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는 여행을 떠난다.
훌쩍
떠나서 이것저것을 관찰하고 경험하고 이 사람 저 사람 만나고 느낀다.
공항에서 물건을 사고
에어비엔비 숙소에 머물고
호텔에 머물고
저가 항공사의 비행기를 타고
이곳저곳의 냄새를 맡고
이 사람 저 사람의 체취를 기억한다.
배탈이 나고
고산병에 시달리고
달리기를 하고
바가지를 쓰고
사람과 도시를 관찰한다.
시답지 않은(?), 아니 개인적인 감상을 적고
또
돌아온다.
집에 돌아와서 소설가는 이렇게 쓴다.
오랜만에 집에 돌아와 밥을 먹으니, 그야말로 집밥을 먹는 것이었다. 하여, 우리 집의 제1 의사 결정자에게 말씀드렸다.
"오랜만에 집밥 먹네요."
오랜만에 집밥을 먹으니, 정말 낯설어서 한 말이었다.
이제 집이 낯설고, 호텔이 익숙하다. 그래서 여행을 다녀온 후, 종종 낯선 경험을 할 때 이런 말을 하게 됐다. "이야. 이거, 마치 집에서 겪는 것 같네요." 같은 맥락에서 "이야. 이거 호텔에 온 것 같네요"라는 말은 '낯설지 않아서 좋다'는 말이다.
이렇게 낯선 집에 와서 시차 적응을 위해 졸리지도 않지만 애써 눈을 감고 새벽 2시에 침대에 누워 있으니 문자가 왔다.......(멕시코에서 카드가 도용되고 있다는 내용)...... 국제 분쟁을 거쳐야 하기에, 이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는 데는 짧게는 두 달, 길게는 석 달이 걸린다 했다. 덕분에 40일간의 중남미 여행을 120일 이상 되새길 수 있게 됐다. 확실히 여행의 여운을 뒤처리하며 느끼는 것이다. 아울러, 확실히 집에 오니 '집 같다'는 느낌이 든다.
모든 게 낯설다. 현관 비밀번호도 잊어버렸고, 식당에선 나도 모르게 '그라시아스'라고 말하고 말았다. 언젠가는 다시 '집이 정말 집 같고, 호텔이 다시 호텔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오겠지.
그리고 그때가 되면 나는 다시 여행을 가고 싶어 지겠지.
하지만 지금은 꽤 지쳤다. 그래서 김치찌개가 맛있다. 다들, 이 맛에 떠났다가, 돌아오는 것 아닌가.
그러고 보면
여행이란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게 도와주는 요술봉 같은 느낌이다.(집에서 먹는 김치찌개가 새삼 맛있어지는 모냥이다.)
문득
복작대는 시립 도서관 귀퉁이에서
왠지 거슬리는 아저씨, 아줌마, 아이들 사이에서
살짝 벗어나는 요술봉 하나쯤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