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Remind Türkiye

매듭짓기

by 우아한 우화



튀르키예에서 케냐로 향하는 비행기는 생각보다 작았다.

난생처음 비행기 안에서 따뜻한 공기를 느껴보았는데 이 따스함이 메스꺼웠다.

옆좌석에 앉으셨던 선교사님은 약 한 시간가량을 기내에 비치되어 있는 봉투에 얼굴을 묻고 계셨다.

기내 공기는 약간 쌀쌀한 게 맞는 것 같다.


케냐에 도착하니 비가 억수로 쏟아지고 있었다.

출발할 때도 애매한 시간이더니 도착 시간도 눈뜨기 힘든 시간이었다.

대기하고 있던 버스를 타고 교회에 도착하니 새벽잠 많은 남편이 마중 나와 있었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더 잘 지내고 있었고 힘든 건 남편뿐이었던 듯싶다.

나는 이제야, 마침내, 진정한 자유부인의 반열에 한 발 내딛게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올리브 이야기


가이드님께서 해주신 올리브 나무 이야기는 할아버지가 손주가 태어나면 올리브 나무를 심는다는 이야기였다. 올리브나무는 보통 열매를 맺기까지 40년이 걸린다고 하니 그 열매를 할아버지가 먹을 수 있을지 없을지는 알 수 없지만 후손을 위해 심는 것이다. 나도 무언가를 심어야 할 텐데 무엇을 심을 수 있을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나를 위한 것이 아닌 다음 세대를 위한 것, 내가 할 수 있는 것, 그것을 여전히 찾고 있다.


겨자씨 한 알


국내선을 타고 바라본 네비쉬히르는 단단한 베이지의 굴곡진 산맥을 가진 광야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커다란 집들이 네모난 상자처럼 보이는 것을 보면서 하나님 보시기에 우리는 정말 겨자씨 한 알만큼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므로 겨자씨 한 알 만큼의 믿음은 사실 온몸으로 온전하게 믿는 것을 말하는 게 아닐까?


모순


여행기간 동안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던 단어이다. 잔인한 자비, 거룩한 부담, 고난이 축복이라는 말들, 어째서 하나님은 모순의 하나님이 되었는가? 이곳도 모순 투성이다. 핍박할 때는 언제고 그 유산으로 돈을 벌고 있다. 그래놓고 여전히 믿지는 않는다. 바울의 아버지는 큰 자가 되라는 뜻으로 사울이라는 이름을 지어줬지만 하나님께서는 바울이라는 작은 자라는 의미를 가진 이름을 주셨다. 그러나 그는 하나님의 뜻을 위해 큰 발자취를 남겼다. 둘러본 교회들은 어떠한가? 경제적 번영에도 불구하고 영적 가난함에 허덕였고, 핍박과 가난 속에서는 굳건하고 부요한 믿음 안에 머물렀다. 왜 이토록 모순적인가? 우리의 죄성 때문인가??


keyword
작가의 이전글Remind Türkiy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