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와의 싸움
오늘은 아침부터 비가 거세게 쏟아졌다.
우비를 꺼내 입고, 롱레인부츠를 꿰차고, 젖은 도로 위에 오토바이를 올랐다.
쏟아지는 비에 앞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픽업을 서둘러야 했다.
빨리 달려야 한다. 그래야 주문을 기다리는 누군가의 저녁이 늦지 않고, 그래야 내가 오늘을 살아낼 수 있으니까.
하지만 아무리 막아도 비는 틈을 타고 들어왔다.
몇 번 신지도 않은 장화 안으로 스며들었고, 우비도 이내 젖어 속옷까지 축축해졌다.
몸이 식어가고, 온기가 빠져나가던 순간 나는 잠시 멈춰야 했다.
점심을 먹으며 몸을 녹여보려 했지만, 식당의 에어컨은 오히려 날 더 차갑게 만들었다.
겨우 밥을 삼키고 집에 돌아와 젖은 옷을 건조기에 넣었다.
그렇게 뜨거운 바람에 옷을 말리면서, 나는 컴퓨터 앞에 앉아 또 다른 길을 찾아봤다.
구인광고를 훑고, 온라인 강의를 들으며 ‘다음’을 준비했다.
오후가 되어 다시 오토바이에 올라탔다.
일기예보는 비가 그친다 했지만, 하늘은 내 편이 아니었다.
우비는 집에 널어둔 채, 또다시 비를 맞으며 달렸다.
저녁 무렵, 고객이 주문한 따끈한 음식을 싣고 5km가 넘는 거리를 달리면서 생각했다.
비에 젖어 추위에 떨지만, 이 음식만은 식어서는 안 된다고.
어떤 이는 집에서 따뜻한 전과 막걸리를 즐기겠지만, 나는 지금 이 길 위에 서 있었다.
밤 10시가 훌쩍 넘어 집에 돌아와 씻고, 이렇게 일기를 쓴다.
남들이 부럽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위축되지는 않는다.
매일 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 같지만, 하루도 같은 동선은 없다.
비슷해 보이지만 매번 다른 길.
아마 내 인생도 그럴 것이다.
오늘은 비에 젖어 힘들었지만, 언젠가 내 길 위에도 따뜻한 햇살이 비출 날이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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