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속에 살다 보니
계절은 달력보다 먼저 몸으로 느껴진다.
지금 내 눈앞에는
첩첩한 산과 넓은 들,
그리고 말없이 서 있는 나무들뿐인데,
이곳의 생명들은 이미 봄을 알고 있다.
올해도 시작은 계천 변의
물오른 버들강아지였다.
보드라운 솜털이 올라오자
기다렸다는 듯 꽃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목련이 하얗게 부풀어 오르면
옆에 있던 매실도
슬쩍 그 기척을 따라 피어난다.
달력은 아직 3월이지만
찬 바람은 여전히 옷깃을 파고든다.
몸은 겨울인데,
어딘가는 먼저 풀리고 있다.
이맘때 포도밭에선
조용한 소리가 들린다.
잘려나간 가지 끝마다
맑은 물이 맺혀
툭,
툭,
떨어진다.
그 소리는 유난히 크게 들린다.
감나무와 대추나무는 아직이다.
세상이 환해져도
이 느린 녀석들은 좀처럼 깨어나지 않는다.
곧 막대기라도 들고 가
툭툭 건드려야 할 것 같다.
내게 계절은
언제나 입맛으로 먼저 온다.
들로 나가 달래를 찾았지만
겨울 가뭄 탓인지
헛걸음만 했다.
아쉬운 대로 장터에서 한 줌 사 왔지만
거기엔 내가 찾던 냄새가 없었다.
그건 봄이 아니었다.
냉잇국이 슬슬 물릴 즈음,
입이 먼저 다른 것을 찾는다.
쑥.
씁쓸하면서도
흙냄새 같은 그 향.
그걸 끓이기 시작하면
뱃속이 먼저 안다.
포도나무 끝에서 떨어지던 물소리와
냄비에서 올라오는 김 사이에
어느새
봄이 끼어 있다.
봄은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어느 순간
냄새로
올라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