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으면서 돈을 버는 직업

유튜브 아티스트 햄스터 운영기

by crescere

별다른 취미가 없고 일만 하면서 지냈던 내가 좋아하는 것은 책을 읽는 거였다. 단순히 지식이 좋았던 건 아닌 것 같다. 100페이지가 넘는 글을 적어 내려간 작가의 생각을 한 움큼 엿볼 수 있다는 게 좋았다. 생각하지 못한 관점으로 내 생각을 완전히 뒤집어놓는 것도 좋았다. 그렇게 내가 더 많은 사람의 관점에서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는 넓은 시야를 가지게 되는 것도 좋았다. 어쩌면 그런 점에서 다큐멘터리 팀의 막내 작가로 근무할 수 있었던 것이 행운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막내 작가로 근무할 때, 책을 원 없이 읽었던 것 같다. 장기로 제작해야 하는 다큐멘터리라서 약 6개월 정도를, 자료조사를 했었는데, 거의 회사가 아니라 도서관에 가는 기분으로 갔다. 책은 책상에서 가림막처럼 쌓여 있을 정도였으니까. 그러다 우리 팀에 인턴 친구가 왔는데 그 친구는 2개월 내내 책만 읽다가 갔다. 그 친구는 유학을 갔다 온 경험이 있어서 영어 원서에서 자료를 찾는 역할을 했었는데, ‘귀한 인력을 이렇게 써도 될까’란 생각이 들 정도로 미안했다. 그 친구 마지막 날에 PD님이 너무 책만 읽다가 가서 PD의 꿈을 접는 것이 아니냐고 물었다. 근데 그 친구는 오히려 말했다. 책을 읽으면서 돈을 벌 수 있는 직업이 좋다고 생각해 왔는데, 그럴 수 있어서 좋았다고.



물론 그 다큐멘터리는 내가 어려워하는 ‘과학’ 분야였기 때문에 책을 읽어도 일을 한다는 느낌을 떨치기 힘들었다. 하지만 유튜브 채널은 운영하면서는 나도 ‘책을 읽으면서 돈을 번다는 느낌’에 대해서 조금씩 알아가기 시작했다. 나는 과학 다큐멘터리 팀에서 근무하면서 유튜브 채널을 몰래 운영하고 있었는데 과학에서 얻지 못한 서정적인 느낌을 예술 작품에서 찾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퇴근 후 서점에 가서 예술 책을 가득 들고 올 수 있다는 게 좋았다. 이 모든 것이 다 내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재료라는 생각에 들떴던 것 같다.



예술 작품과 관련된 영상을 만들면서 좋았다는 것은 정답이 없는 분야라는 점이다. 다른 책에 있는 예술 작품들이 작가의 해석에 따라, 작가의 관점에서 바라볼 건지, 시대적 상황에서 바라볼 건지, 기술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건지에 따라 전혀 다른 이야기를 만들 수 있었다. 예술가에 대한 삶에 대해, 그들의 성격에 대해 나는 잘 알지 못하지만, 그들의 삶의 주제로 이야기를 엮어서 희망의 감정을 만들어내고 위로를 할 수도 있었다. 과학은 솔직한 학문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이야기와 여지를 만들기 조금 조심스러웠던 것도 있다. 이건 나의 지식이 모자라서일 것이다.



물론 아직 돈을 벌 수 있을 정도로 채널이 크지 않다. 그러나 유튜브를 운영하면서 이렇게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버는 사람들도 있겠다는 상상을 했고,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는 ‘유튜버’라는 직업이 누구나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 설레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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