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가긴 어렵지만, 뒤처지는 건 눈 깜짝할 새.
주절 주절 내 속 얘기를 쓰는 곳으로 브런치는 적합하지 않다.
이곳은 한 토막의 글을 하나의 주제로 쓰는 공간으로서 작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힘들어서 마음을 털어놓고자 이 곳을 아침 일찍 찾았다.
주식 시장은 시시때때로 다양한 소식들이 반영된다. 주식 시장보다 더 빠르게 반응하는 곳은 어디일까? 채권시장이다. 우리나라도 예치된 규모만 놓고보면 채권시장이 더 클 것이다. 채권 시장의 스프레드 변화를 보거나, 주식 시장 단일 업종이 테마주 명목 하에 변동하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앞으로의 세상은 예측보다는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둘 수밖에 없음을 되돌아보게 된다.
작년 5월부터 코스피의 증가추세와 지난 며칠의 코스피 등락폭을 보고 있으니, 세상이 요지경이란 생각이 든다. 일방적으로 이렇게 치솟았던 적이 없었고, 이렇게 큰 등락폭이 손바닥 엎듯 번복됐던 적 없었다.
우리나라만 놓고보면, 흉흉한 소문. 이를 테면, 청년 실업률이라든지 AI의 노동인력대체라든지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흔한 소문부터. 입법부와 사법부의 제도가 어떻게 변화되고 있으며 곧 있을 6월 지방선거에 대해서는 어떤 문제가 있을 것이란 입씨름까지.
방금까지 얘기했던 것들을 하나로 정리하면 '예측'의 영역이라 요약할 수 있다.
지금까지 이랬으니까 아마도 앞으로는 이럴 것이다. 사회과학 용어로서 '경로의존성'이란 말이 있다.
'확률'로도 설명될 수 있고, "으레 그렇다. 통상 그렇다." 관용적 표현으로도 대체할 수 있다.
그 경로를 이탈하는 상황 혹은 사람들을 '블랙 스완' 혹은 '다크 호스' 뭐 이렇게 부르기도 한다.
이례적인 일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든, 부정적으로 평가하든. 거의 모든 평가에는 '미래에 대한 평가'가 함축돼있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현재를 살고 있지만, 미래를 내다볼 수밖에 없다. 현재는 지나가고 미래는 다가오는 것이라. 당연히도 현재보다는 미래의 환상이 더욱 매력적이다.
내가 내다보는 시나리오는 얼마나 '그럴듯하게' 실현될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은 도스도예프스키의 '죄와 벌'이다. 소설을 읽으면서 주인공의 마음을 공감하는 게 아니라 '주인공이 된 듯한 착각'을 일으킬 만큼 몰입했던 책이라서 그렇다. 이 책을 계기로 소설 책을 대하는 마음을 달리 먹은 적이 있었다. 그래서 기억에 남는다.
내가 인생의 지침으로 삼고 있는 책은 여러 교양 서적이 있지만, 칼 폴라니의 '거대한 전환'이다.
1960년대 집필되어 지금까지도 국제정치학의 교과서로서 번역본도 다양하게 존재한다. 이 책은 내 가치관의 나침반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책을 계기로 주식 시장에 투자자로서 뛰어들게 됐고, 찾고자 하는 해답이 있어 전전긍긍 머릴 쥐어싸매고 있다.
내가 공무원 공부를 해야겠다 마음 먹은 건 2022년 하반기에 출시된 Chat-GPT 때문이지만, 추동력을 얻게된 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건이 더 크다. 전쟁 발발 이후 미국과 EU의 비군사적 차원에서 모든 제재 수단을 동원했으나 러시아의 기세를 꺾지 못했다. 미국의 패권이 쇠퇴하고 있음을 중국과의 경제력 간극이 좁아짐에서 유추할 수 있었지만, 러시아를 만류할 수 없었고 러시아를 통제할 여력이 없다는 점에서 미루어보아 세상이 또 한 번 들썩일 수밖에 없다는 조짐을 예측할 수 있었다. 그래서 다른 것보다 안정적인 직장이 필요했다. 대체되기 힘든 직무를 맡아보고 싶었다.
이렇든 뭔가 의사결정을 할 때는, 깊게 생각하지는 않더라도. 천천히 글을 쓰거나 친구와 대화를 하다보면 뭔가 기준이 있다. 여러 기준을 모두 충족시키지는 않더라도 일정 임계값을 가상선으로 생각해서 우위를 비교하다보면 여러 선택 중에서 그 선택을 해야하는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그리고 대략적인 그 선택의 결과를 예상할 수 있고 그 결과뿐만 아니라 그 결과에 이르는 과정에 대해서도 다양한 관점에서 들여다보면 그 선택에 대한 설득력이 높아진다.
말을 빙빙 돌리면서 미괄식으로 글을 썼다. 사실 새벽 1시 즈음에 잠이 들어, 새벽 4시에 일어났고. 새벽에 일어난 이유는 일하러 가는 게 두려웠다. 인수인계가 부족했고, 일에 대한 열정도 없고. 계속해야 하는 일에 대해서 자신감도 떨어졌다. 이 일을 계속 해야할 이유를 찾고 싶었다.
6시 즈음에는 퇴근을 해서 저녁을 간단히 먹고 잠들기 전까지 대략 4~5시간 정도를 자유롭게 쓸 것이라 생각했다. 지금은 일을 시작한 지 3개월 조금 넘었기 때문에 어려운 실정이다.
그런데, 언제쯤이면 내가 바래왔던 걸 달성할 수 있을까. 의구심이 생기니 부쩍 마음이 쇠약해진 걸 느낀다.
파이크 증후군이란 게 있다. 과거 내가 경험한 실패들이 미래 전망을 극단적으로 부정적이라 착각하게 되고 앞으로 발생할 위험을 과대하게 해석하여 스스로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게끔 정신이 쇠약해지는 증상을 의미한다. 지금 그런 상태에 있는 걸 인지하고 있는 단계이다. 한계를 깨부수고, 사실은 그런 걱정은 일어나지 않아. 그렇게 마음을 굳게 먹어야 한다.
주식 시장은 오르고 내린다.
금리도 오르고 내리고.
실업률도 오르고 내리고.
정치권은 싸웠다 곧장 화해하고.
나한테 일어날 일들도 사실 그렇게 큰 일은 아닐 것이다.
근데 고민이 있다.
나 혼자 잘 먹고 잘 산다는 마음으로는 군무원을 계속 하기 어려울 것 같다.
그래서 사기업 지원서를 작성하고 있다.
군무원을 계속 해야 한다면, 뭔가 좀더 그럴 듯한 이유가 필요하다.
군무원 처우 개선을 위해서 행정 군무원이 필요할까? 행정 군무원이 역량 발휘해서 군무원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아도, 처우 개선을 실현할 수 있을까? 효능감이랑 직결된 문제는, 경로의존성에 좌우된다.
무기력해지려는 찰나에 좋은 일이 하나쯤 일어나길.
김혜자 배우가 얘기했듯,
갑작스럽게 횡재가 찾아와 잠깐이라도 빛나는 순간이 지금은 너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