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살고 있어요
추운지, 서늘한지, 미지근한지, 모를 11월 일요일 오후에 카페에서 아메리카노와 샌드위치를 먹었어요. 햇살이 밝게 들어오는 창가쪽 자리에 앉아 좋아하는 영화를 틀고 샌드위치를 한 입 가득 먹었어요. 다음 날 출근을 해야 하는 것도 잊은 채 그냥 그 햇살 가득 들어오는 창문이 좋았어요. 길고양이들이 이따금 햇살 가득 내리는 도로에 몸을 부비고 있는 것이 생각나 하마터면 길고양이에게 다가가 말을 걸 뻔 했어요. 테라스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사람들이 행복해보여 문득 친구가 보고 싶었어요.
지난주에는 새로운 목표를 세웠어요. 정신없이 출근하고 퇴근하고, 무엇보다 빠르게 지나가는 주말을 보내다보니 목표 없이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거든요. 그런데요, 목표 없이 사는 것은, 그러니까 의욕 없이 사는 것은 늙어가고 있다는 것이라고 해요. 나이 먹는 것 말고요. 늙어가는 거. 어쩌면 저는 늙어가는 게 무서웠나 봐요. 그래서 지난주에 정말 문득, 갑자기 목표를 세웠어요. 하고 싶은게 생겼거든요. 그리고 지금은 여러 갈래로 갈라지는 햇빛 아래서 타자판을 두들기고 있어요. 밖은 추운 것도 잊은 채, 그저 지금의 따뜻함을 만끽하고 있어요.
난 요즘 이렇게 살고 있어요. 다시, 세상의 따뜻함을 기다리면서, 그냥 이렇게, 잘 살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