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여행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낭토끼 Feb 09. 2022

태백 여행

여행 일기 - 태백편

 나에게 태백은 곱창의 도시다. 그전까지는 태백은 그냥 강원도의 어느 지역일 뿐이었다. 굳이 꼽자면 산이 많고 시원한 곳으로 알고만 있었던 그런 지역이었다. 그랬던 태백에 지난 여름 당일치기 여행을 갔다가 우연히 곱창 맛집에 들르게 되었다. 그날 아주 맛있게 즐겼던 기억이 남은 뒤로 태백은 나에게 곱창의 도시가 되었다. 그래서 언제나 태백을 떠올릴 땐 곱창이 같이 떠올랐고 언젠가 다시 여행을 간다고 하더라도 그 곱창은 꼭 먹고 와야 한다며 이야기를 했었다. 


 곱창의 도시가 되어버린 태백을 언제든 다시 다녀오자며 늘 계획만 세우다 겨울이 되어서야 드디어 태백을 다시 다녀왔다. 태백은 내가 사는 원주에서 차 타고 두 시간 조금 넘게 이동해야 도착할 수 있다. 지난번에 방문하면서도 느꼈던 거지만 태백을 방문할 땐 늘 다른 길로 네비가 길을 안내해 준다. 분명 지난 여름에 태백을 방문했을 땐 태백을 도착할 때까지 고속도로를 이용하였었고 단양 울진 이런 표지판을 봤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이번에 방문할 때는 제천을 지나 영월 정선을 통해 태백에 도착했다.  같은 강원도를 가면서 경북이나 충청도를 지나서 도착해야 하는건지 이쯤 되면 지리에 관심 없는 나도 강원도 태백이 도대체 어디에 있는건지 궁금해질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다녀오고 난 후에 우리나라 지도를 찾아보고 태백의 위치를 다시 확인해보았다. 예전에 내비게이션이 없을 땐 우리나라 고속도로 지도 같은 걸 보며 지도를 자세히 들여봤던거 같다. 하지만 태백이 어디에 있는지 찾고자 우리나라 지도를 다시 한번 자세히 들여다 본것은 고등학교 졸업하고 처음인것 같다는 생각도 하였다. 이젠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목적지를 입력만 하면 알아서 길 안내 해주니 그 길을 따라가기만 하면 되는 네비게이션 덕분에 우리나라 지도는 더욱 들여다볼일이 없어졌다. 


 아무튼 오랜만에 들여다 본 지도에서 찾아본 태백은 주변으로 정선 영월 삼척 울진이 보였다.  원주에서 바로 이어진 고속도로가 없다 보니 태백 주변에 있는 도시들을 빙빙 둘러서 가느라 원주에서 태백까지 직선거리로는 93km 정도 되는 태백을 2시간은 넘게 걸려서 가게 되는 것이었다. 빙빙 둘러가는 길이니만큼 도착하는데 오래 걸리는 느낌이었지만 어쨌든 가는길이 아무리 길고 험해도 여행을 떠난다는 건 늘 나를 설레게 하는 일이었다. 또 그것이 맛있는걸 목적으로 하고 가는 길이라면 더욱 기대되었다.  

 태백은 지난여름에 방문했을 때 눈을 돌리는 곳마다 초록이 가득했다. 눈이 시원해지는 건 바다만 그런 줄 알았는데 진한 초록이 가득한 태백에 오니 꼭 바다만 그런 느낌을 주는 것은 아니라는 걸 알게 해 주었다. 산이 좋아지면 나이가 드는 거라고 하더니 내일모레면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있는 나로서도 나이가 들고 있다는 걸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그때의 감성과 다르게 겨울에 방문한 태백은 어쩐지 쓸쓸한 느낌이 들었다. 같은 초록색이었지만 중간중간 쌓인 눈이 녹지 않은 곳도 보였고 눈이 시원해질 정도의 초록이 아니라 어딘지 빛을 바란 것 같은 모습이 빨리 봄이 오기를 기다리는 나의 마음과 같았다. 

  

 우리의 목적지였던 태백에 도착했다는 걸 알 수 있는 건 산 때문만은 아니었다. 산이 많은 지역 특성상 길이 굉장히 구불거렸다. 초보운전인 나는 엄두도 내지 못할 정도로 구불거리는 길 덕분에 멀미가 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는 길이었다. 구불구불한 길을 운전해야 하는 신랑에게는 미안했지만 이번 여행의 운전대 역시 신랑에게 맡기는 걸로 앞으로 태백에 올 때도 무조건 신랑이 운전하는 걸로 결정짓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대관령 옛길 느낌도 나는 구불구불한 길을 지나 첫 목적지에 도착했다.   

 나는 추위에 약하다. 추운 걸 싫어하기도 하고 날이 이렇게 추워지면 체질상 혈액순환이 잘 안 된다고 늘 가는 한의원 원장님께서 추위에 주의해야한다고 했다. 그래서 겨울 되면 더욱 신경 써야 하는 정직한 몸뚱이를 가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추울 때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지도 않고 밖에서 해야 하는 활동을 되도록 하지 않으려고 한다. 하지만 그건 온전히 나의 사정이고 이런 나와 다르게 밖에서 노는 건 다 좋아하는 활동적인 아이는 겨울 되어 첫눈을 보자마자 눈썰매를 타고 싶다고 말했다. 안 그래도 추운 겨울에 눈썰매라니 도저히 엄두가 나질 않아 미루고 미루던 눈썰매를 태우러 왔다. 


 오투리조트 눈썰매장의 코스는 그렇게 길지도 짧지도 않았다. 하지만 눈썰매를 자동으로 올려주는 기계가 있어서 언덕을 힘들이지 않고 올라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문제는 그 기계를 타고 올라가려고 기다리는 줄이 길었고 눈썰매를 타고 내려오는 시간이 1분남짓이라면 기다리는 시간은 20분 이상이었다는 점이었다. 물론 기계에 올라가기 전까지 튜브썰매가 워낙 잘 미끄러지고 눈이 얼음처럼 단단하다는 점에서 아이를 이리저리 끌고 다니며 엄마 아빠가 끄는 눈썰매를 태울 수 있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엄마 아빠의 노동이 바탕이 되는 일이었다. 엄마 아빠가 체력이 따라준다면 아이가 기다리는 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놀아줄 수 있지만 그것도 한두 번이지 여러 번 끌고 다니려면 아무리 체력이 좋았던 사람이라도 힘이 들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우리는 눈썰매는 세 번 정도 타고 옆에 있는 눈 언덕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냥 눈 언덕일 뿐이지만 이곳에서 아이들은 눈사람도 만들고 눈 미끄럼틀도 타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눈썰매를 탄 시간보다 이 눈 언덕에서 보낸 시간이 더 길었다. 신나게 눈을 만지며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어느덧 해가 지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산이 많은 태백이라서 그런지 유난히 해가 빨리지는 느낌이었고 그만큼 밤 추위도 빠르게 찾아왔다.  

 밤 추위에 아이들이 감기 걸리면 여행와서도 즐거울 수 없었다. 찬바람이 더 거세지기전에 눈썰매장에서 빠르게 정리하고 이동하자며 바쁘게 움직여서 숙소로 이동했다. 눈썰매장에서 숙소로 가는 길 또한 험했다. 산 꼭대기까지 올라가야 도착할 수 있는 오투리조트였다.  


 덕분에 다음날 신랑은 응급실을 찾을 만큼 아팠음에도 불구하고 운전대를 놓지 못하고 시냇길까지 내려온 후에야 운전대를 언니에게 맡길 수 있었다. 다음번에 오투리조트를 찾을 때 까지는 운전연습을 열심히 해서 내가 운전대를 잡는 날이 오려는지 아직 동네 산보 정도의 운전실력을 갖추고 있는 나에게 여전히 장거리 운전은 두렵지만 언젠가 초록옷을 입은 태백을 다시 찾았을 때는 그래도 오늘보다는 나은 운전실력을 가지고 있었으면 좋겠다는 작은 소망이 생기기도 했다. 


 오투리조트는 연식이 좀 있는 리조트였다. 스키장에서 로프를 탑승해서 바로 리조트로 올라와 숙박이 가능할 정도로 스키장 시설이 정말 잘 되어있고 골프를 즐기지 않는 내가 보아도 시설이 좋아 보이는 골프장까지 잘 갖추고 있는 리조트였다. 또 리조트 자체가 산 꼭대기에 위치해 있는데 우리가 묶어던 숙소도 그 리조트 중에서도 8층까지 올라가다 보니 산 위에서 내려다보는 스키장 뷰와 골프장 뷰가 정말 멋있었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 쌓여있으니 초록 옷을 입은 산을 보게 된다면 멍하니 아무 생각하지 않고 그저 바라보고만 있는 것으로 큰 만족을 할 수 있을 거 같았다. 하지만 시설 좋은 곳을 찾는 것이라면 오투리조트를 추천할 수는 없다. 위에서도 살짝 이야기했지만 오투리조트는 연식이 조금 되다 보니 준비되어있는 드라이기라든가 옷장이라든가 조금 아파 보이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쌩쌩한 느낌은 없지만 그래도 관리가 잘 되어 최선을 다해 제할일을 하고 있는 숙소를 만날 수 있는 곳이 오투리조트였다. 

체크인 후에 우리가 찾은 곳은 바로 이번 태백 여행의 가장 큰 목적지였던 태백 소곱창이었다. 나에게 태백은 곱창의 도시라는 인식을 심어 준 곳이었고 아이들에게 염통이란 고기다 라는 공식을 세워 준 맛집이었다. 방문하기 전 예약해서 음식도 미리 주문하고 갔더니 우리가 방문했을 때 이렇게 고운 자태의 음식들이 우리를 맞이해주었다. 


 불판 위에 올라가 있는 곱창은 곱이 정말 가득 차 있고 오래 구워도 딱딱해지거나 바싹 말랐다는 느낌 없이 오래오래 쫀득한 식감을 즐기면서 먹을 수 있었다. 또 여기 염통은 마늘 양념이 되어서 나오는데 맛이 얼마나 좋은지 내가 여태 먹어 본 염통 중에 여기서 먹은 염통이 제일 맛있었다고 말할 수 있다. 나의 아이는 지난번 방문했을 때도 그랬지만 이번에 방문했을 때도 나와 경쟁하듯이 염통을 아주 맛있게 먹었다. 또 대창에서 나오는 기름에 구워 먹는 야채는 또 얼마나 맛이 좋은지 통마늘 한번 맛보고 나면 통마늘을 자꾸 리필하게 될 정도로 별미 중에 별미였다.


 다 먹고 난 후에는 볶음밥까지 꼭 같이 먹고 나와야 한다. 지난여름에 방문했을 때 사장님께서 우리가 인상 깊어서 그랬던건지 우리를 기억하고 계셨다. 그때 왔을 때 우리가 뭘 주문해서 먹었는지도 다 기억하고 계셔서 사장님의 섬세함에 깜짝 놀랐다. 이제 겨우 두 번 찾은 곳인데 사장님께서 우리를 기억해주셔서 그런가 더욱 정이 가고 특별하게 느껴지는 맛집이었다. 앞으로 태백을 찾게 된다면 그것이 당일치기 여행이든 아니면 숙박을 하는 여행이든 이곳 태백소곱창은 꼭 오게 될 거 같았다.  

 둘째 날도 태백의 날씨는 좋았다. 사실 예보에는 눈 소식이 있어서 원주로 돌아오는 길이 힘들진 않을까 걱정을 조금 했던 이번 일정이었다. 하지만 우리의 걱정과 다르게 눈 소식은 소식에서 그쳤다. 눈은 한송이도 볼 수 없었고 대신 이렇게 맑은 하늘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언니가 말해 준 일본의 옛 이야기에 의하면 작년 한해 본인의 행실에 따라 여행갔을때 날씨가 결정된다고 하였는데 눈은 소식에서 그치고 태백의 맑은 하늘을 보여준 날씨에 작년 한해 그래도 행실이 괜찮았나보다 하며 올해도 착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오투리조트에서 체크 아웃하고 우리가 찾은 곳은 몽토랑 산양목장이라는 곳이었다. 인스타에서 핫플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이곳에 방문한 나의 소감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인스타 핫플은 정말 딱 사진에 나오는 그곳이 전부구나하는 깨달음이었다. 


 사진의 오른쪽에 보이는 곳이 인스타에 나오는 곳이었다. 날씨가 맑은 날 방문하면 더 좋을 수밖에 없는, 

통창을 통해 태백 시내를 내려다볼 수 있는 카페였다. 음료도 빵도 맛있었지만 인스타에서 볼 때는 굉장히 한가해 보였던 그곳이 실상 방문해보니 굉장히 정신이 없었다. 물론 내가 주말에 방문해서 또 아이들과 함께 방문하다 보니 정신이 더 없을 수도 있는 거지만 일단 내가 인스타에 올라온 사진만 보고 느꼈던 그곳의 기대와는 많이 달랐다는 건 사실이었다. 역시 이래서 백문의불여일견이라는 말이 있는가 보다. 

 하지만 그렇다고 몽토랑 산양목장을 방문했던 것이 실망스럽다거나 다시는 가지 않겠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었다. 카페 밖으로 나오면 먹이주기 체험이 가능한 곳이 있었다. 입장권을 따로 지불하고 돼지 먹이와 산양의 먹이를 구입한 후에 먹이주기 체험을 진행하면 된다. 사장님께서 친절하게 안내해주시고 직접 시범을 보여주셔서 쉽게 진행할 수 있었다. 


 돼지 먹이는 멀리서 던져줄 수 있는 것이라 아이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신나게 즐겼다. 하지만 문제는 산양이었다. 산양은 손을 조금 동그랗게 말아서 손에 올려놓은 후에 양이 먹을 수 있도록 입 가까이 가져다주어야 했다. 물론 양들이 먹이를 워낙 좋아하다 보니 먹이를 보는 순간 서로 달라고 앞뒤 구분 없이 오는 경우가 많아서 먹이를 주려고 일부러 가까이 가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좋았다. 하지만 문제는 먹이를 주려면 양의 침이 묻는 걸 각오해야 했다. 그래서인지 사장님께서도 이건 사실 양 침 묻히기 체험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씀하실 정도였다.


 멀리서 주는 돼지 먹이와 달리 꼭 양과 가까이 가야 하는 또 양의 혀가 손바닥에 닿아야 한다는 점에서 선뜻 먼저 나서는 아이들이 없었다. 오히려 주춤거리면서 체험을 두려워하였다. 그때 언니가 차에 항상 두고 다닌다는 일회용 장갑을 꺼내왔다. 일회용 장갑을 끼고 나니 아이들이 하나 둘 용기를 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모든 동물을 무서워하는 나는 양이 먹이를 먹겠다며 울타리 밖을 도주해서 나오는 모습에 뜨헉 할 수 밖에 없었다.  

카페 바로 앞에 있는 공간에서만 진행하는 먹이주기 체험이 아니라 목장을 한 바퀴 둘러보며 목장 안으로 들어갈 수도 있는 체험이었다. 아이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시켜줄 수도 있지만 조금 걸어야 한다는 점에서 또 우리가 걷고 있을 때 뒤에서 양이 먹이를 달라며 자꾸 쫓아온다는 점에서 나에겐 빨리 걸을 수 밖에 없는 내가 의도한것이 아니라 저절로 걸음이 빨라질 수 밖에 없는 두려운 체험이었다. 


 목장이 그렇게 큰 건 아니지만 가장 위에까지 올라갔다 목장 안으로 들어가게 되어있는데 중간에 푯말이 없다 보니 길을 조금 헤맬 수 있다는 점이 아쉬웠다. 또 겨울에 방문하다 보니 매서운 겨울 바람이 꼭대기에 올라간 우리를 반겨주었다. 아이와 함께 방문했다면 꼭 옷을 단단히 입고 추위에 대비해서 방문한 것을 추천하고 싶었다. 


 길을 걷다 보면 멀리 기찻길도 볼 수 있었다. 카페 안에서 보았던 풍경과 또 다른 멀리 바람의 언덕이라 불리는 풍력발전소도 보였고 태백 시내도 한눈에 내려다 보였다. 양에게 쫓기지만 않았다면 잠시 앉아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눈에 보이는 풍경을 오래도록 담고 싶어지는 곳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언덕을 올라가기 시작했을때 양 한 마리가 울타리를 탈주해서 우리를 계속 쫓아오다보니 나의 마음은 굉장히 바빠졌다. 이 양한테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고 양들이 가득 있는 목장 안에 들어가서는 풍경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이곳에서 한시라도 빨리 나갈 수 있는 방법은 아이들이 만족할 만큼 체험을 진행한 후라는 걸 알고 있는 나로서는 어서 이 시간이 지나가기를 바라는 수 밖에 없었다.  


 이곳에서 용감한척 하며 양에게 먹이를 주었던 나의 아이도 집에 와서 말하기를 다음에 그곳에 또 가게 된다면 먹이주기 체험은 양은 빼고 돼지먹이만 주는걸로 하자며 속 마음을 털어놓았다. 아파서 이곳의 일정은 아예 소화하지 못했던 신랑을 위해서라도 카페에서 먹었던 크림치즈파이를 맛있게 먹었던 언니를 위해서라도 이곳은 또 다시 들르게 될거 같았다. 하지만 아이의 말대로 먹이주기 체험은 한번 해보았으니 되었다 싶다.  

 태백을 떠나 집으로 돌아오는 길 태백을 갈 때와 또 다른 곳으로 길을 안내받았다. 갈 때는 그렇게 없던 휴게소가 올 때는 얼마나 많던지 카페에서 대충 때운 점심에 배가 고팠던 언니는 잠시 휴게소에 차를 세우고 간식 사 먹을 시간을 주었다. 고속도로 휴게소는 언제 들러도 좋은지, 간식거리 가득한 휴게소에서는 간식을 굳이 사 먹지 않아도 휴게소에 있다는 것만으로 즐거운 기분이다. 


 휴게소의 매력은 여행을 떠날 땐 여행의 설렘을 배로 느끼게 해 주고 집으로 돌아올 때는 여행을 마무리하는 느낌을 주어 더욱 즐겁다고 느끼는것같다. 휴게소에 들러서 먹는 먹거리도 다르게 느껴지는 건 여행이라는 단어와 연결지을 수 있는곳이니 그런 것 아닐까 싶다. 이번에 들른 치악휴게소 역시 집 도착까지 30분을 겨우 남겨두고 들른 곳이었지만 휴게소가 주는 의미가 좋았고 휴게소가 주는 즐거움이 좋았다. 


 우리가 이렇게 태백을 다녀오고 나서 얼마 후 제천에서 영월 정선 태백 삼척을 이어주는 고속도로가 이어질 것이라는 발표가 있었다. 고속도로가 연결되고 나면 태백 가는 길이 더욱 쉬어지고 나에게는 곱창의 도시가 되어버린 태백에 더 자주 가는 날이 오지 않을까 기대하게 되었다. 여름과 겨울의 태백은 보았으니 이제 가을의 태백에 또 한 번 방문하여 또 다른 옷을 입고 있는 태백을 볼 수 있지 않을까 다음 태백 여행을 기대하게 되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춘천 여행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