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입술 끝에서 ‘어머니’라는 세 글자가 마른 채 굳어버린 지
어느덧 스물다섯 해가 흘렀다.
마지막 길에서 나는 끝내
“몸은 좀 어떠세요”라는 말 한마디 건네지 못했다.
그분의 종착지는 너무 가팔라
자식의 안부를 물을 숨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꿈속에서 어머니를 만나면
그분은 늘 지쳐 계셨다.
평생을 자식이라는 짐 아래 두 어깨를 낮춘 채
걷고 또 걷던 사람.
내 기억 속의 어머니는
단 한 번도 가벼워 보인 적이 없다.
어머니의 생은 서른일곱에서 이미 멈추어 있었다.
그 이후의 시간은
숨을 붙들고 견뎌낸 나날에 가까웠다.
세상은 무심했고, 가난은 집요했다.
깊은 밤,
문틈 사이로 새어 나오던 흐느낌을
나는 모른 척 들었다.
동이 트면 어머니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얼굴을 씻고
다시 일터로 나섰다.
아침 식탁에는 자식들의 숟가락 소리만 남고
어머니는 빈속으로 문을 나섰다.
땔감을 구하러 산등성이를 몇 개나 넘던 날,
어머니의 머리 위 나뭇짐은
그분의 몸집보다 컸다.
칡넝쿨로 엮은 작은 다발을 메고 뒤따르던 나는
앞서가던 어머니가
갑자기 무너지듯 쓰러지던 장면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흙바닥에 닿은 얼굴은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다.
그때 나는
사람이 저렇게 가벼워질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젊은 날의 노동이
어머니의 몸을 조금씩 비워내고 있었음을
어린 나는 알지 못했다.
일흔둘이 되던 해,
자식들은 각자의 삶에 매달려
어머니의 마른 뿌리를 돌아보지 못했다.
육신은 이미 오래전부터
조용히 무너지고 있었는데도.
세상을 떠난 지 스무 해가 흐른 뒤,
묘를 옮기기 위해 흙을 파헤쳤을 때
우리는 결국 마주해야 했다.
반듯하게 모셨던 유골은
보이지 않았다.
한참을 더듬어 찾아낸 것은
작은 잇몸 조각에
금속이 덧붙여진 이빨 하나.
그것뿐이었다.
수백 년을 견딘다는 뼈가
어찌 스무 해 만에 흔적도 없이 사라질 수 있을까.
나는 그날 알았다.
어머니는 살아 있는 동안
자신의 골수와 진액을 남김없이 짜내
자식들의 길 위에 뿌리고 가셨다는 것을.
그래서 남길 것이 없었다는 것을.
우리는 그 작은 조각 하나를 붙들고
땅이 꺼지도록 울었다.
내 안에 아직 이렇게 많은 눈물이 남아 있었음을
그날 처음 알았다.
엄마라는 존재는
자식을 위해 끝까지 자신을 내어주는 사람이라는 걸
너무 늦게 깨달았다.
“사랑합니다, 어머니.”
목이 메어 더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
허공에 흩어진 그 말은
돌아오지 않겠지만,
오늘도 나는
내 피와 살 어딘가에 스며 있을
어머니의 시간을 느끼며
그 이름을 조용히 불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