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적인 드라마 하나 보고 상사병같은 향수병 나다
우연히 <Unseen (2023)>이라는 시리즈에 대한 비디오를 보게 되었다. 내용이 흥미로워 인터넷에 뒤지니 원작이 따로 있다고 해서 혹시나 하고 봤더니 두 작품 다 Netflix에 있다고 해서 원작을 먼저 보게 되었다. 정말 간만에 한국말도 영어도 불어도 아닌 영상을 보게 되어 어찌나 반갑던지...
우선 이 작품은 튀르키예 - 예전의 명칭인 터키가 아직도 입에 붙어 항상 곱씹어 생각하게 된다.- 작품이다. 튀르키예 작품은 내 생에 처음이라 가슴까지 두근거렸다. 그러다 혹시나 재미 없으면 어떻하지라는 내 우려가 무색하게 너무 재밌어서 한 숨에 몰아봤다. 보통 범죄 드라마에는 범죄자들이 주인공이라든지 그 반대인 경찰이나 군인들이 혹은 퇴역한 군인, 정보기관 종사자들이 주인공인 일반적인 주인공이 아니라 청소부가 주인공인 것 자체가 신선했다. 그냥 그저 그런 사람이 주인공인데 알고 봤더니 은퇴한 특수군인이라거나 스파이 였었다는 등의 그 흔한 반전도 없다. 진짜 순수하게 청소부 아줌마가 주인공이다. 그런데 남편이 실종되고 그 남편의 실종을 캐고 다니다가 우연히 살인을 저지르게 된다. 그런데 또 우연찮게 계속 살인을 하게 된다. 살인이 일어나니 경찰들은 범인을 잡으려고 혈안이 되고 그런데 청소부가 범인이라고는 일도 생각을 못하고 에둘러 가게 된다. 그 와중에 협박하는 조연도 등장하고 그녀의 과거가 그녀를 사로잡게 되고 여동생하고도 무슨 문제가 있는 거 같은데 미스테리로 남아 있고 여러 가지로 위기감이 집약되니 막판에는 긴장감이 최고조가 된다. 안타깝게도 새드 엔딩이긴한데 간만에 새드 엔딩이라 속 시원하기도 하고 개연성이 있어서 더 좋기도 했다.
보통은 영화 소개를 하게 되면 주인공의 이야기를 풀어 쓴다든지 감독의 다른 작품을 얘기한다든지 하면서 지면을 채워 나가면 되는데 내가 튀르키예 영화계에 대한 정보가 전현 없으니 그것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할 수도 없고 해서 그냥 짧게 글을 쓸까 하다 문득 예전에 내가 봤던 여러 다른 나라들의 - 보통 우리가 보는 영화들이 대부분 한국영화나 미국 영화다 보니 - 영화를 봤을 때 생각이 나면서 여러 영화들이 내 머리를 스쳐 지나가니 얘기를 안 하고 지나갈 재간이 없다. 내가 영화에 관해서는 수다쟁이라....
처음 머리에 떠오른 영화는 독일 영화 <Bandits (1997)>라는 영화이다. 내가 기억하는한은 내가 처음 극장에서 본 독일 영화이다. 90년대 후반에 쏟아져 들어온 수많은 외화들을 나는 스펀지가 물 흡수하듯이 미친듯이 영화관에을 이런 영화들을 소비하러 돌아다녔고 그 중에 아주 오래동안 기억에 남는 영화 중 하나여서 지금까지도 이 영화가 보고 싶어 여러 경로를 찾아 보았지만 불법 다운로드 말고는 방법이 없어 아직까지 다시 보진 못했다. 여성 죄수들의 탈출에 관한 영화이고 여러 캐릭터들의 개성있는 모습과 유명하고 잘 생긴 모델 Werner Schreyer가 <Thelma and Louise (1991)> 영화의 Brad Pitt같은 감초 역할로 깜짝 등장해 내 마음을 설레게 했었다.
그 다음 영화는 덴마크의 <Babette's Feast (1987)>으로 단편을 영화로 만든 경우이다. 어떤 이유에선지는 모르지만 어떤 여인(바베트)이 외딴 마을에 오게 되고 갈 곳이 없었던 그녀는 우연히 마음씨 좋은 자매 할머니들 집에 머무르며 집안일을 돌봐주는 일을 하게 된다. 그러던 중 복권 당첨이 된 그녀는 그녀를 정성껏 돌봐준 그 할머니들에게 만찬을 제안하게 되고 손님을 초대하여 직접 음식을 만들어 대접한다는 아주 간단한 이야기이다. 그야말로 잔잔한 이야기 같지만 중간중간 할머니들의 젊은 시절 이야기 비밀스러운 바베트의 이야기가 들어가고 특히 그녀의 음식을 먹고 반응하는 손님들을 보다보면 감동이 물밀듯이 밀려온다. 나는 원래 이런 영화 취향이 아니라 이 영화가 덴마크 영화가 아니었다면 사실 어쩌면 보지 않았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고마운 친구 하림이 덕분에 -나의 특이한 영화 취향을 알고 자기가 보고 싶은 영화가 있는데 나 아니면 같이 갈 친구가 없다며 보러 간 영화이다.- 이 영화를 보게 되었고 지금까지도 나의 최애 영화 중 하나로 남아 있다. 하림아 고마워~~
여러 영화들이 머리에 떠오르긴 했지만 너무 길면 지루할 것이라 최대한 적당한 시점에서 그만두려고 하는데 자꾸만 내 안의 악마가 "하나만 더 소개해. 하나만 더..." 라고 나를 자꾸 보챈다. 왜냐하면 극장에서 나를 충격의 도가니로 몰아 넣었던 영화같은 시리즈라고 해야하나? 사실 내가 알기로는 시리즈인데 나는 극장에서 보았기 때문에 그렇게 얘기할 수 밖에 없다. 시리즈인 것도 사실 나중에 알게 되었고 하다 보니 처음엔 착각했던 게 사실이다. 또다시 덴마크의 시리즈 그 이름도 유명한 <킹덤 Riget (English Title : The Kingdom)>. 처음 김은희 작가의 <킹덤>이 나왔을 때 아무 정보도 없던 나는 이 덴마크 시리즈를 한국판으로 리메이크했나 살짝 의심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생각하던 것과 많이 달라서 오히려 뿌듯했던 기억이 난다. 어쨌든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 <킹덤> 시리즈는 흔히 생각하는 병원 호러물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이야기도 정교하고 영상의 분위기가 보는 사람을 압도하기 때문에 실제로 공포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딱인 드라마이다. 원래 이 드라마를 보게 된 이유가 덴마크의 유명한 거장 감독 Lars von Trier가 만든 거라고 해서 덥석 보았었다. 이 시리즈가 맘에 들어 이 감독의 다른 영화들을 보고 싶어지신다면 그의 특이한 뮤지컬 <Dancer in the Dark (2000)>를 권한다. 특이한 아이스랜드 가수 Bjork와 영화를 보지 못했어도 제목은 다들 아는 <쉘부르의 우산 Les parapluies de Cherbourg>의 Catherine Deneuve와 함께 작업했는데 고전 뮤지컬 말고 새로운 뮤지컬에 갈증이 난다면 꼭 추천하고 싶다.
그 외에도 인도 영화 <춤추는 무뚜 (1995)>라던지 독일의 <Knockin' on Heaven's Door (1997)> 등도 있다. 물론 취향이 맞지 않아 실망할 수도 있지만 새로운 걸 도전해 보고 싶다면 시도해 보기를 적극 추천하는 바이다.
오늘은 이국 드라마 한 편 때문에 옛날 열혈스럽게 돌아 다니며 영화를 열심히 챙겨 보던 90년대의 내가 너무 많이 생각난 날이다. 지금만큼은 옛날이 너무 그립니다. 그리고 젊음도...
추천 드라마 : <킹덤 Riget (English Title : The Kingdom)>
추천 영화 : <Bandits (1997)>, <Thelma and Louise (1991)>, <Babette's Feast (1987)>, <Dancer in the Dark (2000)>, <쉘부르의 우산 Les parapluies de Cherbourg>, <춤추는 무뚜 (1995)>, <Knockin' on Heaven's Door (19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