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서 없는 돈

by 포도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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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어디에나 노숙자는 있었다.

수도가 있고 화장실이 있는 곳이라면

어김없이 그들이 있었다.


그해 여름,

우리 일행은 삿포로의 큰 공원을 찾았다.

그곳은 아침부터 사람들로 붐볐다.


7월 중순.

남쪽이라면 무더위가 기승부릴 때였지만

북단의 공원은 더없이 쾌적했다.

공원을 한 바퀴 돌다가

벤치에 앉아있는 젊은 노숙자 하나를 보았다.

얼마를 굶었는지

얼굴은 지쳐 있었고

씻지 못한 피부는 검게 그을려 있었지만,

그 속에 박힌 눈동자만큼은

이상하리만치 또렷했다.

일행 중 한 사람이 그에게 다가가

전도지와 함께 현금 천 엔을 건넸다.


얼떨결에 돈을 받은 청년은

당황한 표정으로

일어서려다 앉았다.

우리는 곧 버스를 타고

시내 외곽의 숙소로 향했다.


다음 날 아침,

숙소 앞 작은 공원.

어제 그 청년이

그 자리에 앉아있었다.

우리는 놀랐다.

그는 우리가 건넨 쪽지를 들고

밤새 길을 물어

이곳까지 걸어왔다고 했다.

우리를 꼭

다시 만나야 했다고 했다.

숙소로 데려와

목욕을 시키고

새 옷을 입히고

따뜻한 밥을 먹였다.

그리고 물었다.

왜 그 먼 거리를

밤새 걸어왔느냐고.

청년은 짧게 말했다.

“돈은 받았지만,

그 돈에 담긴 설명서를 받지 못했습니다.”


그는 20대 후반의 회사원이었다.

부도로 하루아침에 거리로 밀려났다고 했다.


그는 돈의 액수가 아니라

그 이유를 묻고 있었다.

이 돈이 어떤 마음에서 왔는지

자신에게 무엇을 바라는 것인지.

그것을 알지 못하면

쓸 수 없다고 했다.

그날 이후,

나는 가끔 돈을 받을 때

잠시 멈춘다.

이것은

어떤 마음에서 온 것인가.

도움은 넘쳐나지만

그 의미를 묻는 일은 드물다.

우리는 점점

설명서 없는 돈에 익숙해지고 있다.

가끔 공원 벤치에 앉으면

나는 그 청년을 떠올린다.


그리고 문득,

그 자리에 앉아있는 사람이

그가 아니라

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누더기는 아니지만

겉모습만 말끔한 채

이유도 묻지 않고

받아들여 온 것들.

밤새 길을 걸어

돈의 이유를 확인하려 했던

그 태도는

내 안에 없었다.

세월이 흐를수록

그날 공원에서 만났던 청년의 눈빛은

기억 속에서

끝내

흐려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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