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니가 무슨 ADHD야? '

웩슬러 120의 고지능이어서 더 이해받기 어려웠던,

by 지엔

ADHD와 한 몸을 공유한 지도 어언 26년입니다.

처음 진단받은 게 2015년 4월, 중학교 때였으니

벌써 10년 전이네요.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약을 먹었고, 증상이 호전되어 약을 끊어보아도 괜찮겠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에 따라 한동안 쉬다가 2025년 1월부터 다시 약을 먹은 지 8개월이 되어갑니다.


2015년부터 18년까지 약을 먹을 당시 제 주호소 증상은

충동적 액팅과 조울증상이 메인이었고,

아마 의사 선생님은 두 증상이 호전되었으니

서서히 약을 끊어봐도 좋겠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Acting-out과 Bipolar(양극성정동)은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지만

소위 말하는 조용한 ADHD의 증상은 20대 중반에 들어선 지금까지도 여전히 저의 동반자입니다.


대학교에 들어와서 에어팟을 잃어버리거나

어디 두고 왔다 찾은 것만 6번,

완전히 잃어버려 새로 산 것만 3번,

아이패드 들다가 떨어뜨려 액정 박살 2번

휴대폰(아이폰 SE2) 너무 많이 떨어뜨려서

전면부 강화필름 박살 N번, 후면부 유리 박살 2번

매 학기 최소 1~2과목 정도는

매주 사이버강의 수강 마감기한 놓치거나 까먹어서

지각/결석되어 사강 못 들어 F 뜰뻔한 위기도 있었고,

과제 제출 마감기한을 초과하여 제출하거나,

과제 까먹고 있다 같이 듣는 다른 친구들이

'과제 어떻게 하고 있어?' 하는 물음에

'어 과제?' 하고 그제야 시작하는 경우..


그에 반해,

듣고 싶은 과목은 꼭 듣고 졸업하고 싶은 욕심에,

졸업 기준학점이 120학점인데 제학기 졸업을 포기하고

학교를 반년 더 다니면서까지 141학점을 듣길 결정하는 몰입+충동성을 보이기도 했지요.

(물론 제 전공 및 진로와 연관된 타 학부/전공의 수업들이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이것도 ADHD 특징인데,

저는 휴학한 시기를 제외하고는 대학교 입학 후

지금껏 단 한 학기도 널널하게 보낸 적이 없습니다.


1학년 1학기-

풀학점+ 전공임원+ 교회 주일학교 간사+ 교회 찬양팀

1학년 2학기-

풀학점+ 전공임원+ 학교 찬양팀 방송부+ 교회 유년부 간사+ 교회 찬양팀

2학년 1학기-

풀학점+ 동아리 2개+ 교회 찬양팀 및 방송부

2학년 2학기-

풀학점+ 동아리 회계+ 전공 임원+ 교회 찬양팀 및 방송부

3학년 1학기-

풀학점+ 동아리 회계+ 전공 임원+ 교회 찬양팀 및 방송부

3학년 2학기- 풀학점+ 동아리 팀장+ 전공 임원

4학년 1학기- 풀학점+ 동아리 팀장+ 전공 임원

4학년 2학기- 풀학점+ 동아리 부단장

5학년 1학기- 풀학점+ 동아리 부단장


2024년 12월, 5학년 1학기 종강

2025년 2월 첫 직장 입사

2025년 3월 대학원 입학( 직장과 병행하며 풀학점)


그리고 지금 2025년 9월,

직장은 10월부로 퇴사 예정이며, 대학원 2학차이고,

주중에 알바를 하고 있으며,

9월달에 청소년 상담사 3급 필기를 응시했고,

ADHD 코치가 되기 위한 기초교육과 심화교육을

수료했으며,

한국코치협회 KAC 등급 기초교육 20시간을 들을 계획 중에 있지요..


그리고 10월 말부터 시작하는 현재 다니는

학교 상담센터 인턴 모집 공고에 지원하여

만약 합격하면 내년 1월부터 인턴수련을 받을 계획입니다.


보기만 해도 숨 막히시죠? ㅎㅎㅎ

이렇게 한번 기어가 D에 세팅이 되면 오토브레이크가 안 되는 것도 ADHD의 특성 중의 하나입니다...

요즘은 이렇게 빈 시간 없이 계속 달리기만 하면 정말 내가 지쳐 쓰러질 수도 있겠다 싶어

10월까지만 직장에 다니고 인턴수련 시작되는 내년 1월까지 최소 2달 정도는 텀을 둘 예정입니다.


물론 11~12월 사이에

청상 3급 면접시험, 인턴채용 지원절차 등 계획된 것들이 이미 많긴 하지만요..


에이, 이 정도 사회생활 하면 경증 아니야?

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을 겁니다.

다음은 제가 하루에 먹는 ADHD 약 총량입니다

한번 처방이 바뀌어서.. 사진은 바뀌기 전 처방이긴 합니다

<아침약>

콘서타 OROS 서방정 27mg

아빌리파이 3.5mg

폭세틴 20mg

아토목세틴 40mg

<저녁약>

토파메이트정 25mg

<취침 전>

명인트라조돈염산염 100mg

큐로켈정 12.5mg


콘서타 30mg 이하면 경증이라고 하는 글도

인터넷 어디선가 봤습니다.

그런데 저는 올해 1월 콘서타 18로 시작해서 27, 36, 45, 54, 63, 6월에는 72까지 올렸는데도 과잉충동과 부주의, 과몰입 증상이 잡히지 않아, 콘서타를 줄이는 대신 아토목, 폭세틴, 아빌리파이를 추가한 경우입니다..



니가 무슨 ADHD야

올 1월 ADHD 약을 다시 먹기 시작한 뒤,

주위로부터 '너가 ADHD라고?'라는 말을 정말 많이 들었습니다.

친구들로부터, 부모님으로부터, 그리고 같이 상담을 공부하는 대학원 동기 선생님들로부터..

그 뒤에 따라오는 수식은 대개 이랬습니다.

'니가 ADHD면 나도 ADHD다 야.' 내지는 '어 그럼 나도 ADHD 아닌가..?'


그도 그럴 것이 대학원 동기 쌤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대학교 시기를 함께 보낸 친구들이었고,

그들은 위에 제가 썼다시피 소위 '인싸'인 제 모습을 몇 년 동안 봐 왔기에,

어느 정도 나름대로 기능하는 모습을 봐 왔기에 그랬습니다.


너가 무슨 ADHD 야? 너는 ADHD 아니야.
너 그럼 수업시간에 소리 지르고 돌아다녀? 아니잖아.
내가 아는 ADHD는 대화에 논점이 없고,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하던 자기 말만 해.
근데 당신은 그래? 정 그렇게 당신이 Adhd인 거 같은 생각에 몰입되면
당신은 뭐 하나에 깊이 몰입해서 공부하는 편이니까,
한번 ADHD를 직접 공부해 보던지.

저는 전형적인 겉으로 드러나는 ADHD 가 아니었고,

이분은 겉으로 드러나는 양상으로

'넌 ADHD 가 아닌데 자꾸 ADHD라고 생각하지 마.‘라고만 이야기하셨지요.

(이분은 저와 상담학 석사 동기생이셨습니다. )


그리고 내가 실제로 나의 비전형적인 ADHD 증상에 대한 논문이며

내 뇌파검사결과지 해석자료, 풀배터리 분석자료등 각종 레퍼런스를 들고 오니까

“정 그러면 ADHD 코치 한 번 해 보던지요. 본인에게 성향이 잘 맞을 거 같은데"


그래서 시작했습니다.

이 말이, 저로 하여금 ADHD를 전문으로 다루는 상담사가 되고자 하는 아주 강한 트리거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ADHD 관련된 수많은 임상 논문들, 교과서에 나와있는 ADHD 관련 상담자료들, ADHD 심리검사 관련 해석자료들 등, 나 자신에 대한 자료를 해석하는 것을 시작으로 ADHD에 대한 견문을 넓혀 나가기 시작했지요.


그러다 어느 ADHD 당사자이자, 한상1급, 한상심2급자격과 한국코치협회 KPC코치자격을 가지신 코치님이

진행하시는 'ADHD 코칭’ 을 알게 되어,

현재 Adhd 코칭역량기초반과 심화반을 모두 수료했습니다.

이후 위에 썼다시피, 코치 자체에 대한 자격을 획득하기 위해 한국코치협회 KAC 기초반도 수강할 생각입니다. 공신력이 있는 자격을 취득해야 하니까요 ^^::



그리고 저는 알리고 싶습니다. ADHD를요.

ADHD에 대한 정말 제대로 된 지식과 제 삶의 경험을 나누어, 저처럼 '니가 무슨 ADHD야 핑계 대지 마'라는 말속에서 괴로워하고 있는, 어딘가에 있을 당신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