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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j Oct 30. 2022

5 노는데 왜 눈물이 나지?

액티비티

본격적인 수업이 시작되었다. 일단 반나절은 영어 수업을 한다. 그 반나절은 오전일 수도 있고 오후일 수도 있다. 액티비티는 나머지 반나절과 저녁 식사 후의 나이트 액티비티 두 차례로 나누어 진행된다. 그냥 들으면 공부는 조금 하고 놀기는 많이 하니까 참 재미있겠다 하지만 현실은 좀 다르다. 놀긴 노는데 영어로 놀아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 둘째 날 룸에서 저녁을 먹고 스탭이 나이트 액티비티 참석을 위해 아이들을 데리러 왔을 때 첫째가 혼자 테라스 쪽으로 가서 울고 있었다. 아이가 말은 하지 않았어도 나는 그 이유를 짐작할만 했다. 말도 안 통하는 유럽 애들만 잔뜩 있는 액티비티에 참여하는 것이 나름 스트레스였을 것이다. 사실 이곳은 영어 캠프고 모든 활동이 영어로 진행되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럴 수 없는 이유는 유럽 아이들은 가족 단위로 온 경우 외에도 친구들과 함께 온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같이 온 아이들끼리는 자연스럽게 자기네 모국어를 사용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캠프 중반까지만 해도 아시안은 우리 아이 둘 밖에 없었기 때문에 우리 아이들은 말도 안 통하고 같이 놀 친구를 사귀는 것도 어려웠다. 물론 영어로 이야기할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우리나 그들이나 턱없이 부족한 영어 실력이다. 노는 것도 영어로 놀아야 하는 비애. 둘째야 아직 어리니까 그런 압박감과 소외감을 아직 잘 모를 때여도 이제 초등학교 고학년인 딸은 이런 낯선 상황이 답답하고 피하고 싶었을 거다. 

하지만 적응력을 키우는 것도 공부다. 사실 한달이라는 시간 동안 영어를 배우면 얼마나 배우겠는가? 그저 넓은 세계도 보고 다양한 인종의 친구들도 만나고 낯선 문화에도 적응해 보는 것, 그것 자체가 이곳에 온 목적이 아니었던가? 모질게 마음 먹고 등 떠밀어 보낼까 생각도 했지만 며칠간은 적응 시간을 두고  나이트 액티비티는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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