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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예쓰 Oct 09. 2023

[어쩌다 보니 미국 인턴]

3. 미국 인턴 1달 후기

  1달 동안 지냈던 일들과 생활들은 1문장으로 요약된다. 실감이 안 난다. 1달이 1주일처럼 빠르게 지나간 느낌이다. 정말 많은 일이 있었고 무슨 얘기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일단은 '인턴 생활', '미국 생활' 이렇게 두 가지로 구분해서 얘기해 보도록 하겠다.


 1) 인턴 1달 후기

  사회복지학부를 전공한 나는 전공을 살려 인턴이 되었다. 여기까지는 굿. 하지만 사실 나는 한국의 사회복지시설에서 사회복지사가 클라이언트들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거나 인간적인 소통? 교류를 해야 하는 것에 부담을 느껴왔다. 그래서 사회복지 실습도 복지관이 아닌 NGO에서 진행했었다. 하지만 여기서 내가 부담을 느끼는 업무를 만나게 되었다. 물론 싫어하고 못하는 건 아니지만 나에게는 부담감이 큰 업무라고 항상 생각해왔다. 센터의 업무에 대해서는 나중에 따로 글을 작성하도록 하겠다. 


  정식 출근을 하기 전 맛보기로 2일 짧게 일을 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콜로라도의 높은 고도 때문인지, 아직 적응하지 못한 시차 때문인지 버겁게 느껴졌다. 내가 맡은 직무에서의 역할, 센터에 나오시는 100명가량의 어머님과 아버님의 성함 등 내가 모르는 것들 투성이였다.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과 업무 그 사이에서 뭘 할지 몰라 두리번거리고 눈치 보는 내가 너무 싫었다. 어쩌면 처음 출근한 날부터 너무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부담을 짊어지게 만든 것일 수도 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정식 출근 전 2일을 미리 나와 일하지 않았더라면 업무에 적응하는 게 훨씬 늦어졌겠다 싶다. '미국에 왔다는 부분', '취업을 했다는 부분', '모든 게 새로워 신나는 부분' 등 너무 나를 붕 떠있게 만드는 것들이 많았다. 하지만 그 이틀로 나의 중심을 잡을 수 있었다.


<센터 사진>

  처음에는 어머님, 아버님 성함 외우는 것이 고역이었다. 정자, 정숙, 영자, 영숙과 같은 옛날 트렌드의 이름들 그리고 결혼을 하신 경우 남편의 성을 따라가다 보니 남매인지 부부인지가 헷갈렸다. 하지만 계속해서 이름과 좌석 배치도가 적힌 종이를 들고 다니며 인사드리고 기억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1주일 정도에 자주 나오는 대부분의 어르신들 성함을 외울 수 있었다. 


<너덜 거리는 좌석 배치표>

  다음 난관은 프로그램 진행이었다. 사실 나는 아동을 대상으로 프로그램 진행을 해본 적은 있어도 어르신분들을 대상으로 프로그램 진행은 처음이었다. 게다가 남들 앞에 나서는 걸 조금 어려워하는 성격이 걱정과 스트레스를 많이 만들었다. 안되면 어떻게 해야겠는가. "Just do it." 나이키의 문구처럼 숙소에서 혼자 춤, 율동, 컵타, 치매예방체조 등 앞으로 진행해야 할 프로그램들을 연습했다. 화장실에서도 계속 거울을 보며 "할 수 있다"를 마음에 여러 번 되새겼다. 하지만 첫 프로그램 진행은 엉망진창이었다. 연습한 걸 그대로 다 해냈지만 프로그램 구성, 어르신들의 흥미 유지, 목소리 전달 방법 등 고려 못한 점들이 많았다. 그래도 떨지 않고 실수 없이 끝마쳤다는 점에서 "Just do it"이 가진 힘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그 이후로도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PL(파트 리더) 님이 자신의 색을 찾아보면 좋겠다는 얘기를 하셨고, 남자 선생님들의 체조를 잘 따라 하시니까 운동 프로그램을 해도 괜찮다고 얘기를 해주셨다. 실제로 운동 프로그램을 진행해 보니 어르신들의 호응과 참여도가 이전보다 많이 좋아진 것을 느꼈다. 객관적인 피드백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사실 처음엔 홈 케어로 넘어간 선생님 프로그램 보조를 해보며, 나도 체조를 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처음엔 내가 해볼 수 있는 것들을 다 해보고 싶었고, 너무 쉬운 길로만 가려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자신의 색이 뭔지 찾는 것이 정말 어렵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고민해 봐야 할 부분이다.


  9월 말에는 추석 행사가 있어 추석 행사 준비를 했다. 나는 어쩌다 보니 진행 MC, 풍물놀이 그리고 부채춤을 맡게 되었다. 다른 분들의 경우, 악기를 하나씩 다룰 줄 알아서 밴드 또는 연주를 했다. 여기서 느낀 건 사회에 나가면 생각보다 예체능이 많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미국에 온 첫 주에 바로 하모니카를 구매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추석 진행 MC는 PL 님의 도움을 받아 있는 듯 없는 듯 무사히 넘겼고, 풍물놀이와 부채춤은 성공적이었다. 특히 부채춤의 경우, 행사 전날까지도 연습이 부족하다고 느껴 걱정 한가득이었지만, 당일에 가장 반응이 뜨거웠었다. 행사 당일 좋은 인상을 남겼는지, 추석 이후부터 어머님들께서 많게는 $100까지의 팁을 주시기 시작했다.


 2) 미국 생활 1달 후기

  시차 적응, 건조한 날씨, 콜로라도의 높은 고도가 처음 적응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지금까지 해외여행을 많이 해왔고, 아프리카 종단 여행을 할 때에도 시차로 인해 힘들었던 적이 없는데 이번에는 힘들었다. 새벽에 깨고, 건조한 날씨와 고도 때문에 두통, 인후통 그리고 코피도 자주 났다. 그 외에는 너무나도 큰 미국에서 운전을 못하는 것이 힘들었다. 마트, 식당 등은 걸어서 가기 어려운 위치에 있었고 매니저님들이나 다른 선생님들에게 라이드를 부탁하는 것도 어려웠다. 그래서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페이스북 마켓 플레이스를 통해 중고 자전거를 구매했다. 앞 브레이크가 없는 90$짜리로 나의 9월 출퇴근과 운동 가는 길을 책임졌다. 


<비 오는 날 중고거래 한 자전거>

  홈 케어와 데이케어 직무 둘 중 데이케어는 영어를 전혀 쓸 일 없는 직무이다. 그리고 퇴근 이후 영어를 쓸 기회를 만드는 것이 쉽지 않았다. 모두 차를 타고 다니니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따릉이는 사람들 있는 장소에 가는 것부터 어려웠다. 그래서 언어 교환 앱을 통해 2명의 친구들을 만들었고, 몇 번 같이 놀며 영어를 쓰는 기회를 만들었다. 하지만, 이 친구들과 계속해서 연락을 유지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1년 동안 영어를 어떻게 사용할지가 최대의 난관이다.


  내가 맡은 직무의 특성 때문에 많은 에너지가 쓰이고 강철같은 체력이 필요하다. 이왕이면 영어에 노출되는 운동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고른 운동은 '크로스핏'이다. 한 번도 해본 적 없으며 체육관에 모두 우락부락한 형, 누나들이 자리하는 이미지라 무서웠지만 다니기로 결정했다. 이 결정은 정말 잘했다고 생각하는 게, 운동을 시작한 이후로 점점 덜 지치는 내 모습을 찾을 수 있었다. 첫 달은 자세를 알려주기 위해 pt가 포함되어 있어 주마다 $159가 나갔으며, 다음 달부터는 달에 약 $183 정도 나간다.


  인턴 기간 동안 현재 회사에서 마련해 준 숙소에서 거주하기로 했다. 회사에서 $300은 지원을 해주고, $400만 내면 된다. 숙소는 내 생각보다 훨씬 아늑했고 다른 남자 직원분들과 함께 지내고 있다. 두 매니저님은 숙소에서 '큰아빠', '작은아빠'를 자처하셨고 다른 인턴 분들은 내 또래라 가족 같은 느낌이 물씬 풍긴다. 동갑인 Harry 선생님 덕분에 주말에 차를 타고 이곳저곳 재밌게 잘 돌아다니고 있다. 남자들끼리 있어서 밥은 어떻게 해결하는지 궁금할 수 있는데, 회사에서 남은 반찬들을 싸온다. 음식이 이상하게도 많이 들어오며 한국에서보다 밥을 잘 먹고 있다. 숙소에서 퇴근 후 각자 개인 시간을 보내지만 주말에는 주말에는 다 같이 볼링도 치고, 포켓볼도 치는 등 함께 시간을 종종 보낸다. 주말에 다 같이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어 감사하게 생각한다. 


<남자 직원들과 볼링/포켓볼>

  첫 달에 콜로라도에서 SSN, 운전면허, 은행 계좌도 만들었는데, 어떤 서류가 필요한지와 관련해서도 다음에 글을 쓰려고 한다. 이제 1달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정말 많은 일이 있었고, 아직까지는 지금 생활에 만족한다. 앞으로 어떤 일이 있을지, 내가 어떻게 변할지 지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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