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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여행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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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낭토끼 Jan 12. 2022

춘천 여행

여행 일기 춘천편 

 나에게 춘천은 청춘의 느낌이다. 대학 시절을 언니와 함께 춘천에서 보냈고 언니는 나에게 춘천은 자신에게 제2의 고향이라는 말을 할 만큼 친숙한 곳이기도 하고 추억이 많이 묻어나는 곳이다. 나는 제2의 고향까지는 아니지만 그곳에 나의 대학시절이 있고 연애가 있었고 나의 추억이 있기에 나 역시 다른 도시들보다 조금 더 춘천이 가깝게 느껴지고 조금 더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다. 이런 걸 보면 추억이 그 도시에 주는 영향력은 꽤 크다. 


 가장 자유로웠던 시기를 보냈던 춘천에 나는 이제 혼자가 아니라 신랑과 아이를 데리고 여행을 간다. 대학시절 춘천에 가는 건 나의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는데 지금의 나는 춘천에 여행을 간다. 자주 가진 못해도 내가 사는 곳과 가깝다 보니 종종 여행의 목적지로 삼는곳이다. 


 서울에서 나고 자라 나와 함께 살기 시작해서야 지방에서 살아 본 신랑에게는 춘천은 그냥 지금 살고 있는 도시에 옆 도시일 뿐이지만 나는 춘천에 갈 때마다 설레고 누군가를 만나게 될 것 같은 그런 기분이다. 어딜 가도 좋은 것이 여행인데 춘천은 그냥 춘천이라는 것 자체만으로 좋은 기분으로 여행을 시작하였다.

춘천휴게소 전망대

 첫 목적지는 춘천휴게소였다. 사실 춘천휴게소는 학교 다닐 때는 한 번도 들러본 적이 없는 휴게소다. 내가 t살았던 본가와 춘천까지 고속버스로 딱 한 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였고 그러다 보니 휴게소를 들러야 할 이유가 없었다. 춘천휴게소는 나에게 버스를 타면서 감았던 눈을 뜨게 해주는 곳이었다. 그 시절 난 잠이 많았다. 버스에 타기만 하면 눈을 감았고 그러다 이제 다 왔나 하면서 눈을 뜨면 꼭 춘천휴게소를 지나고 있었다. 그래서 춘천시내가 내려다보이는 길을 내려오며 늘 춘천휴게소 전망대에서 보이는 춘천시내의 모습을 눈에 담곤 했었다. 


 그렇게 지나다니기만 했던 춘천휴게소에 처음 들렀다. 일부러 휴게소에서 요기를 할 생각으로 아침밥도 먹지 않고 달려온 길이라 매우 배가 고팠다. 휴게소에 들어가면서 생각했던 김치우동이라는 메뉴는 판매하지 않는 상태였다. 전날 숙취로 속이 매우 불편했던 나는 얼큰한 국물 음식을 찾아 라면을 주문했다. 따뜻한 국물 음식이 들어가고 나서야 속이 겨우 진정되는 느낌이었다. 


 휴게소를 들어오며 배고프다고 칭얼거리던 아이도 휴게소까지 아무 말 없이 운전만 해서 온 신랑도 주린 배를 채우고 나니 여유가 생겼나 보다. 내가 굳이 청하지 않았는데도 휴게소 구경을 시작했다. 전망대까지 그렇게 멀진 않았지만 흐리고 추운 날씨에 가기 싫다고 할법한데 군말 없이 전망대를 찾았다. 


 맑은 날씨였다면 저기 멀리까지 다 보였을 텐데 시야가 흐리니 조금 아쉬웠던 날이었다. 춘천이 분지라는 걸 한눈에 알 수 있는 전망대인데 미세먼지까지 심하니 막힌 시야가 답답해서 전망대에서 오래 있지 못하고 다음 목적지를 향해 이동했다. 

춘천 애니메이션 박물관

 두 번째 목적지는 춘천 의암호 근처에 있는 애니메이션 박물관이었다. 의암호를 지나서 가는 길이 얼마나 좋던지 운전을 하는 중인 신랑의 생각은 어땠는지 몰라도 옆에서 풍경을 감상하기에 바빴던 나는 드라이브코스로도 참 좋겠다는 말을 하며 즐기고 있었다. 


 대학시절 친구들과 수업을 땡땡이치고 근처 중도에 놀러 간 적이 있었다. 김밥 하나 사들고 갔던 중도에서 신나게 사진 찍고 놀다 나오는 길에 아주 잠깐 들렀던 그 애니메이션 박물관 그때도 있었던 귀여운 구름빵 고양이 캐릭터가 리모델링을 했지만 그때의 그 모습으로 나를 반겨주었다. 그땐 아무 생각 없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하니 구름빵 캐릭터가 꽤 오래된 캐릭터구나를 깨닫게 되는 부분이었다. 


 그땐 없었는데 지금은 생긴 것이 있다면 바로 라바 동상이었다. 한쪽엔 놀이터도 꽤 크게 공사 중이었는데 다음에 왔을 땐 놀이터 공사도 끝나고 날씨도 따뜻해서 야외에서 아이와 함께 즐기는 모습을 상상하게 되었다. 그렇게 되면 이곳에서 반나절은 있어야 하는 여행코스가 될 것 같았다.  

애니매이션 박물관 1층

 애니메이션 박물관은 2층으로 되어있었다. 시국이 이렇다 보니 시간별 입장 인원을 제한 두고 있었고 네이버 예약을 통해 우리가 갈 시간에 맞춰 미리 예약을 하고 이용하였다. 이용하는 시간에는 제한이 없었던 덕분에 박물관 내에서 체험해 볼 수 있는 건 모두 체험하였다. 덕분에 생각했던 시간보다 훨씬 오래 머물렀다.


 애니메이션 박물관 1층에는 옛날 애니메이션들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알 수 있는 전시물이 전시되어있다. 태권브이나 둘리 하니 같은 옛날 만화들을 만날 수 있었고 아이는 영사기를 돌려보며 옛날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던 과정을 체험해 볼 수 있었다. 


 신랑은 반가운 캐릭터들이 많으니 아이보다 오히려 더 신나 했다. 신랑은 지금도 그렇지만 옛날부터 티브이를 참 좋아했고 티브이 프로그램을 줄줄 꽤고 있을 정도로 만화를 많이 봤다. 그래서 뭘 볼 때마다 아이보다 더 신나하는 신랑의 신선한 반응에 오히려 아이는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신랑과 나의 나이 차이는 불과 1년인데 신랑은 아는 캐릭터들을 나는 모르는 걸 보면 빠르게 변하지 않았던 거 같은 그 시대에도 세대차이라는 것이 분명 존재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애니매이션 박물관 2층

 애니메이션 박물관 2층엔 세계 여러 나라의 애니메이션을 만나 볼 수 있었다. 또 1층보다는 아이가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것들이 더 많았다. 아이는 전시물보다 역시 몸으로 체험하는 것에 더 재미를 느꼈다. 2층에 올라왔을 때부터 전시물은 아예 보지도 않고 1층에서부터 들렸던 소리를 따라가더니 몸으로 느껴보는 핀 스크린 체험 앞에서 멈췄다. 주말이라 대기는 좀 있었지만 이젠 사람이 있으면 줄 서서 대기했다가 이용해 야한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는 아이는 기다리는 시간을 잘 참고 대기하였다가 이용했다. 


 2층에서는 핀 스크린 체험뿐 아니라 소리를 만들어 내는 폴리아티스트 체험이나 내가 애니메이션에 직접 더빙을 해볼 수 있는 더빙 체험공간도 있었다. 체험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하나씩 하나씩 하는 동안 나의 에너지는 점점 더 바닥이 나고 있었지만 나의 체력이 떨어지는 것과는 별개로 재미는 있었다. 


 2층 조금 더 안쪽에는 라바 전시관이 있었다. 뽀로로 다음으로 익숙한 캐릭터가 등장해주니 아이는 더욱 반가워했다. 그림 그리기 체험도 빼놓지 않고 한 후에야 애니메이션 박물관을 나올 수 있었다. 

토이로봇관

 애니메이션박물관을 나와 우리가 향했던 곳은 애니메이션박물관 바로 옆에 있는 토이로봇관이었다. 애니메이션박물관 예약할 때 같이 예약되는 시스템으로 이곳은 애니메이션박물관보다 체험할 수 있는 것이 더 많다. 또 시간별로 로봇과 드론 공연도 진행 중이라 아이에게 색다른 경험을 하게 해 줄 수 있다. 신랑은 오기 전에 알아보니 로봇과 드론 공연은 시국이 이렇다 보니 입장 인원에 제한이 있다고 그래서 공연 시간이 맞으면 무조건 그것 먼저 봐야 한다고 얘기했다. 토이로봇관도 1층 2층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신랑의 이야기에 따라 우린 2층으로 이동해서 로봇공연을 먼저 보고 1층으로 다시 내려와서 관람을 시작하였다. 


 사실 나에게 익숙한 로봇은 로봇청소기가 전부였다. 그런데 로봇이 드론이랑 함께 공연하는 걸 보니 이제 곧 드론으로 택배를 배달하는 시대가 오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몰라서 그렇지 내 주변에는 이미 로봇이 하고 있는 일들이 꽤 많이 않을까라는 생각도 하게 되는 토이로봇관이었다. 


 아이는 이곳에서 로봇을 직접 조종해보기도 하고 드론을 조종해보기도 했다. 누구보다 빠르게 빠져나오겠다는 일념으로 레이저 방탈출 게임도 진행하였는데 신랑 말로는 우리 아이만 그런 것이 아니라 그곳에 들어가는 아이들이 모두 들어가자마자 엎드려 포복하는 자세로 이동한다고 했다. 신랑이 동영상을 찍어온 걸 보여주었는데 토이로봇관 전체를 통틀어 그곳이 가장 깨끗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이들이 옷으로 청소를 하며 다니고 있었다. 


 아이가 토이로봇관을 꽉 채워 체험을 하고 다니는 동안 나와 신랑의 에너지는 겨우 쥐어짜야 움직일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 커피가 시급해졌고 어디든 의자만 보이면 앉고 싶어졌다. 심지어 신랑은 틈만 나면 꾸벅꾸벅 조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머리만 닿으면 금방 잠드는 사람이라 그런지 애니메이션박물관 2층 라바 영화관에서도 잠들뻔한 신랑을 깨워서 이동한 거였는데 처음 애니메이션 박물관 들어와서 신나 하던 어린아이 같던 신랑의 모습은 이제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의암호 근처 카페 urban green

 그래서 빠르게 다음 목적지로 이동하였다. 원래 계획했던 카페는 의암호 근처에 있는 카페가 아니었다. 춘천 시내에 있는 카페였다. 하지만 아침에 일어나서 오후까지 커피를 한잔도 마시지 않고 애니메이션 박물관과 토이로봇관 체험을 마무리한 나는 춘천시내까지 이동할 에너지가 남아있지 않았다. 뭐라도 좋으니 카페인을 한 모금이라도 넣어주었으면 좋겠다는 신호를 온몸에서 보내오고 있었다. 


 드라이브 코스로 참 좋겠다며 여유 넘치게 보던 풍경도 에너지가 떨어지고 나니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사람의 마음에 따라 풍경이 눈에 들어오고 안 들어오는 걸 보며 원효대사 해골물은 이런 거 아닐까 깨달았다. 그래서 계획했던 카페가 아니라 애니메이션박물관에서 가장 가까운 카페로 이동했다. 차 타고 단 5분 거리였으나 5분이 50분처럼 느껴질 만큼 지쳐있었다. 


 인테리어도 뷰도 상관없으니 제발 앉아서 커피 한 모금 할 수 있는 자리만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들어선 urbangreen이라는 카페는 넓은 창을 통해 의암호를 바라볼 수 있는 강뷰가 멋진 카페였다. 따뜻한 아메리카로를 주문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듯 벌컥벌컥 마시고 난 후에야 주변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테라스도 멋진 곳이었고 2층은 노키즈존이었지만 아치형 창이 멋진 곳이었다.  

의암호 근처 카페 urban green

 불멍 세트도 판매 중이라서 불멍 세트를 구입한다면 테라스에 준비되어있는 캠핑존에서 캠핑 감성을 마음껏 느낄 수 있었다. 커피, 라면, 마시멜로우, 가래 떡꼬치, 군고마까지 2인 기준 45,000원에 제공되는 알찬 구성이라 신랑도 만약 날이 조금만 더 따뜻했더라면 불멍 세트를 구입하자고 얘기했을 거라고 할 만큼 캠핑에서 불멍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추천할만한 세트였다. 

 

 야외 테라스에 한해선 애완동물도 동반 입장이 가능했다. 야외에는 포토존도 공간별로 예쁘게 준비되어있었다. 커피가 급할 땐 보이지 않던 강뷰도 포토존들도 커피를 한잔 다 마시고 나니 예쁘게 보였다. 해가 넘어가기 시작한 시간에 날이 흐려서 원했던 밝고 쨍한 사진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분위기만큼은 내가 좋아하는 분위기라 사진을 보고 만족했다. 


 아이의 입맛이 확고한 편이라 카페에 가면 아이 몫으로 항상 주문하는 레모네이드도 아이의 입맛에 맞았는지 음료를 다 마시고 나서 아주 맛있었다며 만족스러워했다. 아이와 내가 도란도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사진도 찍고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무렵 신랑은 커피 한잔을 이미 다 마시고 차에서 자고 있었다. 요즘 서울과 원주를 왔다 갔다 하는 횟수가 늘어나다 보니 아무래도 피곤이 풀리지 않나 보다. 원래도 잘 자는 사람이 요즘은 더 잠에 취해있는 모습을 보인다. 이젠 나이도 있다 보니 카페인 한잔으로는 쏟아지는 잠을 어쩌지 못하는 건가 싶으면서도 저렇게 피곤한데도 불구하고 나와 아이를 위해 춘천 여행을 싫은 내색 없이 잘 마무리 해준 신랑에게 고마웠다. 돌아가는 길은 내가 운전해도 괜찮은데 아직 초보운전인 나에게 운전대를 맡기는 건 아무래도 불안했는지 신랑은 마지막까지 운전대를 나에게 넘기지 않았다. 그런 신랑 덕분에 나는 춘천 여행의 여운을 조금 더 느낄 수 있었다. 다음에 올 때는 꼭 더 오랜 시간 머물다 갔으면 하는 마음 다음에 올 때는 조금 더 따뜻할 때 왔으면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춘천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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