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국적동포의 국내 상속재산 처리 절차

― 해외 시민권자·영주권자의 상속 분쟁 예방 가이드

by 오경수 변호사


LP8YbRt0um.png


1. 해외로 떠난 가족, 그리고 남겨진 재산


누군가 가족 중 한 사람이 외국으로 유학을 가거나 이민을 선택해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취득하는 일은 이제 흔합니다. 국적을 포기하는 일도 병역 회피 등 부정한 목적이 아니라면 사회적으로 비난받지 않습니다. 오히려 개인의 삶의 방향을 존중하는 것이 지금의 시대 분위기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족 중 외국국적자가 있는 경우, 특히 그가 상속인이 될 상황이라면 사정은 조금 달라집니다. 상속은 단순한 재산 문제가 아니라 법률 절차와 문서 요건이 매우 까다로운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2. 사례: 미국 시민권자가 된 아들의 상속 참여 문제


서울 송파구에 거주하던 김정애 씨(가명, 79세)는 지난 봄, 지병으로 별세했습니다. 남편은 이미 10여 년 전에 세상을 떠났고, 자녀로는 2남 1녀가 있습니다. 문제는 장남이 20대 후반에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그곳에서 의사로 일하며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는 미국인 배우자와 결혼해 현지에서 가정을 꾸렸고, 한국에는 장례 참석을 위해 잠시 귀국한 것이 전부였습니다.


김정애 씨의 상속재산은 송파구의 단독주택 한 채와 예금 4억 원가량. 유언은 남기지 않았습니다. 남은 가족들은 협의를 통해 재산을 공평하게 나누기로 했지만, 장남은 장례가 끝나자마자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야 했습니다. 연구 일정이 겹쳐 장기 체류가 불가능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한국 내 상속재산 분할은 진행되지 못한 채 멈춰 버렸습니다.


이 사례처럼 상속인 중 한 명이 외국국적자이거나 해외에 거주하는 경우, 상속재산분할협의가 지연되는 사례는 매우 흔합니다. 민법은 상속재산 분할을 위해 모든 상속인의 서면 합의(협의서 서명 및 인감 날인)를 요구하기 때문에, 단 한 명이라도 협의에 참여하지 못하면 전체 절차가 중단됩니다.




3. 상속의 기본 구조와 배우자의 지위


사람이 사망하면 그 재산은 법이 정한 순위에 따라 상속인에게 이전됩니다. 민법 제1000조 제1항은 상속 순위를 다음과 같이 규정합니다.



① 상속은 다음 순위에 의한다.

직계비속(자녀 등)

직계존속(부모 등)

형제자매

4촌 이내 방계혈족


같은 순위의 상속인이 여러 명이면 그들은 공동상속인이 되며, 법정상속분에 따라 공동으로 재산을 상속합니다. 배우자는 1순위나 2순위 상속인과 공동상속인이 되는데, 상속분 비율은 배우자 1.5 : 자녀 1로 정해집니다. 사례의 김정애 씨는 배우자가 이미 사망했으므로 세 자녀가 공동상속인이 됩니다. 문제는 장남이 해외 시민권자이기 때문에 상속재산분할 협의에 직접 참여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4. 해외 시민권자가 상속에 참여하는 방법


상속재산분할협의서에는 모든 상속인이 직접 서명하고 인감증명서를 첨부해야 합니다. 그러나 해외 거주자나 외국국적자는 한국 인감증명서 제도를 이용할 수 없기 때문에, 이를 대신할 서류가 필요합니다. 이때 필수적으로 준비해야 하는 서류가 위임장(위임서)과 서명인증서입니다. 장남은 한국 내 대리인을 정하고, 그 대리인이 대신 협의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위임장을 작성해야 합니다.


https://www.youtube.com/@%EC%83%81%EC%86%8D%ED%8F%AC%EC%BB%A4%EC%8A%A4




5. 위임장 작성 시 주의해야 할 사항


외국국적자의 위임장은 반드시 다음 요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대리인 인적사항 명시: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연락처 등

위임 목적 구체화: ‘상속재산분할협의 및 관련 서류 제출·서명 등 일체의 행위 위임’

위임 범위 명확화: 상속재산의 특정, 서류 발급, 금융기관 거래, 등기신청 등 구체적으로 기재

날짜 및 자필 서명(또는 날인)


권한 범위가 불명확하면 대리인이 재산처리 과정에서 법적 효력을 인정받지 못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전문가 검토를 거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6. 아포스티유 인증 절차


외국국적자가 작성한 문서는 한국 내에서 효력을 가지려면 공증 및 아포스티유(Apostille) 확인이 필요합니다. 아포스티유란 1961년 「외국공문서 인증의 요구를 폐지하는 협약」에 따른 절차로, 외국 공문서의 진정성을 확인하는 제도입니다. 예를 들어, 장남이 미국에서 공증받은 위임장을 한국으로 보내려면 미국 주정부나 연방정부로부터 아포스티유 인증서를 첨부받아야 합니다. 이 인증이 없으면 한국 등기소나 은행은 문서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한국에서 발급된 문서를 미국·캐나다·영국 등 협약국에서 사용하려면, 외교부 또는 법무부의 아포스티유 확인을 받아야 효력이 발생합니다.




7. 상속재산분할협의 및 등기 진행 절차


필요한 서류가 모두 준비되면, 국내 대리인은 다른 상속인들과 함께 상속재산분할협의서를 작성합니다. 이 협의서는 상속재산을 어떤 방식으로 나누겠다는 가족 간의 공식적인 합의문서로서, 이 서류 없이는 등기나 예금 인출 등 실질적인 상속 처리가 불가능합니다. 서류 준비는 생각보다 복잡합니다. 상속 절차에 필요한 모든 문서가 법적으로 구비되어야 하며, 각각의 용도와 발급 주체가 명확히 구분됩니다.


먼저 피상속인(사망자)에 대한 서류로는

제적등본과 가족관계증명서, 혼인관계증명서, (친양자)입양관계증명서가 있습니다.


제적등본은 2008. 이전 상속인 존재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문서로, 가까운 주민센터나 시군구청에서 발급할 수 있습니다. 다만 제적등본은 출생부터 2007.12.31.까지 피상속인 이름이 기재된 제적등본 전부를 발급해야 합니다. 가족관계증명서는 상속인의 범위를 확인하기 위한 서류로, 누가 법정상속인인지 명확히 드러내는 역할을 합니다.


다음으로 모든 상속인은 각자의 기본증명서, 가족관계증명서, 인감증명서(또는 본인서명사실확인서)를 제출해야 합니다. 여기서 외국국적자 또는 해외거주자는 인감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없으므로, 현지 공증기관의 서명인증서를 대신 제출합니다. 이때 반드시 아포스티유 인증서가 첨부되어야 하고, 한국어 번역문 또한 공증을 받아야 효력이 인정됩니다.


또한 상속 대상이 되는 재산을 특정하기 위해

부동산의 경우 등기부등본, 금융재산의 경우 예금잔액증명서

등을 미리 준비해야 합니다. 이 자료들은 상속재산분할협의서에 기재될 내용의 근거가 되며, 상속재산의 실제 가액을 산정하는 데도 사용됩니다.


이와 함께 위임 관련 서류도 중요합니다. 특히 해외 거주자가 있는 경우, 대리권을 명확히 증명할 수 있는

위임장, 대리인 신분증 사본, 그리고 아포스티유 인증서

가 반드시 첨부되어야 합니다. 이 세 가지가 갖춰져야 국내 대리인이 상속협의와 관련된 모든 행위를 법적으로 유효하게 수행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각각의 서류는 단순한 형식 요건이 아니라, 상속재산 분할과 등기 이전의 효력을 인정받기 위한 핵심 증빙 자료입니다. 따라서 한 가지라도 누락되거나 번역·공증 절차가 부실하면 서류 전체가 반려될 수 있습니다.


서류가 완비되면,
상속인 전원이 서명한 상속재산분할협의서를 등기소에 제출하여 상속등기 신청을 하고, 동시에 금융기관에 상속예금 지급 청구를 하여 예금 등 금전 재산을 정리하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이 절차는 약 1~2개월 정도 소요됩니다. 그러나 해외 서류의 아포스티유 발급, 번역 공증, 국제우편 왕복 등을 고려하면 실제 기간은 3개월 이상 걸릴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외국국적자가 포함된 상속 절차를 진행할 때는 가능한 한 사전에 서류를 준비하고, 일정 여유를 두는 것이 좋습니다.




8. 실무상 자주 생기는 문제점


위임장 번역 불일치 공증된 번역문이 원문과 다를 경우 서류가 반려됩니다. 반드시 공인 번역인이 작성하고 공증을 받는 것이 안전합니다.

아포스티유는 협약국 간 필수 절차이므로, 누락 시 문서 무효. 현지 행정기관(주정부, 영사관 등)에 사전 확인 필요.

상속세 신고 누락 외국국적자라 해도 한국 내 재산을 상속받으면 국내 상속세 납부의무 발생. 상속 개시일 다음 달 말일부터 6개월(해외 거주자는 9개월) 내 신고 필수.

현지 주소 불일치 여권과 주민등록 말소기록, 영문 주소가 다를 경우 서류 불인정 사례 다수.




9. 전문가 조언의 필요성


외국국적동포가 포함된 상속은 국내 상속법·국제사법·공증법이 얽혀 있는 복합 절차입니다.
단순히 상속협의서를 작성하는 차원을 넘어,


위임권 유효성,

문서 인증 절차,

세무신고,

등기 변경 등 다양한 법적 검토가 병행되어야 합니다.


특히 상속세·양도소득세와 같은 세무 문제는 국적 여부와 관계없이 발생하므로, 법률전문가와 세무전문가의 협업이 필요한 영역입니다.




10. 마무리 조언


김정애 씨의 사례처럼, 상속인 중 한 명이 해외에 거주하거나 외국국적자라면 절차가 복잡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필요한 서류를 미리 준비하고, 전문가의 조력을 받는다면 국내 재산 상속 절차도 충분히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습니다.


<핵심 요약>

모든 상속인의 합의가 있어야 상속재산분할협의가 유효

해외 상속인은 위임장과 서명인증서, 아포스티유 인증으로 참여 가능

서류 누락·번역오류·기한 지연은 절차 무효 사유가 됨

전문가 조력을 통해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음


상속은 단순한 재산 이전이 아니라 가족 간 신뢰와 합의의 절차입니다. 절차를 정확히 이해하고 준비한다면, 외국에 있는 가족이라도 공정하고 안전하게 상속을 마무리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전문가 도움이 꼭 필요하다는 점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가사상속_번호배너3-2.jpg


keyword
작가의 이전글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소송 완전가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