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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아 Day23. 조용하고 짧은 알마티의 하루

여자 혼자 조지아 여행 / 에어 아스타나 알마티 레이오버, 알마티 한식당

by SUNPEACE

10.31_2022


IMG_8383.JPG 공항 코앞에서 잤었죠

오늘은 조지아 여행을 마치며 인천으로 돌아가는 길에 경유한 알마티 레이오버의 하루. 조지아는 아니지만 조지아 여행의 과정이니까요. 참고로 24간 이상=스탑오버 / 24시간 이하=레이오버라고 한답니다. 저는 22시간 30분 경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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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8시 다 돼갈 때쯤 잠들었는데 누가 문을 꽝꽝 노크해서 깼다. 어제 결제할 때 너 몇 시쯤 나가냐고 해서 음.. 2시쯤? 이렇게 대답했는데 모닝콜 서비스(꽝꽝)를 위한 거였나 봄.


1시 50분에 일어나서 세수하고 양치하고 앞머리만 감았다. 도무지 샤워실은..^^ 희망적인 건 일회용 칫솔과 샴푸가 제공된다는 점 정도.. 라디에이터 바로 앞에 바지를 널어놓고 잤지만 역시 좀 덜 말랐음. 그래도 그냥 입고 나감. 어쩔 수 없죠. 맥주 냄새 안 나는 게 어디야. 그리고 생각보다 하나도 안 추웠다! 아스타나보다 따뜻한 듯.


IMG_8385.JPG 돈 나와서 급하게 받느라 완전 흔들렸네요

버스비가 150텡게라고 해서 500텡게를 뽑았다. 잔돈으로 바꿔야 될 거 같아서 환전소랑 가게에 물어봤는데 다 안 바꿔줬다. 적으면서 생각해보니 1500원짜리를 잔돈으로 바꿔달라 한 거네,, 안 바꿔줄 만도.. 어쨌든 안 바꿔주길래 그냥 92번 버스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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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정류장은 공항에서 나와서 쭉 걸어서 오른쪽. 공항이 종점이라 92번 버스가 기다리고 있는 게 보인다.


타서 500텡게를 내니까 러시아어로 뭐라 뭐라 말하면서 있는 잔돈 전부를 주셨다. 아마 잔돈 없다고 그러신 듯.. 주신 잔돈을 세보니까 버스비로 169라리를 낸 셈이었는데 어차피 달리 방법도 없고 한화로 100원도 안 되는 돈이어서 그냥 시내로 향했다. 내 뒤에 탄 분도 200탱게 내셨는데 뭐라 뭐라 대화하시더니 그냥 잔돈 안 받고 타셔서 그러려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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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가 되게 노랑노랑 하다~(노란색 좋아함)하면서 보고 있는데 한 3~4 정거장 가니까 사람이 가득 찼다. 그리고 중앙아시아 국가라 그런지 한국인과 꽤 비슷한 외모를 가진 사람들도 많았다. 약간 댄서 리헤이 님 느낌 나는 친구들이나 울란우데 여행할 때 봤던 고려인 느낌이 많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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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한 와중에도 배는 고파서 숙소에서 미리 식당을 찾아서 아르바트 거리로 갔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알마티에는 한식당이 되게 많았다. 그중에 제일 괜찮아 보이는 곳으로 가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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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도 엄청 다양하고 손님도 꽤 많았다. 근데 와이파이는 안 됨. 와이파이가 있는데 비번 알려달라니까 직원이 자기는 모른다고 했다(??) 그래서 그냥 와이파이 없는 한국인 돼서 밥에 집중했음.


그리고 내가 알마티에 고작 몇 시간 있으면서 느낀 건 알마티 사람들은 정말 작게 말한다..(?) 목청 큰 조지아에 있다 와서 그런가 택시 호객도 엄청 속삭이는 느낌으로 하고 나도 목소리가 작은 편인데 여기서 내가 만난 사람들은 정말 나보다 더더 작았다. 직원이 너무 소곤거려서 잘 못 들었지만 어떻게 주문은 했다. 매콤vs된장찌개 중에 고민하다가 어차피 곧 한국 가니까 웬만하면 맛있을 거 같은 차돌 된장찌개로 선택!


3000텡게니까 9천원 정도입니다

기대 안 했는데 맛있어서 완밥했다! 좀 짜긴 했지만 그게 못 먹을 정도는 아니었다. 예전에 아스타나 갔을 때도 (알마티 환승한 줄 알았는데 아스타나였음. 조지아 갈 때 알마티 공항 와서야 눈치챔..) 느꼈지만 K-문화가 꽤 유행인 거 같았다. 한국식으로 화장하고 옷 입은 친구들이 와서 떡볶이 나눠먹고, 어떤 친구들은 그냥 콜라만 시켜서 한참 사진 찍다가 나가기도 했다. 나올 땐 식당이 만석일 정도.


계속 k-돌 노래 나오고 한글 명언 적혀있는 것도 재밌었는데 상속자들도 틀어져있어서 좀 웃겼다ㅋㅋㅋ


스타벅스 가려고 길 찾고 있는데 어떤 남자애가 와서 너 코리안 맞냐고 물어봤다. 사실 코리안인 거 좀 티 내고 다니는 스타일임^^ (가방에 태극기 배지 달고 다님). 맞다니까 엄청 놀라면서 악수하고 자기 이름 말해주면서 좋은 하루 보내라고 하고 갔다. 근데 있잖아.. 너무 소곤거려서 이름 하나도 안 들렸어..


아르바트 거리까지 나온 이유는 스타벅스에 가서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와이파이를 얻기 위함이었다. 알마티 공항은 와이파이가 안 되니까요.. 알마티 아르바트 스타벅스도 핸드폰으로 인증 번호를 받아야 했는데 조지아 유심으로는 죽어도 인증 번호가 안 왔다. 한참 시도하다 포기하고 한국 유심으로 갈아 끼우니까 인증 번호가 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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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부터 7시 반까지 스벅에만 있다가 커피도 다 먹고 화장실도 가고 싶어서 나왔다. 근데 백화점에 딸린 스벅이라 화장실 돈 내고 써야함(50텡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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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마티는 뭔가 신기한 도시 같았다. 공유 킥보드도 많고 전기차 택시 존도 따로 있고 배달하는 사람들도 많고 은근히 기술이 발전된 곳 같은데 백화점 화장실엔 변기커버가 없는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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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나왔는데 와이파이도 잃고 할 것도 없어서 2차 스타벅스를 갔다(??) 이번에는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마셨음. 분명 주문했는데 내 뒤에 주문한 얘들 것도 다 나왔는데 안 나와서 파트너를 뚫어져라 보고 있으니까 "주문은 저쪽이야^^;;"이래서 "주문했는데 안 나와서 그렇지..?" 하니까 당황하면서 뚝딱뚝딱 만들어줬다. 인종 차별은 아닌 거 같은데 여기 컴플레인 문화가 어떤지 몰라서 멀뚱멀뚱 기다렸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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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일행이 있거나 한국이었으면 그냥 짐 두고 화장실 왔다 갔다 했을 텐데 불안해서 다 싸들고 나가느라 어쩔 수 없었던 2차 스벅, 혼자 여행은 꽤나 고단한 점이 있다. 92번 버스가 9시에도 다니길래 9시 19분 버스(구글맵에 꽤 정확하게 뜸) 탈 때까지 그냥 카페에 있었다.


날씨가 좋았으면 밥 먹고 바로 전망대라도 가려고 했는데 계속 비-구름-비-구름이라 가도 아무것도 안 보일 거 같아서 한국 마냥 카페에서 시간을 보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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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올 때 또 화장실 가는 바람에 200 몇 탱게 밖에 안 남아서 버스 잘못 타면 큰일 나는 상황이라 기력 영끌해서 정신 차리고 버스를 탔다. 버스를 타면 원래 영수증 같은 걸 뽑아주는데 (러시아랑 조지아도 그럼) 한 번씩 검표원들이 타서 검사를 한다. 근데 아저씨가 영수증을 안 뽑아주심..ㅜ 시간이 늦어서 검표원이 안 다닐 시간이라 그런 거 같긴 한데 난 여행자이기 때문에 만약을 대비해서 진짜 딱 운전석 옆에 서서 갔다.


다시 무사히 알마티 공항. 시간이 좀 남아서 도착 홀에서 먹거리를 사 먹으려는데 카드가 안돼서 2,000텡게를 또 뽑았다. 그리고 뭘 좀 먹으려고 했는데 도착 홀에는 택시 아저씨들이 자꾸 와서 "택시..?" 하며 속삭여서 그냥 출국장으로 들어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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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국장에는 대문짝만 하게 SAMSUNG 전광판이 있다. 국뽕 딱히 없는 편인데 한국 가는 마당에 보니까 꽤나 반갑고 짜증 났음. 왜냐면 한국 돌아가기 싫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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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3차 스벅ㅋㅋㅋㅋㅋ스벅에 도른 자입니까.. 배고파서 샌드위치랑 레모네이드를 먹었다. 근데 또 출국장에서는 카드가 돼서 2,000텡게 그대로 들고 옴. 2,000텡게는 다음에 경유할 때 써야지!


알마티 공항은 와이파이가 안 돼서 그냥 사진 정리를 하고 있었다. 조지아 들어가며 환승할 때 한국 유심도 인증이 안 됐어서 기대 안 하고 시도도 안 하고 있었는데 혹시 하고 해 본 순간 와이파이가 된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번에는 공항에서 와이파이를 쓸 수 있었다. 2번째 방문이라 환영해주고 뭐 그런 거임..? 이유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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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이 덕에 시간도 잘 보내고 양치하고 세수하고 할 거 다 하고 마지막 비행 준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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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 35분 보딩이었는데 40분쯤 들어갔다. 지연 안돼서 더 놀람. 3-5 게이트는 아예 보딩 준비 다 되면 열어준다. 그리고 어떻게 알았는지 전혀 모르겠지만 코리아는 이쪽, 방콕 이쪽 이러면서 중간에서 한번 더 승무원들이 안내해주심!


이제 진짜 한국으로 돌아간다. 매번 여행이 끝날 때면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한국에 가고 싶다는 일말의 마음이 있어서 마냥 슬프지만은 않았는데 이번 조지아 여행은 너무 짧았고 또 너무 좋아서 돌아가고 싶지 않은 마음만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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