금처럼 동굴에 살면서 밤에만 밖으로 나오게 되다고 하죠.

 

다음daum의 검색창에'펭귄 엑스레이'를 검색하면 정말로 펭귄의 내면을 볼 수 있습니다. 여지없이 새의 모습입니다. 닭과 비슷해 보이죠. 혹독한 추위를 견디면서 물속에서 먹이를 잡아야 하기에 겉모습이 물고기처럼 진화한 것입니다.

 

생태계에서는 박쥐나 펭귄처럼 서로 다른 집합의 속성을 모두 가지고 있는 경우는 매우 드물죠. 라이거나 타이온처럼 인위적으로 교잡하지 않는다면 말입니다.


하지만 수학의 세계에서는 교잡이 보편입니다. 얼마든지 개념들을 교잡하여 낯선 문제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죠. 두 개가 아니라 여러 개의 개념을 교잡할 수도 있습니다. 교잡에 참여한 개념이 많아질수록 점점 더 분류하기가 어려워지겠죠. 도무지 정체를 알 수 없게 됩니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개념 분리'입니다.


핵심은 문제를 하나의 덩어리로 보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잡된 것을 해체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개념 분리를 한다고 해서 문제가 항상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개념 분리를 못하면 문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교잡에 사용된 개념 중에 기억나지 않거나 이해되지 않는 것이 있을 수 있, 그런 것은 쉽게 배울 수 있습니다. 배우기 어려운 것은 개념을 분리하는 작업 그 자체입니다.


ps) 3, 5, 7, _

밑줄 친 부분에 들어갈 숫자는?

홀수라고 생각했다면 9, 소수라고 생각했다면 11

둘 다 옳습니다. 물론 둘 다 아닐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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