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부터 겁 먹지 말라.
로버트 프로스트 지음, 이민정, 장원 역
노랗게 물든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습니다.
몸이 하나여서 두 길을 모두 가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워
오래도록 서서 한 길이 덤불 사이로 굽어지는 곳까지
멀리, 저 멀리까지 내다보았습니다.
그리고는 다른 길로 나아갔습니다. 똑같이 아름답지만
더 나은 길처럼 보였습니다.
풀이 무성하고 닳지 않은 길이니까요.
그 길도 걷다 보면
두 길은 똑같이 닳을 것입니다.
까맣게 디딘 자국 하나 없는 낙엽 아래로
두 길은 아침을 맞고 있었습니다.
아, 다른 길은 후일을 위해 남겨두었습니다!
길이란 길과 이어져 있다는 걸 알기에,
다시 돌아오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면서요.
나는 한숨을 쉬며 말하겠죠.
까마득한 예전에:
두 갈래 길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나는—
나는 사람들이 적게 간 길로 나아갔고,
그것이 모든 것을 바꾸었다고.
쌩뚱맞게 외국 시를 인용했습니다.
오늘도 금융 관련 정리를 예정했으나 일주일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이번주 목요일은 참 힘들었습니다.
일을 그만두고 새로운 직장을 찾아야 고민을 깊게 했었습니다.
가장 먼저 같은 부서 사람에게 조언을 구하고, 여자친구에게 조언을 구하고, 부모님께도 의견을 여쭙고.
결론적으로는 지금의 직장을 1년은 더 다녀보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처음 공무원 시험을 준비할 때만 해도, 9to6가 당연하리라 예견했고
군무원 시험을 응시할 때는 하루에 1시간 반 정도 운동하는 시간까지 있으니 실질적으로 9 to 4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오전부터 오후까지 맡은 업무를 잘 처리하고, 저녁에는 여가 생활을 하거나 필요한 공부를 할 거라 생각했었습니다. 그래서 금융 관련 지식을 습득해서 익히고, 실전에 적용해보고. 그렇게 완전히 내 것으로 자리잡으면 글을 작성해서 기록남기면서 천천히 자산 운용을 잘 해보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6시 퇴근은 고사하고 9시 10시 퇴근하는 일이 빈번해지면서 시보 생활을 끝나면 11시 12시 퇴근하는 날도 더러 있겠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슷한 업무를 하고 있는 동생에게 물어보니, 기한에 맞춰 업무 처리를 하다보면 새벽까지 업무할 때도 있었다고 합니다. 고작 2달 남짓 일해보면서 생소한 업무들을 하나씩 익혀나가고 있지만, 매번 업무를 처리할 때마다 메뉴얼을 알지하지 못하고 있어서 고충이 큰 상황입니다.
책임지고 처리해야 하는 업무를 미숙하게 끝맺다보면, 분명 사고가 터질 것이고 조직에 피해를 주는 게 두려워서 일을 그만두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지향하던 공무원 생활이랑 큰 틀에서부터 차이가 있는 것 같고.
그렇게 이번주 목요일까지는 다른 것 생각않고, 지금 겁 먹고 있는 것이라 근심 걱정이 과장된 것인지 혹은 정확하게 역량 부족을 인지하고 있어서 그만둘 거라면 하루 빨리 그만두는 게 맞는 것인지 판단하는 데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앞서 얘기했다시피 주말 동안 고민한 결과 27년 1월까지는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맡은 바 책임지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현재 제가 하고 있는 업무뿐만 아니라 앞으로 살아가면서 마주할 거의 모든 일들 중 처음 맞닥뜨린 일들이 대다수일 테고. 당장 해결이 어렵고 고민을 불러오더라도 그때마다 여러 선택지가 있을 테고. 그때 몸과 마음은 좀 힘들더라도, 그 끝이 불확실한 결과가 예견됐더라도, 신념대로 밀어붙인다면 분명 후회는 없을 거라 마음 정리를 하게 됐습니다.
몇 년이나 지났지만 아직 마음 속에 깊이 자리잡은 후회가 몇 가지 있습니다.
재수 시절에 경찰대 준비를 하지 않고 온전히 수능 준비만 했더라면?
로스쿨 준비를 하지 않고 더 일찍 공무원 시험에 뛰어들었다면?
대학 재학시절 유급하지 않고 졸업 시기를 1년 더 앞당겼다면?
이번에 면직을 하게 된다면 그 결정은 위와 같은 후회의 잔여물이 될지
혹은 결과론적으로 더 좋은 선택을 위한 결단으로 평가될지 불분명합니다.
그래서 일단은 제 가치관대로 '맡은 바 최선을 다하라'에 맞춰 결정을 내렸습니다.
한 번 맡으면 끝까지 최선을 다하라고 늘 아버지께서 주지한 바 있습니다.
제 가치관대로 면직에 대한 고민은 잠시 접어두고, 미숙한 부분이 있다면 그 부분을 충분히 익혀 조직에 기여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열정이 다시 생겨났습니다. 지금의 마음을 바탕으로, 다음주에는 고민으로부터 벗어나 제 자신보다는 급변하고 있는 금융 시장을 조명하고 싶네요.
이번 한 주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다음주 주말에 다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