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을 본다. 그리고 뒤돌아봤다.

by 아지song

동해바다는 환상을 그린다.

지적인 파란색에 의지의 쪽빛을 내세운다.

마지막 에메랄드 여운으로 사람을 끌어들인다.


태도는 분명하다.

하얀 물보라를 앞세워 망설임 없이 달려온다.

부서질걸 알면서도 기어이 부딪혀

방파제의 어딘가에 섬광소리를 번쩍인다.

역동적인 그 움직임에 시간이 밀려난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지금 서해바다에 서있다.

황톳빛 색상, 시원스레 치치 않는 파도,

탁 트인 시야 대신 어딘가에 걸쳐지는 좁고 동그란 풍경

앞으로 나가고 싶지만 매달리는 진흙 조각들이

섬세하게 서해바다를 붙잡는다.


뛰쳐나가려는 파도가 저 멀리 달아나지 못하게...

드러나는 벌판마저 정지화면이다.

찬란한 색상 대신 탁한 물빛,

펼쳐진 모래사장 대신 축축한 회색 융단.


그곳은 온갖 생명체의 삶의 터전.


진흙아래 생명이 존재함을 알린다.

부지런히 뚫어놓은 아주 작은 구멍들이

자잘하게 기어 나오는,

귀여운 집게를 번뜩이며 걸어가는 새끼 게들이

미처 바다로 가지 못한 망둥어 떼가

그리고 멈칫하다 나의 눈을 피해 바삐 움직이는 갯지렁들까지도


마치 어린 시절 우리 동네 열렸던 오일장 풍경처럼

다양 생명들의 소리 없이 바쁜 움직임


진흙빛으로 몸을 감싸 움직임을 숨기던 그들은

내가 고개를 돌려내면 분주하다.

그리고 다시 돌아보면,

움직이던 그들의 발걸음이 설핏 꼬여 넘어진다.

시선을 피하는 그 어리숙한 움직임이 더욱 관심을 불러온다.


태양이 뜨면 진흙으로 몸을 감싸 자신을 숨기고

행여 누구에게 들키라 치면 낭패라도 되는 듯이

작은 눈길 하나 에도 재빨리 숨어든다.


마지막 태양이 한줄기 빛을 쏘아내고 사라지는 그 순간

시작되는 진짜 서해바다의 얼굴

그들은 서해바다 그 밤하늘에 떠오는 별을 삼키고

다시 바다에 토해낸다.


내일 아침이면 햇살 속에 사라질 그 별은

유독 쓸쓸하고 아련하다.


꿈은 멀리서 반짝이는 줄 알았는데

현실 속에야말로 별이 되고 싶은 소망들은

진흙 아래 꿈틀대며 한밤중을 기다리고 있었다.


선하나 그어있을 뿐인데

참으로 다른 동해와 서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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