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브랜드의 결을 정렬하는 사람

by genie brand director


- 디자이너가 아닌 디렉터로서 브랜드를 만든다는 것


사실 내 전공은 식품영양학이다. 패션 디자인과는 전혀 무관한 공부를 했고, 정식으로 디자인을 배워본 적도 없다. 그렇기에 나는 디자이너가 아니다. 돌고 돌아 결국 어릴 적 막연하게 좋아하던 세계 가까이에 와 있긴 하지만, 그 과정이 단순하거나 쉬웠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디렉터라는 역할이 말처럼 가볍지 않다는 것도, 브랜드를 운영하며 매 순간 체감하고 있다.


어렸을 때는 그저 제품이 매력적이고, 유명한 셀럽이 착용하면 그 브랜드는 자연스럽게 잘되는 줄만 알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브랜드를 조금 더 가까이서 들여다보게 되면서 오래 살아남는 브랜드에는 공통점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들은 모두 자신들만의 언어를 가지고 있었다.



반복해서 사용하는 단어와 문장, 일관된 무드와 톤, 고객을 대하는 태도와 거리감, 제품의 디테일과 패키징, 그리고 마케팅과 커뮤니케이션 방식까지. 이 모든 요소들이 제각각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방향을 향해 정렬되어 있고, 고객에게 같은 메시지를 다른 방식으로 계속해서 건네고 있었다.


그제야 깨달았다. 브랜드를 만든다는 것은 단순히 제품을 만들고, 로고를 정하고, 분위기를 설정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제품이 만들어지는 방식부터 판매하는 태도, 고객을 응대하는 말의 온도, 배송 하나를 대하는 기준까지.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포함해 브랜드의 기준과 생각을 일관되게 이어가는 일. 그리고 그 전체의 방향을 고민하고 조율하는 역할이 내가 생각하는 디렉터의 역할에 가깝다는 것을.


나는 디자이너는 아니지만, 그래서 오히려 브랜드를 하나의 '결'로 바라보려고 한다.


눈에 띄는 한 장면보다, 여러 접점에서 반복적으로 느껴지는 인상. 그 인상이 쌓여 결국 브랜드가 되기를 바란다.



아직은 많이 부족하고, 매번 정답에 가까운 선택만을 하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이 브랜드가 어떤 태도로, 어떤 언어로 사람들과 만나고 싶은지는 계속해서 고민하고 있다.


앞으로 이 기록에서는 그 고민의 과정과, 그 과정에서 생겨난 시행착오들을 있는 그대로 남겨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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