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로 위의 도시락

by 포도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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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되면 교실 한가운데

조개탄 난로가 놓였다.

창문 밖으로 길게 뻗은 연통에서는

누가 피웠는지 모를 누런 연기가

쉼 없이 뿜어져 나왔다.

그 매캐한 연기는 하늘로 흩어지지도 못한 채

낮게 깔려 교실 유리창을

뿌옇게 가리곤 했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지면 아이들은 하나둘

도시락을 꺼냈다.

난로 쇠뚜껑 위로 양은 도시락이

층층이 쌓이고,

머지않아 김치 데워지는 냄새가

교실을 휘감았다.

아이들의 눈과 귀는 오직 제 몫의 도시락이

내는 냄새에만 쏠려 있었다.

인자하신 선생님도, 왁자지껄한 친구들도

옆자리의 내가 점심이 없다는 것은

그 누구의 머릿속에도 끼어들 자리가 없었다.


나는 그 자리를 견디지 못하고

교실을 뛰쳐나갔다.

텅 빈 운동장을 맴돌며

배꼽 밑에서 들려오는 꼬르륵 소리를 들었다.

그러다 문득,

나는 다른 이야기를 떠올리기 시작했다.

미국의 후원자로부터 거액의 후원금이

도착했다는 소식,

그의 초청을 받고 미국으로 날아가

캔자스의 들판을 누비는 내 모습.

그곳에서 고기와 빵을 실컷 먹고

알지도 못하는 영어를 마음껏 지껄여 본다.


운동장의 바람은 어느새 낯선 나라의

바람이 되었고,

허기는 점점 멀어졌다.

그 시절 겨울 교실은 따뜻했지만

내 배는 늘 비어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때의 공복은 사라지지 않고

어딘가에 남아 있다.


가끔은

아무 이유 없이

난로에 데워진 김치 냄새가 떠오른다.

그 냄새 속에서

가보지 못한 캔자스의 들판이

천천히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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