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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제 Aug 31. 2023

돈 버는 취미를 시작했다.

마흔일곱, 유튜버가 되었습니다.

  ‘돈 버는 취미’라니 얼마나 매력적인가. 취미로 쓰는 시간이, 다시 시간을 살 수 있는 돈으로 환원되는, 이상적인 선순환 모델. 하지만 내가 원했던 돈 버는 취미는 그리 거창한 게 아니었다. 단지 월급 외에, 취미처럼 할 수 있는 부수입이 필요했을 뿐.


  올해 2월, 6번째 승진누락으로 '조용한 퇴직'을 마음먹었다. 출퇴근 시간은 정확하게 지키며, 내가 딱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만큼만 일하고, 애쓰지 않는 회사생활을 유지하기로 한다. 퇴근 후, 나만의 일을 위한 에너지를 비축해 둔다. 승진 누락은 내 노동소득의 임계점을 명확히 알려주었다. 이렇게 살기에는 부족하다. 월 100만 원의 월급 외 부수입을 찾아 책과 유튜브를 뒤진다.


  취미로 돈을 벌 수 있다는 건, 놀면서도 돈이 들어온다는 것과 같다. 내가 알고 있는 단 한 가지 방법은 '실업급여' 뿐, 다른 건 생각나지 않았다. YOLO의 시대가 가고 N잡러의 시대로 들어선 지금, 유튜브에서는 집에서 할 수 있는 수많은 부업들이 쏟아져 나왔다. 스마트 스토어, 구매 대행, pdf 전자책 판매, 블로그 광고 수입, 공동 구매, 공동 구매 중개, 유튜브 쿠팡 파트너스 등. 최근 Chat GPT를 시작으로 다양한 AI 플랫폼의 등장하면서, 블로그나 유튜브 영상제작을 통해, 자동화된 수익구조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은 ‘일’이었다. 당연하다. 부업을 찾고 있었으니. 에너지를 비축해 놓긴 했지만, 퇴근 후 막상 또 다른 일을 한다고 생각하니, 그다지 내키지는 않았다. 피곤하지도 않은데 생각만으로도 피곤한 느낌이었다. 마음먹은 것과는 달랐다. 무언가 놀면서 할 수 있는 것을 찾고 싶었다. 아직은 배가 부른가 보다.


  N잡러와 자기 계발 채널의 경계를 오가며, 유튜브 영상을 보고 있었다. “이렇게 제가 알려드려도 어차피 99%는 안 해요. 하시는 분 1%를 위해 이렇게 영상을 찍고 있는 거예요”라고 한, 유튜버의 얘기가 일종의 도발로 느껴졌다. 내가 그 1%가 되고 싶었다.


  ‘유튜버가 되겠다!‘고 생각했다.


  모든 걸 책으로 배웠던 나는, 책부터 찾아봤으나, 딱하니 마음에 드는 책은 없었다. '클래스101+'에 구 신사임당, 주언규 PD가 하는 강의가 올라와 있었다. 작년에 찍은 것이지만, 23년 버전으로 몇몇 영상을 업데이트해 놓은 강의였다. 적지 않은 금액을 결제하고, 강의를 들으면서 청운의 푸른 꿈을 안고 2월 28일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 그리고 강의안에는 '비밀스러운 병기'가 있었다. 그는 그것만 있으면 된다고 했다.


  그 비밀스러운 병기는 “노아 AI”로, 현재 ‘떡상’ 하고 있는 유튜브 영상과 유튜브 채널에 대한 분석 정보를 제공하는 웹 베이스 유료 프로그램이었다. 노아 AI를 통해 지금 뜨고 있는 혹은, '구글 알고리즘 신'의 은총을 받은 영상의 제목과 썸네일을 카피해서 영상을 만들면, 해당영상의 추천영상으로 붙거나, 지금 뜨고 있는 영상을 본 사람들에게 노출될 확률이 높아지게 되어, 이를 통해 조회수와 구독자를 늘리고, 채널을 성장시킬 수 있는 시스템이었던 것이다.


  내 채널의 구독자 1,000명과 시청지속시간 4,000시간을 넘으면, 유튜브에서 애드센스라는 것을 통해 돈을 준단다. 열 아들 보다, 딸하나 잘 키우면 될 것 같은 느낌이다. 잘만 만들어 놓으면, 워렌 버핏이 얘기하는 “잠자는 동안에도 돈이 들어오는 방법”이 될 것이니까. 더더욱 해볼 만한 생각이 들었다. 안 할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사건이 터졌다. 구독자 150만 명의 과학전문 유튜버 ‘리뷰엉이’가, 자신의 영상'들'을 표절한 ‘우주고양이 김춘삼’을 폭로하는 영상을 자신의 채널에 올렸다. ‘김춘삼’이 주언규 PD가 만든 그 비밀병기 ‘노아 AI’를 이용해 표절콘텐츠를 만들고, 주언규 PD 채널에 나와  인터뷰한 것이 문제가 됐다. 사과문과 반박영상이 오간 후, 결국 주언규 PD는 본인 채널을 비공개로 돌리고, 노아 AI의 서비스도 종료했다.


  저작권 관련된 표절 이슈였기 때문에, 당연히 서비스를 종료하는 것이 맞았다. 하지만, 이제 막 무언가 될 것 같은 얕은 희망에 차 있던 내게, 이 사건은 청천벽력과도 같았다. ‘그래 오히려 잘 됐다. 앞으로 내가 유튜브 하는데 저작권의 중요성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줬으니 됐다’ 하며, 다시 혼자서 이책 저책, 이영상 저영상을 봐가며 나름 노력을 했지만, 채널 개설 외에는 한 것이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불타오르던 의지도 꺼져가는 숯불처럼 흰 가루를 날릴 때쯤, 내 브런치 글이 메인에 노출이 되면서 ‘떡상’을 경험했다. 하나의 글의 조회수가 거의 7만까지 찍고 내려왔다. 아쉽게도 3일 천하로 끝나긴 했지만.


  ‘아, 이런 게 떡상이란 거구나. 몇만 조회수 별거 아니군. 유튜브로도 충분히 가능하겠는걸?’이라는 다소 거만한 생각을 가지고 유튜브에 다시 집중하기 시작했다. 때마침 돌아올 준비를 하던 주언규 PD의 오프라인 강의를 광클릭으로 성공하고, 한 달간 3시간짜리 4번의 강의를 들으며, 7월 5일에 역사적인 첫 업로드를 했다. 그렇게 아저씨 유튜버가 되었다.


  물론, 아직까지 돈은 안되고 있다. 아직 멀었다. 거창한 장비를 산건 아니지만, 17만 원짜리 소니 마이크는 샀다. 영상제작을 위한 어도비 프리미어프로, 주언규 PD의 뷰트랩(노아 AI 이후 새롭게 론칭한 프로그램), 그리고 어도비 스탁과 유료 이미지/영상 사이트 등을 구독하다 보니 한 달에 고정비로 13만 원 정도 나간다. 그러니 지금은 돈만 쓰고 있는 여느 취미와 다를 바 없다.


  취미를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어불 성설이긴 하다. ‘덕업일치’를 취미로 볼 수 없는 것처럼. 어차피 일이니까. 어느 순간 그것으로 통장에 돈이 꽂히고 나면 일이 되고 만다. 일이 아닐 정도로 즐겁다고 생각할 뿐이다.


  나는 소망한다. 언젠가 돈 버는 취미가 되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돈을 벌게 되면 이 취미는 더 이상 취미가 아닌 일이 되어 있을 것이고. 그렇지만, 재밌게 해보려고 한다. 진짜 돈이 될지도 모르니까. 혹시 모르지 않나. 10만 구독자를 넘어 ‘실버 버튼’을 받게 될 날이 올지. 그리고 ‘마흔일곱 아저씨의 유튜브 고군 분투기’를 브런치 매거진에 연재해보려 한다. 또, 혹시 모르지 않나. '응원' 받아 브런치도 돈 버는 취미가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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