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 #1
첫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저는 어렸을 적부터 말을 잘하는 편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글로 제 생각을 표현하는 게 편했습니다. 자주 쓴 건 아니었습니다만 꼭 필요하다고 느낀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첫 수능을 망치고 재수학원에서 공부할 때, 대학생 연애할 때가 그랬습니다. 제 생각과 감정을 온전하게 담고 싶은 순간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대학교 3학년으로 기억합니다. 당시 글을 잘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신문사에서 진행하는 글쓰기 강의를 수강해 보자는 마음을 먹었습니다. 첫 강의 전 과제로 '나에게 글쓰기란'이라는 주제의 글쓰기가 주어졌습니다. 두서없이 적어서 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첫 강의에서 제가 작성한 글이 대단한 칭찬을 받았습니다. 한 문장, 한 문장을 읽어 내려가시는데 부끄러우면서도 동시에 짜릿한 쾌감을 느꼈었던 것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첫 글은 당시 제가 썼던 글로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에이, 뭐 잘 쓴 것 같지 않은데?' 하는 생각이 드셔도 첫 글을 써 내려가는 저를 생각해서라도 참아주시기 바랍니다.
나에게 글쓰기란 ('16. 06. 14)
글쓰기는 정보 전달의 매개체로 쓰이기도 하며 문학적인 언어로 표현된 예술 작품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또한 역사를 기록하거나 글쓴이의 생각을 전달하기 위해 글을 쓸 수도 있다. 글쓰기는 이 밖에도 많은 분야에 걸쳐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그중 가장 중요하며 기초가 되는 것은 글을 쓰는 사람이 자신의 감정을 온전히 드러내고, 본인의 생각을 기록하는 것이다.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말로 하기 어려울 때 글로 풀어냄으로써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기 위해 글쓰기를 자주 했던 것은 타인에게 스스로를 온전히 드러내는 것에 어려움이 많아서였다. 가까운 사람이 아니라면 나 스스로를 완전히 보여주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또한 가까운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은 분명 쉬운 일이 아니다. 때문에 나 자신의 생각, 감정을 온전히 표현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은 글쓰기였다. 이는 더 나아가 그 감정이나 생각을 더욱 증폭시키고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치른 수능을 망친 후 경기도 외곽에 위치한 기숙 재수학원에서 1년간 수험생활을 한 적이 있다. 인생에서 처음으로 부모님과 오래 떨어져 지내는 시간이었고, 낯선 이들과 함께 지내야 했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어려움이 많았다. 무엇보다도 가장 힘들었던 것은 이번에도 실패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이었다. 외로움과 불안감으로 힘든 날일 때면, 밤늦게까지 글을 썼다. 혼자만의 일기를 쓰기도 했고, 부모님께 편지를 쓰기도 했다. 불안감을 표현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나름대로의 다짐이나 방법들을 써 내려갔으며, 전화로는 표현할 수 없었던 부모님의 대한 그리움과 감사함을 표현하기도 했다. 혼자 느끼는 여러 좋지 않은 감정들을 글로 써낸 뒤엔 스스로 치유받고 있다는 기분을 느꼈다. 글쓰기가 없었다면 얼마 가지 않아 재수 생활을 포기했을 것이다.
대학생활을 시작하면서는 연애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재수 생활을 하면서 글쓰기를 통해 감정을 드러내는 것에 익숙해진 탓인지, 말로 하는 것보다 편지를 통한 표현을 자주 했다. 또 말로 표현하는 것은 일시적이라는 생각에 오랫동안 남을 수 있는 글로 표현하는 것이 더 좋았다. 재수 생활 땐 주로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했다면 사랑을 하면서는 긍정적이고 행복한 감정들을 쓰게 되었다. 물론 항상 행복했던 것은 아니다. 싸울 때도 있었고 그럴 때에도 어김없이 글을 썼다. 그럴 때는 글쓰기가 미안한 감정들, 행복했던 기억을 다시 더듬을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글쓰기를 하는 목적은 수도 없이 많다. 그 목적들의 중요성을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지만, 적어도 나에게 글쓰기는 삶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지속시키기 위한 중요한 도구다. 순간의 감정을 기록하고, 글쓰기의 과정에서 과거를 더듬어 행복했던 기억을 찾기도 하며 그 글을 나중에 다시 읽을 땐 당시의 추억을 돌이켜 본다. 이를 통해 스스로를 치유하고 행복의 크기가 더 커지기도 한다. 때문에 결국 글쓰기는 삶의 필수적인 요소이며 앞으로도 지금처럼 글을 써갈 것이다.
수정에 대한 유혹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참아냈습니다. 많은 분들이 공감하겠지만 과거의 나와 마주하는 것은 때로는 대견하면서도 대부분이 부끄럽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썼던 글 그대로를 소개하는 것은 '순간의 감정을 기록하고, 글쓰기의 과정에서 과거를 더듬어 행복했던 기억을 찾기도 하며 그 글을 나중에 다시 읽을 땐 당시의 추억을 돌이켜 본다'고 했던 과거의 저와 같은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글 쓰기는 제게 단순히 도구 그 이상의 것입니다. 순간마다의 제가 느끼는 생각과 감정을 써 내려가는 성찰의 과정입니다. 구구절절 왜 글을 쓰는지 이야기하는 것은 스스로에 대한 다짐이기도 합니다. 여러분에게 읽히는 글을 쓴다고 해서 애써 꾸미지 않으려 합니다. 솔직한 저를 써 내려가다 보면 공감을 얻거나, 다른 생각을 접하기도 할 테고, 그러다 보면 더 넓어진 제 세계를 마주하게 되리라 믿습니다.
첫 글이었는데 말이 길어졌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