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갈마당
- 사건의 경위 - (종)
“ 이거 전부 사실 맞제?
나는 단호한 눈빛으로 성춘식을 바라보았다.
“ 아.. 어디까지 자백해야 믿으시겠습니까? 저는 형사님 믿고 있는 그대로 다 말씀드렸습니다.”
“좋다. 내 믿으마 그러면 나머지 2명은 지금 어디에 있나?”
“정확히는 모르지만, 윤종성이는 자갈마당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나머지 한 명은 모르겠습니다.”
“윤종성?”
“예 같이 있었던 친구들 이름이 윤종성, 박진석입니다.”
“좋아. 배 형사! 이리 와봐!”
배 형사는 내 목소리를 듣더니 왔다.
“성춘식이 다 자백했다. 조석태는 다른 말 없더나?”
“진짜입니까?! 그런데 저 새끼는 계속 버티는데요”
“조석태한테 성춘식이 다 불었다고 얘기하고 일단 이 두 놈 유치장에 넣어라. 그리고 애들한테 시켜서 뜨끈한 돼지 국밥 한 그릇씩 시켜주라고 해! 나는 지금 반장에게 보고 할께.. 배 형사! 니는 내하고 같이 자갈마당으로 한 놈 더 엮어러 가자.”
“자갈마당이요?”
“그래 공범이 2명 더 있는데 그중에 윤종성이라는 놈이 자갈마당에 있다고 진술했어.. 당장 자갈마당으로 갈 준비해!”
※ 자갈마당 : 일제 강점기부터 운영되어 오던 대구의 집창촌으로 현재는 폐쇄되어 아파트가 건립 중에 있음
“예! 형님!”
나는 즉시 반장에게 보고했다. 반장은 혹시나 범인이 흉기를 가지고 덤벼들 수도 있으니 형사 2명은 위험하다며 다른 형사 4명을 보강해 줄테니 총 6명이 출동하라고 했다. 그렇게 총 형사 3개 조가 봉고차를 타고 자갈마당으로 향했다.
자갈마당에는 예전에도 범인을 검거하러 온 적이 있었는데 여기 자갈마당에는 특유의 향이 있다. 뭔가 사연이 많아 자신의 몸을 던져 먹고 사는 집창촌 여성들의 애환이 담긴 향이랄까. 예나 지금이나 그 향은 변함이 없다.
자갈마당에 도착한 우리 형사 6명은 일단 주변을 둘러보았다. 새빨간 홍등과 온갖 분장을 한 집창촌 여성들이 무슨 옷 가게 쇼윈도의 마네킹처럼 서 있거나 앉아서 손님들을 기다렸다.
이리저리 손님들을 불러대는 히끼와 문방 ( 손님을 부르며 끌어모으는 사람 )들의 소리가 들려왔다. 우리는 일단 힘들지만 업소 하나 하나를 돌며 문방들에게 윤종성과 박진석의 행방을 물었다.
(포주들은 따로 사무실 같은 곳에 있고 영업은 문방과 히끼들이 했음. 수익의 절반은 포주가 가져갔고 창녀가 문방과 포주에게 일정액을 지불했다)
하지만 가는 업소마다 모른다고 했다. 우리 형사들은 난감했다. 이 많은 업소를 하나 하나 전부 검문을 한다는 것이 실로 막막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힘든 것은 여관하고 달리 업소 안에 있는 방을 함부로 열 수도 없는 일 아니겠는가, 이들이 여관이 아닌 자갈마당 같은 집창촌에 숨는 이유가 바로 이런 부분을 노리는 것이다.
그래도 하는 수 없이 업소들을 계속 탐문을 했다. 그렇게 업소를 물색하며 돌아다니고 있는데 우리의 뒤쪽에서 누군가 우리를 불렀다.
“저기요!!”
우리는 뒤를 돌아보았다. 덩치가 좋은 남성이 우리를 향해 뛰어오고 있었다. 보아하니 자갈마당 건달(당시에는 달성동파 조직폭력배가 결성되기 전이었다)같은데 어느 업소의 포주 밑에 있는 것 같아 보였다. 나는 그에게 물었다.
“뭐고 ?”
사내는 숨을 가쁘게 쉬고 있었다.
그들도 우리를 보면 냄새가 나는 모양이었다.
“저기 형님들 어느 서에서 나왔습니까?”
“어, 우리는 서부서에서 나왔는데.”
“아이고.. 참.. 지금 여기 마당에 형사들 돌아다닌다고 난리입니다.”
우리가 여기저기 다니면서 탐문하고 다니니 업소 포주들끼리 소문이 돈 모양이었다.
“형사들이 여기 자갈마당에 뭐 잡으려고 온 모양이라며 나보고 가보라고 해서 왔는데예 ..”
건달로 보이는 사내는 손을 절래절레 저었다.
“아이고 마, 다른 것은 모르겠고 여기 형님들 돌아다니시면 우리 장사하기가 힘들어예! 저기 뭐야 26호 2층에 남자 하나가 1주일 넘게 거기서 먹고 자고 지내고 있습니다. 글마가 아닌지는 모르겠는데 거기 한번 가 보이소!”
‘그놈이 맞는 것 같다!’
나는 속으로 직감했다. 동네 건달들이 우리에게 전해줄 때는 다 이유가 있고, 그들도 어느 정도 냄새가 나는 게 있었을 것이다.
우리 형사들은 사내가 알려 준 장소로 곧장 이동했다. 먼저 그냥 덮치면 범인이 무슨 짓을 할지 모르기 때문에 2명은 업소 1층 출입문을 지켰고 2명은 방문 앞에 그리고 나는 옆방 창문을 타고 방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배 형사는 내가 창문을 타고 옆방으로 가는 옆에서 나를 엄호했다.
나는 벽을 조심스럽게 타고 윤종성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묵고 있는 방 창문으로 접근했다.
창문에 도착하여 방안을 들여다보니 남자 한명과 여자 한명이 TV를 보며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나는 재빨리 창문을 열었다.
“윤종성!”
남자는 나를 보더니 재빨리 그 자리에서 일어나 출입문으로 도망쳤다. 나를 보고 도망친다는 것은 서로 간에 냄새가 난다고나 할까? 그가 범인이고 그는 내가 형사인 것을 직감 한 것이리라. 윤종성이 출입문을 여는 순간 나는 소리쳤다.
“잡아!!”
문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현 형사조 2명이 재빨리 윤종성을 제압하고 수갑을 채웠다. 그리고 같이 있던 여성은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놀랐는지 그저 멍하니 서 있었다.
그녀는 이곳에서 일하는 창녀였다.
나이는 30대 중반으로 보였는데 이곳 창녀촌이 아니었으면 그저 평범한 가정의 아낙네로 보였는데 워낙 험한 세상을 살아서 인지 별 감흥이 없는 느낌이었다.
형사들이 윤종성을 제압하고 있는 사이 우리 조는 창녀에게 방 안에 있는 윤종성의 소지품을 내어 놓으라고 했다.
윤락가에서 살림살이 하는 것도 아니고 짧게는 한, 두 시간, 길게는 한 달 정도 계약을 하고 정을 나눴다가 정처 없이 그곳을 떠나는 인생들이고 보니 큰 정을 주고 살지는 않는 모양새였다.
소지품이라고 해봐야 조금 큰 손가방 하나 정도였는데 지갑에 돈은 제법 있었던 것 같았다..
윤종성이 선물을 하였는지 모르겠으나 창녀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진주 반지가 있었지만, 왠지 구태여 그런 것까지 밟히고 싶지는 않았다.
무슨 사연이 있어 이곳까지 흘러와 있는지 모르지만 언젠가는 이곳을 나갈 것이고 또 가정을 꾸리며 살지 않겠나 싶어 그저 측은하기만 하였다.
언젠가 재벌 총수가 “윤락가는 하수구 같은 곳이라 냄새가 나고 더럽지만, 그 밑에 흐르는 물은 깨끗하다. 하수구에서 여러 가지 찌꺼기를 걸러주니 얼마나 좋은 것이야. 그러니 윤락가는 존치해야 한다”라고 한 말이 생각나기도 했다.
그 말은 사창가가 있기에 성범죄를 많이 줄이고 있다는 이야기 같은데 요사이는 어릴 때부터 관련 교육을 많이 하기에 당시와는 상황이 많이 달라져 있어 현실에 맞는 말이 아닌 것 같다.
전국에서 알아주는 집창촌인 자갈마당은 한때는 윤락녀가 500명이 넘게 있기도 했지만 일제 강점기부터 있었다고 한다.
강제로 끌려온 이들이 발자국에 자갈이 부딪혀 소리가 나서 도망하는 것을 막기 위하여 주변에 자갈을 깔아두어서 자갈마당이라고 했다고 한다.
그녀들이 창녀가 된 것은 사람마다 사연이 있겠지만 추후 설명할 때가 있으리라고 본다.
그녀에게 참고인 조사 협조를 부탁했고 그녀는 순순히 협조하겠다고 했다. 나와 형사들은 윤종성을 데리고 봉고차로 향했다.
“이놈의 새끼! 여기서 호강 하고 있었네. 재미 있더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