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도 잘하고 싶었고 엄마도 잘하고 싶었다

자책은 짧게, 시스템은 단단하게

by 루이보스J

일이 바빴다는 말은 구차한 변명조차 되지 못했다.

그 영재 프로그램은 지난 해 아이가 스스로의 실력으로 당당히 문을 두드린 곳이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합격의 기쁨을 만끽하며 자부심을 느끼던 아이의 반짝이는 눈빛을 기억한다. 프로그램 수료식때도 기대하지 않았던 우수상까지 받았다.


해마다 새롭게 진행되는 프로그램인데, 올해는 순전히 나의 부주의로 하루 차이로 시험 신청을 놓쳐버렸다.


워킹맘으로서 완벽하진 않아도 적어도 낙제점은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착각이었다. 나는 그 허들을 넘지 못한 채 고꾸라졌다.


미안하다며 고개를 숙이는 나를 향해 아이는 오히려 따뜻하게 다독여줬다.


“괜찮아요 엄마. 내년에 또 기회가 있잖아요.”

그 다정한 말이 오히려 가슴에 박혔다. 아이의 예기치 못한 성숙함은 내가 얼마나 허술했는지를 더욱 선명하게 비추는 거울이 되었다. 그날 밤, 잠을 설쳤다. 이미 엎질러진 물임을 알면서도, 스스로에게 화가 나고 아이에게 미안해 결국 어둠 속에서 눈물을 쏟고 말았다.


감정에 매몰되어 있을 수만은 없었다. 결국 남는 질문은 하나였다.


‘어떻게 하면 다시는 이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인가.’


이제 필요한 것은 모호한 반성이 아니라 명확한 기준이었다. 내 삶에서, 일하는 엄마로서 결코 타협하지 않을 것들, 나만의 Non-negotiables를 세우기로 했다.


My Ten Non-negotiables


1. 기억을 믿지 말고 시스템을 믿는다: 아이 관련 일정은 뇌가 아니라 캘린더와 이중 알림이 관리하게 한다.

2. 아이의 성장은 유예할 수 없다: 아이의 행복과 웰빙은 성인이 될 때까지 그 어떤 성취보다 우선순위에 둔다.

3. 돈보다 시간을 선택한다: 돈은 다시 벌 수 있지만, 아이와 함께하는 ‘지금 이 순간’의 시간은 결코 돌아오지 않는다.

4. 체력은 모든 일의 기반이다: 운동은 이틀 연속 쉬지 않는다. 체력이 무너지면 인내심도, 판단력도 무너진다.

5. 몸과 마음에는 최상만 들인다: 음식, 정보, 관계에 이르기까지 나와 아이에게 이로운 것만 허락한다.


6. 감정 소모적인 관계는 과감히 정리한다: 타인에게 친절하되, 내 에너지를 갉아먹게 내버려 두지 않는다.


7. 피곤할 때 중요한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 흐려진 판단력의 대가는 결국 가족의 몫으로 돌아온다.


8. 완전한 몰입의 시간을 확보한다: 단 10분이라도 아이에게 온전히 집중하는 밀도 높은 시간을 갖는다.


9. '나중에'라는 단어를 삭제한다: 중요한 일은 그 즉시 실행하거나 시스템에 입력한다.


10. 후회의 가능성을 방치하지 않는다: 이미 겪은 실수는 한 번으로 충분하다. 두 번은 없다.


완벽한 엄마란 있지도, 될 수도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같은 자리에서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며 주저앉아 있는 사람으로 남을 생각은 더더욱 없다.


자책은 짧게, 시스템은 단단하게!



표지사진: Unsplash_Adri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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