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자구

by 포도향기

점심때만 되면

형에게서 연락이 왔다.

“밥 먹자구”

길지 않은 말이었는데

이상하게

늘 그 시간에 맞춰 도착했다.

어떤 날은 전화로,

어떤 날은 짧은 문자로.

몸은 떨어져 있었지만

형은 늘 나를 불렀다.

아버지가 없는 자리,

언제부턴가

형이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나는 그걸 알면서도

그냥 받아들이며 살았다.

그 자리가

얼마나 무거운 자리였는지,


그때는 몰랐다.

어린 시절,

형은 늘

해쓱한 얼굴이었다.

배고픔을 못 이겨

나는 들로 뛰어나갔고,

형은 집에 남아

그걸 견디고 있었다.

아카시아 꽃이 피던 날,

똑같이 배가 고팠지만,

나는 꽃을 따느라 정신이 없었고,

가시에 몇 번이나 찔리면서도,

꽃이 많은 가지를

내 쪽으로 당겨주었다.

나는 그것도 모른 채

고개를 들지 않았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나를 보던

그 눈빛.

그때 형이

무슨 마음이었는지,

이제야 알 것 같다.

그래서였을까.


형의 말은 늘

밥 이야기로 시작됐다.

문자를 열어

그 말을 한 번 더 읽다가,

괜히

한참을 그대로 두었다.

지금도 가끔

점심때가 되면

휴대폰을 한 번 더 보게 된다.

울리지 않는 전화벨을

기다리듯.

남아 있는 문자를

다시 열어보고,

그 목소리를

가만히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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