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생부인의허가심판청구, 전남편에게 알리지 않는 방법
오늘은 이혼 후 출생신고 문제로 고통받는 경우를 살펴보고 이런 상황을 효과적으로 극복하는 방법에 관해 살펴보려고 합니다. 이미 이혼했는데 출생신고로 힘든 일이 도대체 뭐가 있을까 싶은 분도 있을 텐데요. 우리 주변엔 이런 문제로 괴로워하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사례를 통해 찬찬히 알아볼까요.
안양에 거주 중인 소영 씨(30세, 학원강사)는 얼마 전 예쁜 여자아이를 출산했습니다. 힘든 상황에서 낳은 아이라 소영 씨에게도 아이 아빠에게도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존재였습니다. 그러나 소영 씨는 출산한 지 일주일이 지나도록 출생신고를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주민센터에서 신청이 반려되었기 때문입니다.
처음에 소영 씨와 아이 아빠는 담당 공무원의 말을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전남편이 아이 아빠로 추정된다는 말이었습니다. 이혼한 지 이미 수개월이 지났고 게다가 현재 아이 아빠와 혼인신고까지 한 상태인데 도대체 왜 전남편이 아이 아빠로 추정된다는 걸까요. 소영 씨는 답답하기만 했습니다.
민법 제844조는 남편의 친생자의 추정 규정으로 ‘아내가 혼인 중에 임신한 자녀는 남편의 자녀로 추정한다.’ (제1항) 라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법적 부부 사이에서 아내가 혼인 중에 임신하면 그 아이는 일단 남편의 아이로 본다는 말인데요. 이 조항은 사실 (누군가를 괴롭히기 위함이 아닌) 아이의 법적 지위를 보장하기 위해 도입된 규정입니다. 안타깝게도 이 규정으로 이혼 후 출생신고 문제가 생기고 있긴 하지만 말이죠.
엄마와 아이 사이는 출산이라는 엄청난 사건으로 연결되어 있으므로 모자 관계의 확정이 별도로 필요한 일은 거의 없습니다. 출산 전부터 이후까지 과정을 누군가는 반드시 보게 되고, 개입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없는 출산을 만들 수도 없지만, 부정한다고 출산 자체가 없는 사실이 되지도 않습니다. 출산이라는 사건만으로 모자 관계는 확정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부자 관계는 좀 다릅니다. 출산이라는 사건이 부자 관계까지 확정해줄 수는 없습니다. 유전자 검사를 통해 DNA를 비교해보기 전까지 아무도 모릅니다. 물론 엄마는 알고 있을 수도 있으나 엄마의 말 역시 오염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고요. 즉, 아이가 태어나도 부자 관계는 여전히 찜찜한 상태로 남을 수 있는 겁니다. 의심하려고만 든다면 말이죠.
만약 민법 제844조와 같은 규정이 없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일단 아버지를 비롯한 누구라도 아이의 존재에 관해 의심하기 시작하면 그 아이는 아버지 없는 상황에 맞닥뜨리기 쉽습니다. 아버지가 출생신고를 거부하면 방법이 없으니까요. 둘 사이가 과학적 근거로 밝혀질 때까지 아이는 신분상 불안한 처지에 놓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법은 친생추정 규정을 두고 있는 겁니다.
그렇다면 소영 씨가 아이 출생신고를 위해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그건 바로 친생부인의 허가 심판청구를 통해 친생추정 효과를 없애는 겁니다. 그 심판문과 확정증명서가 있어야만 아이 친부를 아빠로 하는 이혼 후 출생신고가 가능하다는 말입니다.
민법 제844조 제3항에 따르면 혼인관계가 종료된 날부터 300일 이내에 출생한 자녀는 혼인 중에 임신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소영 씨가 전남편과 이혼한 지 300일이 지나기 전에 아이가 태어났고, 이는 ‘혼인 중 임신’으로 추정되므로 전남편이 아이 아빠로 추정되는 겁니다.
친생추정을 없애기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친생부인의 소(846조)를 제기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혼 후 300일이 지나기 전에 아이가 태어난 때에는 지난 2017. 새로 도입된 친생부인의 허가 심판청구에 따라 친생추정을 부인하면 됩니다. 이 제도는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판결에 따라 시행되었는데요. 전남편을 직접 당사자(피고)로 진행해야 하는 친생부인의 소와 달리 제출된 서류만으로 재판장이 결정을 내리는 ‘비송’절차라 기간과 절차가 다소 간소화됐다고 보면 됩니다.
다만 현재 친생부인의 허가 심판청구는 비송 절차임에도 불구하고 (임의 절차인) 전남편에 대한 의견 청취를 마치 의무 절차인 듯 운용하고 있는 재판부가 많다는 점은 여간 안타깝지 않습니다. 그 원인이 결국 전남편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 보장 차원이라는 점도 허탈하기만 한데요. 이미 이혼한 부부 한쪽 당사자의 민사상 손해배상청구를 위해 법원이 의견청취 절차를 굳이 거쳐야 하는지도 의문이지만, 그로 인한 대가가 아이 출생신고의 지연이라는 사실은 그야말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과연 이제 막 태어난 아이의 출생신고를 늦춰가면서까지 전남편의 민사상 손해배상청구권을 보장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소영 씨는 이혼 후 출생신고 문제 해결을 위해 아이가 출생한 지역 관할 가정법원에 친생부인허가심판청구를 제기해야 하는데요. 앞서 말씀드린 대로 이 과정에서 전남편에 대한 의견청취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만약 그 절차를 생략하고 싶다면, 혹은 절대 전남편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때에는 반드시 전문가에게 미리 상의 후 청구 절차를 진행해야 합니다.
이혼소송에 이르기까지 기간을 고려할 때 전남편에게 손해배상청구권이 인정되는 경우는 오히려 드물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전남편이 입은 손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출산 사실이 알려지면 불필요한 갈등이 생기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런 문제는 감정의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을 피하고 싶다면, 그리고 하루라도 빨리 아이 출생신고를 하고 싶다면 반드시 이 분야에 대한 충분한 경험과 실력을 갖춘 전문가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점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