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
나는 여덟 명을 죽일 수 있었다.
처음엔 이유를 찾으려 했다.
왜 맞아야 하는지,
내가 뭘 잘못했는지.
하지만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곳에는
이유 같은 건 없었다.
그냥 맞는 거였다.
주먹은 예고 없이 날아왔고
발길질은 설명 없이 이어졌다.
갈비뼈가 부러졌을 때
숨 쉬는 법부터 다시 배워야 했다.
척추에 금이 갔을 때는
허리를 펴는 걸 포기했다.
사람은 그렇게 익숙해진다.
맞는 것에도
참는 것에도.
하지만 어느 순간,
알게 됐다.
버티는 것과
살아 있는 건
다르다는 걸.
어느 날, 사격장에서
바닥에 떨어진 실탄 두 발을
몰래 주워
주머니에 넣었다.
누렇고, 끝이 뾰족한 금속.
이 두 개면
끝낼 수 있다.
그날 밤,
나는 불침번이었다.
내무반은 조용했다.
코 고는 소리만
가득했다.
낮에는 그렇게 시끄럽던 공간이
거짓말처럼
고요했다.
나는 총을 집어 들었다.
손에 쥐자
여느 때보다
차갑게 느껴졌다.
엄지 옆,
작게 새겨진 숫자.
「763789 M16 A1」
국가가 나에게 맡긴
살인 병기였다.
나는 탄창을 꺼냈다.
주머니 속 두 발을 꺼내
밀어 넣었다.
“찰칵.”
그 작은 소리가
그날 밤에는
유난히 크게 울렸다.
악마들 곁으로 다가갔다.
줄지어 누운 녀석들.
낮에는
욕을 퍼붓고
내 뼈를 부러뜨리던 얼굴들.
지금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평온하게 자고 있었다.
한쪽 끝에서 시작하면
여덟 명.
한 발이면 충분하다.
그때,
중간에 누운 녀석이 보였다.
‘목사.’
착하다는 말이
얼굴에 그대로 적혀 있는 놈.
나를 때린 적도 없고
늘 미소로만 나를 보던 얼굴.
그 목사가
그 틈에
끼어 있었다.
총구가 흔들렸다.
쏘면 끝난다.
이 지옥도,
내일도.
다 끝난다.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었다.
당기면 된다.
… 손이 멈췄다.
어둠 속에서
그 녀석 얼굴이
유난히 밝게 보였다.
… 당겨지지 않았다.
숨이 거칠어졌다.
얼마 전,
연병장에서 열린 군법정.
상사를 쏜 어린 병사가
포승줄에 묶여 끌려 나왔다.
변호인은 있었지만
아무도 그를 지키지 않았다.
결국,
그 앳된 일병은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다음은
내 차례다.
악마들을 겨누고 있었는데
그 총은
결국
목사를 피하지 못한다.
가슴이 터지는 것처럼 아팠다.
나는 끝내
방아쇠를 당기지 못했다.
몇 분이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 시간은
끝나지 않을 것처럼
늘어져 있었다.
나는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한 채
서 있었다.
결국,
총을 내렸다.
탄창을 빼고
실탄을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자리로 돌아갔다.
내무반에는 여전히
코 고는 소리만
가득했다.
아무도 모른다.
그날 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천사 하나 때문에
악마 여덟이
살아남았다는 것도.
그리고
나는 그날 밤,
끝내
살인자가 되지 않았다.
그날 밤,
당신이라면
방아쇠를 당겼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