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12월 31일에 올해부터는 '나'의 이야기를 꾸준히 써보고자 하였지만, 역시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올해 워킹홀리데이를 떠날 것이라고 계획했는데 이 역시 계획대로 되지 않았고, 어쩌다 보니 J1 비자 인턴이 되었다.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고 해서 좋지 않은 방향으로만 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다시금 몸소 느꼈다.
나는 올해 대학교 마지막 학기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워킹 홀리데이를 가서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막연하게 취업과 관련된 걱정이 새어 나오지 못하게 막고 있었다. 마지막 학기, 마지막 기말고사를 3주 정도 앞두고 어쩌면 아프리카 종단 여행 이후로 다시금 내 인생을 즐겁고 새롭게 만들어 줄 기회를 만났다. 비 오던 날, 그날따라 괜스레 부모님을 따라 드라이브를 하러 나가고 싶었다. 일상 얘기를 주고받다 이내 정적이 흘렀을 때 즈음 스멀스멀 미래 그리고 취직에 관한 불안이 새어 나왔다. 불안을 없애기 위해서 뒷좌석에서 내가 할 수 있었던 건 인터넷으로 취직, 워킹 홀리데이와 관련된 정보를 찾아보는 게 다였다. 그러다 우연찮게 Kmove 홈페이지에서 내 전공과 관련된 해외취업 공고를 보았다.
내 전공은 '사회복지'로 kmove 홈페이지에 일반적으로 공고가 거의 올라오지 않는 전공이다. 공고는 이와 같았다.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 노인분들을 대상으로 홈 케어와 데이케어 서비스를 도와줄 수 있는 인턴을 뽑는 공고였다. 제일 중요한 영어 실력은 최상을 우대하지만 중상이어도 괜찮다고 나와있었고, 무엇보다 사회복지 관련 실습, 봉사 경험 우대라고 적혀있었다. 예전 같았으면 "누군가는 여기 가겠지?", "나도 가고 싶긴 한데 걱정이 앞선다.." "2명 뽑는데 내가 되겠어..?"와 같이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작년 혼자서 4개월 동안 아프리카 종단 여행 이후로 나는 많이 달라졌다. 마감일까지 10일 남았었지만, 도전해 보기로 결정했다!!
워킹 홀리데이를 갈 생각으로 사실 자기소개서나 그 어떤 것도 준비를 해둔 것이 없는 상태였다. 하지만, 미국에 가고 싶다는 열망이 강했는지 마감일 전까지 만족스러운 자기소개서를 마무리하여 제출할 수 있었다. 제출한 서류는 한글 자기소개서와 영문 자기소개서, 이렇게 2가지였다. 사실 서류 합격 연락이라든지 채용 과정이 공고에 명확하게 나와있지 않아 하염없이 연락을 기다리게 될까 두려웠다. 5월 13일 새벽 2시 정도에 모르는 번호로 카톡이 왔다. 사실 한인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이지만 미국 회사라 영어로 연락이 올 줄 알았다.
인터뷰는 2일 후인 15일에 보기로 하였다. 인터뷰는 페이스톡으로 1시간 동안 진행되었고 다행히 예상한 범주 안의 질문을 받았다. 지원 동기, 사회복지 관련 경험, 자기소개서 내용, 2가지 직무 중 잘할 수 있는 직무, 나를 꼭 뽑아야 하는 이유 등의 질문을 받았다. 미국에 있는 곳이다 보니 영어 실력도 테스트를 받았는데, 긴장한 터라 더듬더듬 얘기하였다. 일반적인 면접 이외에는 회사의 업무 사항 같은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세세하게 들을 수 있었다. 면접을 마치고 나서 다시 생각해 보니 면접관님이 긴장을 풀 수 있게 도와주셨던 것 같다. 면접관님이 내가 지원한 회사 사장님이셨는데, 열심히 쓴 자기소개서가 좋은 인상을 남겼는지 내 자기소개서를 보시고 나를 만나보고 싶었다고 얘기해 주셨다. 그중에서도 특히 자기소개서에 작성한 여행과 관련된 글이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다고 생각된다. (원래 면접관이 따로 있는데, 이 시기엔 어떠한 이유로 사장님이 직접 진행하신다고 하셨다)
글을 읽고 있는 모두가 예상했겠지만, 결과는 합격이었다. 정말 가고 싶었기 때문에 합격 문자가 왔을 때 소리를 질렀다. 그때 당시 대학교 기숙사에서 또래상담 프로그램을 사생 대표로 진행하고 있었다. 글을 쓰다 보니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던 같은 방 동생들로부터 진심 어린 축하를 받았던 것이 기억났다. 내가 지방대를 다니지만 "어딜 가든 사람 하기 나름이다"라고 생각하고 그간 열심히 살아왔다. 그러다 보니 지금까지 노력의 결과가 더 만족스러웠던 것 같다.
그렇게 나는 올해 다시 새로운 도전을 앞두게 되었다. 지금도 전공을 살려서 미국으로 인턴생활을 하러 간다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는다. 인터뷰 합격 이후 나는 J1 비자를 받기 위해 여러 과정을 거쳤고 지금은 비자 인터뷰만을 앞두고 있다. 해외 생활 전에 체력과 영어를 준비해야 할 것 같아 요즘 '컬컴'에 나가고 유튜브를 보면서 맨몸 운동을 하고 있다. 아, 그리고 예전부터 배우고 싶던 기타도 영상을 보면서 치고 있다. 이제 출국까지 1달밖에 남지 않았기에 마지막까지 붕 뜨지 않게 자기관리를 하려고 한다.
* 글을 쓰다 보니 작년 여행을 다닐 때부터 글을 썼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여행 어떻게 다녀왔는지 궁금하신 분들은 유튜브에 '이예쓰 세계여행'이라고 검색하시면 확인해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