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 제일비싸요.
요즘 남편과 나의 가장 공통적인 관심사는 ‘내 집 마련’이다.
몇 년 전 까지만해도 <가족보다는 우리>를 모토로, 월세를 살며 세계를 누비자는 용감한 이야기를 나누던 패기 있는 연인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저 집을 사려면 얼마의 대출을 추가로 받아야 하는지, 저기 보이는 저 집 값은 언제쯤 떨어질런지"라는 이야기를 하는 현실적인 부부가 되었다.
주변에 내 집 마련을 했다는 친척이나 친구의 이야기를 듣노라면 ‘축하한다’는 이야기 뒤에 자연히 ‘우리는 언제쯤....’ 이라는 머릿속 생각의 꼬리표가 따라 붙는다. 자연스럽게 2세를 계획하게되는 시기가 남편과 나에게도 찾아왔고 ‘내 집 마련’이라는 주제에 대한 논의는 더욱 박차를 가하게 되었다.
‘집을 사고 아이를 갖겠다는 건 너희 욕심이지 아기는 어차피 어리기 때문에 그런거 기억도 못해’ 얼마 전 출산을 한 아는 언니가 우리 부부의 고민을 듣고 진지하게 의견을 말해줬다.
‘그치.. 그건 그렇지’ 언니의 말에 나도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동의를 했다. ‘하지만 언니 부부는 이미 집이 있잖아..!’라는 말은 구태여 붙이지 않은 채. 연애 때는 집 없이 평생을 떠돌아 다니며 살자고 약속했던 우리 부부인데 서로 만난 7여년의 시간동안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던 남편과 나는 어느새 많이 바뀌어 있었다.
새들은 둥지 없이 알을 낳지 않는다. 요즘 부쩍이나 우리 부부의 둥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진 나는, 하염없이 비싸지고 있는 인간들의 둥지를 보며 고민의 고민을 거듭한다. 새들도 둥지를 지을 때 여기저기 날아다니며 튼튼한 나뭇가지를 골라 견고한 집을 만들고자 노력한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초품아’니 뭐니 하면서 더 좋은 보금자리를 찾고자 하는 인간의 모습을 무턱대고 비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월세든, 전세든, 자가든 그게 뭐가 중요해.!’ 라고 외치던 나는 언제 이렇게 변하게 된걸까. ‘미래 태어날 아이를 위해’라는 변명은 구태여 하지 않는다. 나의 이런 현실적인 고민은 순전히 ‘나의 욕심’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애써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남들에게는 ‘늦은 건 없다. 뭐든 할 수 있다’라는 도전적인 조언을 겁도 없이 내뱉는 나인데, 나의 이런 고민에는 무섭도록 냉정하고 안전한 결정을 하고자 하는 내 모습이 가끔은 이중적이기도 하다. 오늘도 나는 출근길과 퇴근길 줄지어 늘어진 집들을 보며 머릿속 계산기를 두드리고 좌절한다. 어느새 현실과 이상 사이 답 없는 고민을 하는 여느 어른이 되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