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락녀의 의리 10

윤락녀

by 써니짱

우리 형사 6명은 자갈마당에서 윤종성을 검거하여 경찰서로 돌아왔다.

검거한 윤종성을 책상에 앉혀 범행에 대하여 조사를 했다.


나는 윤종성에게 성춘식이 모든 것을 자백 했다고 말하고 지금 나머지 공범이 있는 곳과 수사에 협조를 잘해 준다면 협조한 사항을 수사 보고서로 작성해서 기록에 붙여 주겠다며 딜을 시도했더니


“한 건이나, 두 건이나 같은 것이고 또 혼자 안 했다고 한들 소용이 없다”라며 이번 일에 협조하겠다고 했다.


윤종성은 순순히 범행을 자백했고 나머지 공범이 정확하게 어디 있는지는 모르나 전에부터 같이 범행을 저지른 금고 털이범들이 대구 수성구에 위치한 넝마주이 촌에 집결해 있을 것이라면서 진술했다.


그곳에 나머지 공범들이 있을 수도 있다고 했다. 만약 나머지 범인들이 거기에 없더라도 나에게 아주 큰 이득일 것이라고 했다. 나는 즉시 움직였다.


“배 형사! 빨리 준비해서 가자.”

배 형사는 바로 장비를 챙기며 출동 준비를 했고 나는 반장에게 보고하였다.


반장은 다시 계장에게 공범 검거를 위하여 출동을 한다는 보고를 하니 계장은 형사 6개 조를 지원 해 주었고 여러 가지 준비를 하다가 보니 자정이 되었다.


우리 형사들은 윤종성이 알려준 수성구에 위치한 넝마주이 촌으로 경찰 대형 버스 1대와 형사기동대 차량을 타고 출동했다.


개발되기 전 수성구 들판에는 집이 조금씩 있던 터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단층 슬라브 양옥집이었으며 마당에는 폐지와 고물들이 잔뜩 쌓여 있었고, 또, 그 옆에는 창고 같은 건물이 있었는데 넝마주이들은 그곳에 있다고 한 진술이 맞는 것 같았다.


숙소 100여 미터 떨어진 곳에 차량을 세운 우리는 각각 양옆으로 포진했고 반장의 지휘하에 나와 배 형사 그리고 다른 형사 2개 조가 방문을 열었다. 방문을 열고 보니 20~40대 10여 명의 남자들이 잠을 자고 있었다. 나는 그들을 향해 소리쳤다.


“전부 기상!! 기상!!”


남자들이 내 목소리에 놀라 하나, 둘씩 일어났다.


“우리는 서부경찰서에서 나왔는데 먼저 인적 사항부터 확인을 하겠습니다. 각자 신분증을 제시하기 바랍니다”


그리고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다른 형사들도 들어와 인적사항을 확인하며 전산실에 한 명씩 전산 조회를 하였다.

절도 전과가 있거나 검거된 범인들로부터 불린 이름들은 대형버스로 옮겼다.


그사이 우리는 숙소 안팎을 수색하여 방문 앞 캐비닛에서 금고 털이에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빠루, 뻰찌, 리빠, 송곳, 드라이버등 공구들을 압수했다.


그렇게 시끌벅적 거리자 집주인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나타났다.

“뭡니까? 어디서 왔어요?”


나이가 들어 보이는 중년의 남자는 좀 거만하게 우리에게 다가와 신분을 묻고 있었지만, 현재로서는 딱히 드러난 범죄가 아니어서


“서부서에서 왔는데 당신이 여기 주인입니까?”

“그런데요”


“이 아이들은 절도 공범들이어서 우리가 먼저 데려갈 테니 서부서로 좀 오이소”


주인으로 보이는 이 남자는 넝마주이들을 먹여주고, 재워주며 가져온 물품을 처분하는 장물아비 같았다.


생각 같아서는 같이 데리고 가고 싶었지만, 당시에는 명확한 범죄 사실이 없어 그냥 자진 출석 하라고만 했다.


사무실에 도착하니 새벽 3시 정도였는데 경찰청 강력계에 근무하는 선배 손 형사에게서 전화가 왔다.


“야! 김 형사! 데리고 간 아들 뭐꼬?”

“야들은 조를 짜서 사무실 금고를 털고 다니는 금고 털이들입니다”


“그래! 그럼 주인인 허진구(가명)는 우째되노?”“아직 조사를 안 했습니다”


“가거든 알아서 좀 해봐! 알았제?”

“데리고 온 자슥들 입에 달렸지요”


“장사 처음 하는 것도 아니고, 내 정보원인데 .. 알았제?”

“나중에 연락 드리겠습니다.”하고 전화를 끊었다.


당시 경찰청 강력계에 근무한다고 하면 일선 경찰서 형사들은 감히 쳐다보지도 못할 정도로 실력도 있었고, 고급 정보를 획득하고 있어 계장, 과장들은 1~2년마다 바뀌어도 계속하여 그 자리에 있을 정도로 대단하고 위세가 당당하여 일선 경찰서 과, 계장급이라고 해도 될만했다.

아직 데리고 온 놈들 시작도 안 했는데 연락이 오다니..


허진구에게 우리가 떠나올 때 주고 간 명함을 보고 선배 형사에게 연락을 취했던 모양이다.


우리는 넝마주이들이 집단으로 기거하는 수성구 주택에서 장물아비를 포함한 금고 털이범 11명을 검거하였다.


운이 좋았는지 그 11명 안에 성춘식과 같이 범행을 저질렀던 공범 1명이 포함되어 있었고 더욱더 재미있었던 것은 내가 성춘식에게 쇼하면서 이용한 최상중도 포함이 되어있었다. 나는 이들을 연행하면서 최상중에게 한마디 했다.


“최상중! 고맙다.”


최상중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고 나는 그냥 말없이 웃어주었다. 그렇게 이들은 모두 서부서에 구속하여 각각 분리 조사를 했다.


전체적인 조사 결과 이들은 2~3명씩 나뉘어 빈 사무실이나 공장 사무실을 위주로 범행을 저질렀는데 울산 조선소, 방어진 철공소, 청과물 시장 사무실, 변호사 사무실 등 20여 곳에서 상대로 범행 하였으며 훔친 금액은 1~2억 원에 달하는 상당한 금액이었다.

물론 그 돈은 각자 분배 후 유흥비로 탕진하고 없었다.


이들은 타인의 피, 땀 흘려 모은 재산을 불의한 방법으로 취득하는 아주 나쁜 놈들이지만 사람들을 다치게 하지는 않아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모든 조사가 마무리 되고 사선 변호사를 선임한 장물아비 허진구는 검사의 불구속 지휘로 구속은 면하였다.


이들이 검찰에 송치되기 전 여죄 수사가 있어 유치장에 있을 때였다.


검찰에 송치 되기 전까지(경찰서에서 구속이 되면 일주일 가량 있고 수사할 것이 많으면 10일까지 유치장에 있기도 한다) 거의 매일 같이 윤종성을 찾아오는 여인이 있었다.


우리가 조사하고 있을 때는 조사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다가 면회하고 갔는데 알고 보니 윤종성 검거 당시 자갈마당 26호에 같이 있던 그 윤락녀였다.


하룻밤을 자도 만리장성을 쌓는 게 남, 여 간의 일인데 같이 며칠을 있었으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녀는 봄이 왔지만, 유치장 안은 춥다고 윤종성에게 내복을 넣어주고 사식(관식은 정부에서 제공하는 식사인데 꽁보리밥에 된장국, 김치, 단무지, 나물 무침 등으로 아주 빈약하여 대다수 유치인은 한 끼에 3천 원 하는 사식을 사 먹음)을 넣어주고는 했는데 나는 그 연유를 알고 싶어 면회를 와서 대기실에 기다리는 그녀를 사무실로 불러 물어봤다.


우리 형사들은 주점에서 일하는 아가씨나 윤락녀들과의 친분(?)이 있고 서로 대화가 잘된다고 보면 된다.


음지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다 보니 아무래도 그 속에서 생활을 하는 그녀들에게 제보 받기도 하고, 협조를 받은 일이 있어 자주 접하게 되고, 또 서로의 애로 사항을 익히 알고 있어 대화가 되는 것이었다.


당시 생활이 그랬지만 그들을 통하면 범죄꾼들의 내막을 어느 정도 엿볼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이 든다.


그래서 측은한 면도 있지만 안타깝기도 해서


“니 뭐 하러 여기 자꾸 오나?”

“뭐.. 저는 여기 오면 안 되나요?”


“가시나야! 돈 벌어야지 여기 자꾸 오면 어쩌나?”

그랬더니 그녀가 말하길

“우리는 예.. 같이 있던 사내가 학교(감방을 말함) 가면 우리가 할 수 있는 데까지 그 사내 뒷바라지를 해주는 게 우리들의 정이라 예..”


“니 희한한 이야기 하는데 뭐가 있지?”

“안에 있는 사람이나 내 처지가 비슷하기도 하고 쬐끔 정이 가기에 불쌍해서 오는 거라 예”


“뭐가 불쌍하고, 무슨 처지가 갔다는 말이가? 혹시 너한테 뭐 맡겨 놓은 것 있었나?” 나는 직업상 장물이나 돈을 맡겨 놓은 게 아닌가 싶어 넘겨짚어 물어왔다.


“무슨 말씀 합니까? 나한테 뭘 맡겨요? 이상한 말 하시네..

그런 것은 없고요. 며칠 같이 지냈지만, 이상하게 정이 드는데 우짭니까?, 안에 있는 사람 밖으로 좀 불러 내주면 안 됩니까? 하고 싶은 말도 있고..”


“가시나야! 면회실에서 얘기하면 되지..”

“손도 한번 못 잡아 보고 얼굴만 조금 보다 말아야 하는데 그게 면횝니까? 형사님! 밖으로 한번 불러내도..”


“니 뭐 때문에 자꾸 오는지만 말해봐라? 그럼 밖으로 데려 나올게”

“마당에 오는 사람들은 전부 우리를 인간 폐물로 여기고 저들 욕심만 채우고 가는데 안에 있는 사람은 손님 관계를 떠나서 이야기하다 보니 내가 여기 일하고 있는 것을 억수로 안 되어 보인다며 반지도 사주고 빨리 이곳을 나가라고 하는 등 인간적으로 나를 대하기에 정이 가더라 아입니까?”


비록 음지에서 생활을 하고 있지만 조그마한 말 한마디에 서로 감정을 주고 받는 여린 사람들이라는 것을 느끼는 순간이기도 했다.


‘알았다! 자꾸 물어봐도 쓸데없는 소리고 .. 기다려봐라“

반장의 결재를 받아 윤종성을 데리고 나와서 사무실 구석에 둘이 앉아 이야기 할 시간을 주었다.


“형사님요. 잠깐만 보입시다”

“왜?”


“이 사람 담배나 한 대 주이소”

“면회시켜 주니 별거 다 지랄하네.. 자 ..”


담배를 한 개비 주니 수갑을 찬 두 손으로 공손히 받아 피우는 모습을 보고 둘이 만의 공간을 주었더니 무슨 얘기를 그리 진지하게 하는지 30여 분이 흘러


“그만 들어가자”고 하며 유치장에 입감 시켰더니 돌아서서 그녀는 눈시울을 적시는 것 같았다.


그렇게 순애보 같은 만남을 뒤로 하고 떨어져 가는 모습들을 보니 가슴이 짠했다.


태초부터 있었던 일이고 남들이 손가락질하는 추한 모습의 직업(?)인지 몰라도 내가 자갈마당에서 맡았던 그 특유의 향이 누구에게는 역겨울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말 못할 사연으로 인해 자기 몸을 팔아서 먹고살 수 밖에 없는 윤락녀들의 마지막 순정이 담긴 향이 아닌가 싶다.


윤종성이 검찰로 송치가 되고 나서 교도소로 면회를 하러 갔는지, 출소 후에 어떻게 되었는지 알아보지 않았지만 둘이서 좋은 일이 있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 봤다.


요즘은 자신들의 이익 만을 찾아다니는 불 나방 같은 사람들이 많아, 윤락녀들 보다 더 의리가 없는 세상이 되어 가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대구의 집장촌인 자갈마당이 지금은 없어졌지만 90년 말까지만 해도 숫 총각들의 무덤(?)이라며 군 입대 하기 전 선배나 친구들의 강요나 권유, 호기심(?)에 의하여 한번씩 다녀간 추억의 장소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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