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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이 May 27. 2024

감기



감기에 걸렸다.

어째선지 목이 아니라 코가 먼저 말썽이었다.

곱게 사그라들지 않는 증상에 지쳐갈 무렵, 목 안이 뚫린 것처럼 건조해졌다.

급하게 이온 음료로 목을 축였지만 말을 하려고 하면 너무 아팠다.

이번 진료는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주치의 선생님이 무슨 대답을 했는지 기억에 남지 않았다. 그저 마음만 가라앉는다. 어차피 결말이 같을 물 위의 종이배가 된 기분. 별 다른 외부 자극이 없어도 작은 구멍이나 찢김에 나는 울텐데.

외부 자극이 매섭게 가르고 가면 두 동강 나기에 적합한 너덜거리는 상태가 되겠지.

개도 걸리지 않는다는데, 나는 왜 무더운 감기에 빠져 헤롱 대고 있을까?

아무렴, 감기에 걸려보니 알겠는 점 하나는

감기를 앓고, 앓다가 약을 쓰면 점차 좋아지는 것이 눈으로 보인다.

마음의 감기라 불리는 우울은 그렇지 않다. 약은 여전히 쓰다. 점차 좋아져야 하는 것은 같은데 도통 좋아지는 것인지, 어떤지 모르겠다. 체감상 자꾸 나쁘게만 흐르는 기분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우울은 마음의 감기 정도로 가볍지 않다. 나의 우울은 마음의 암이라 생각한다. 끈질기고, 신체적으로도 아프게 만들었다가, 좋아졌나 싶었다가도 순간 나락으로 빠진다. 언제쯤 좋아지는지, 이제는 궁금하지 않다. 차라리 어떤 핑계를 대고 치료를 포기하는 게 더 납득하기 쉬울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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