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혼자 조지아 여행 / 카즈베기 스파클링 수영장, 카즈베기 산책하기
10/24_2022
오늘은 원래 비 예보가 있어서 비 오면 그냥 쉬고 비가 안 오면 잉잉이랑 게르게티 츠민다 사메바 교회 트레킹을 가자고 했었다. 어제 만난 한국인 친구들은 오늘 트빌리시 돌아감.. 안녕.. 트빌리시에서 봐요..
근데 너무 맑은데요!
잉잉이도 오늘 숙소를 옮겨야 되고 나도 숙소를 옮겨야 해서 12시쯤 천천히 만나자고 얘기를 하고 짐을 새 숙소에 맡기러 가는데 무릎이 이상하다..?
난 무릎 연골이 얼마 남지 않은 27세 여성,, 어제 무리하진 않았는데 아무래도 장시간 이동+이동+트레킹이 겹쳐서 무릎이 아픈 거 같았다. 급한 대로 보호대 차고 일단 새 숙소에 가서 짐을 맡기러 갔다.
숙소에 갔는데 아무도 없어서 연락하니까 1시간 뒤에 갈 수 있다고 그냥 입구에 놔두고 가라고 했다. 조지아 여행하면서 도둑맞을 거 같진 않은 분위기를 체감해서 그냥 던져두고 가려다가 ’그래도 여행자로서 기본은 하자..^^’하며 먹을 걸 사 와서 숙소 마당에서 먹었다.
그리고 이건 아주 탁월한 선택이었음. 첫날 길거리에서 본 빵집에서 산 하차푸리 6라리+커피를 마당에서 먹고 해먹에 누워 있었다.
근데 해먹에 누워서 보는 뷰가 이거예요.. 정말 너무 대단해서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대~자~연~ 이런 느낌은 메스티아나 우쉬굴리 보다도 카즈베기가 최고인 거 같다.
밥 먹으면서 잉잉이에게 나 무릎이 좀 아프다고 조심스레 얘기했는데 너무 반가워하면서 “나 쉬는 거 너무 좋아해!!!”라고 답장 옴ㅋㅋㅋㅋㅋㅋ오늘 하루 동안 느낀 거지만 잉잉이 정말 최고 착하고 또 최고 웃기다. 그리고 ”너 다리 많이 아프면 먹을 거 좀 사다 줄까?” 이럼.. 천사시냐고요ㅜㅜ
12시 반쯤 호스트가 와서 방 청소를 해주고 체크인시켜줬다! 그리고 오늘 게스트 아무도 없다고도 했음. 그건 좀 무서운데요..?
<Golden star kazbegi> 1박 50라리
생긴 지 얼마 안 된 곳이라 식기랑 가전도 새것인 편이고 방도 깨끗하다! 주인아주머니가 영어를 전혀 못하시는데 전화로 따님분이 통역 다 해주셔서 소통에 문제없었다.
일단 전기방석 틀고 좀 앉아서 쉬고 있으니까 무릎도 좀 괜찮아지는 거 같았다. 아니면 저기압이 이동했던지^^.. 그래서 잉잉이한테 뭐하냐고 연락했더니 일단 만나자고 해서 잉잉이네 숙소로 달려갔다. 가면서도 계속 예쁘다만 반복하면서 걸었다.
잉잉이를 만난 게 2시 반이라 성당까지 올라가기에 시간은 충분했는데 올라갔다가 내려올 때 너무 추울 거 같다는 잉잉이 말에 동의하며 ”그냥 동네 산책하러 가자!”하고 출발!
잉잉이는 뉴질랜드 워홀+한국 여행 2달로 한국말 단어를 좀 알았는데 내 무릎 보호대 보고 할머니 니(무릎)라며 놀렸다. 근데 사실이라 괜찮아ㅠ
병원? 문 닫았어요. 학교? 문 닫았어요. 식당? 닫았어요.. 경찰서는 열었나..?
잉잉이가 카즈베기에서 연 건 택시밖에 없는 거 아니냐며ㅋㅋㅋㅋ걷다 보니 길이요..? 없어졌어요..
길이 없어져서 구글맵 보다가 카즈베기에서 시간 남으면 가볼까 하고 찍어둔 수영장(?) 가볼래? 얘기가 나왔다.
<Pansheti Swimming Pool and Mineral Water Spring>
지하수(?)가 나오는 수영장인데 여름이 아니라 어떤 상태일지 예상은 안 갔지만 운 좋으면 호수처럼 반영을 볼 수 있을 거 같아서 뒤돌아서 다시 걷기 시작했다!
중간에 강을 건널 다리가 없어서 왔던 길을 되돌아가야 함..^^
다시 센트럴 지나 우거진 나무 숲도 지나 이상한 파이프 길도 지나 북극곰 같은 강아지도 보고 잉잉이 전 숙소도 지나가면 점점 잔디밭 길이 나오고 강 건너로 카즈베기 중심가가 보인다!
한 40분 걸으면서 온갖 얘기 다 했다ㅋㅋㅋㅋ 여행 얘기 한참 하다가 데이트 문화 얘기 나와서 갑자기 연애 얘기까지 이어짐. 연애 얘기? 못 참지. 엄청 신나게 얘기하면서 걸어갔다. 센트럴부터 한 3-40분 걸어가면 수영장이 나온다!
근데 이게 수영장임ㅋㅋㅋㅋㅋ 심지어 우리는 못 보고 지나쳤다. 바람이 너무 많이 불고 그림자가 져서 반영은 안보였다. 하지만 잉잉쓰는 금손이라 내 인생 샷 만들어줬다. 근데 그 인생 샷 아직 못 받음. 잉잉쓰 카메라 메모리 정리 아직 안 함.
사진 찍고 있는데 어떤 아주머니 두 분도 와서 사진을 찍으셨다. 왜인지 제 사진도 찍어가셨고요..? 그러면서 이거 마셔도 되는 스파클링 워터라고 알려주셨다.
잉잉이랑 도전해봤는데 솔티 스파클링 워터였음. 잉잉이랑 둘 다 (?_?);; 이러면서 세네 번 먹어봤는데 역시나 (?_?);; 맛이었다.
그 앞에 앉아서 잉잉이가 가져온 과자 먹으면서 한참 동안 수다 떨다가 너무 추워져서 마을로 다시 출발했다. 그때가 한 4시쯤이었나.. 잉잉이가 이제 뭐할 거냐 물어봐서 ”룸스 호텔 투숙객 아니어도 커피 같은 거 먹을 수 있다는데 가볼래?”이러니까 가자가자하면서 ”안된다고 하면 구글 평점 0.5점 주자ㅋㅋ” 이럼 잉잉이 너무 웃긴 사람ㅋㅋㅋㅋ
가다가 저녁거리 사러 Spar 들렸는데 너무 따뜻했다. 낀깔리 사려고 살펴보다가 이런 걸 발견해서 내가 원하는 만큼 살 수 있냐니까 가능하다고 했다! 낀깔리 7개랑 고기 완자처럼 생긴 거 3개를 담았다. 가격 쏘 저렴,, 잉잉이도 낀깔리 사면서 이거 맛있으면 카즈베기에서 이것만 먹을 거라고 얘기했다.
그리고 왜인지 칼스버그가 제일 싸서 칼스버그도 하나 사 왔다. 칼스버그 공모전 준비하던 때가 생각나는군요.. 당연히 떨어짐.
마트에 한국인 가족분들이 계셔서 내일 트레킹 가시냐고 물어보고 싶었는데 타이밍을 놓쳤다. 잉잉이가 좀 한국인처럼 생겼는데 우리가 영어로 계속 대화하고 있으니까 “한국인 아닌가 봐” 이러셔서 갑자기 수줍어진 27세 여성..
따뜻한 마트에서 나오니까 급 배고파져서 잉잉이한테 배 안 고프냐니까 안 그래도 나 내일 룸스 가도 되냐고 물어보려고 했다고 함ㅋㅋㅋㅋ우리 꽤나 잘 맞아요.
잉잉이 집이 더 아래쪽이라 잉잉이 집 데려다주고 집에 와서 치킨 라면에 낀깔리 3개, 고기 완자 1개 넣고 끓여 먹였다. 고기 완자는 그냥 만두 속이었음을.. 낀깔리의 두꺼운 피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나쁘지 않았다!
밥을 다 먹고 나니까 해가 다 져버렸다. 커피 한잔 타서 테라스에서 마시면서 룸스 안 가도 되겠단 생각을 했다. 룸스 안 가봐서 모르겠지만 여기서도 보일 게 다 보인다.
카즈베기는 너무 크고 어둡고 무서워서 오늘은 일정을 끝내야겠다고 생각하고 방에 들어와서 일기 쓰고 쉬었다. 근데 갑자기 누가 문을 두드림.. 오늘 게스트 없다고 해서 정말 무서웠는데 호스트가 필요한 거 없냐며 확인차 온 거였다.
나 내일 빨래하고 싶은데 가능하냐니까 빨래 어떻게 하는지 알려주고 갔다. 게스트가 없어서 그런가 돈도 안 받으심. 그래도 아무도 없는 큰 호스텔 조금 무섭군요..
술 안 먹으려고 했는데 웰컴 드링크도 있고 카즈베기의 밤이 너무 길어서 어쩔 수 없었다(?) + 해외 아이피 차단한 티빙,, 정신 차려,,
좀 심심했는데 숙소에는 아무도 없고 테라스에 나가서 밖을 봐도 사람이라곤 보이지 않았다. 간간이 지나가는 아저씨들은 이제껏 조지아에서 봐온 스마일 아저씨들과 달리 뭔가 일단 화나 보임..
내일은 아침에 센트럴에 가서 주타 트레킹 갈 사람을 구해서 택시 셰어를 도전해보기로 했다. 우리 호스텔에 아무도 없고 잉잉이네 호스텔에도 한 명밖에 없는 카즈베기.. 시즌이 아닐 때 여행을 하면 한적하고 조용하단 장점이 있지만 동행을 구하는데 어려움도 있다. 뭐.. 어떻게든 되겠죠..
되돌아보니 별로 한 거 없는 하루지만 오늘도 대자연을 만끽한 날. 대단하지 않아도 누군가 만나고 뭔가를 한다는 것만으로도 여행은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