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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이보스J Jun 04. 2024

고유하게 존재하는 자는 늘 시간이 있다.  

<하루키와 시간의 향기> 시간을 내어 시간을 생각하다.


휴대폰의 날짜가 '1'로 바뀌었다.

벌써 6월이라고?


시간이 나와 단거리 경주를 하기라도 하는 걸까.  

나를 저만큼 뒤로 하고 혼자 내달리고 있는 느낌이다.

달력을 꺼내 지난 5개월을 어떻게 보냈는지

돌이켜본다.


#주파수 맞추기 

어떤 날은 시간이 열매를 맺지 못하고

모래알처럼 흩어져 버렸다  


어떤 날은 혼자이든, 누군가와 함께한 시간이든

충만감으로 가득했다.  주파수를 잘 맞춘 날들이었다.

혼자 있을 때에도 스스로에게, 함께할 때도 내 눈앞에 또는 전화기 저편의 그 누군가에게 정성스레 주파수를 맞춘 날들 말이다.  

 

그 순간에 온전히 몰입하면 시간의 무게가  사라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현재에서 분리되지 않기 때문에 상실감이나 서두름도 없다.  


#’~할 시간이 없다 ‘는 거짓말

지난 5개월간  분주하게 보내며

많은 일들을 미뤘다.


아이 치과/안과 점검

가족 겨울 여행 비행기 예약

친정식구들과 여행

연락이 닿은 고등학교 은사님 찾아뵙기

통역 용어집 깨끗하게 정리

한 <->영 숫자 전환 연습

피아노/수영 연습

기본 프랑스어 익히기

식탁 의자 바꾸기 등등


‘시간이 없었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어떨 때 쓰는 말인지 이미 너무나 잘 알고 있다.


1)‘시간을 내서 할 만큼 내키지 않는다’

또는 하고 싶긴 하지만

2)‘다른 일들에 우선순위가 밀린다’는 뜻이기에.


# 가장 비싼 ‘시간’으로 얻는 자유

" (인세에 관한 질문에) 맞아요. 꽤 올랐어요. 믿을지 모르겠지만 난 돈에 욕심 없어요. 이런 평범한 옷과 자전거, 시계만 있으면 돼요. 이유 없이 비싼 건 좋아하지도 않고, 필요하지도 않아요. 자유를 사고 내 시간을 사요. 그게 가장 비싼 거죠. 인세 덕에 돈을 벌 필요가 없게 됐으니 자유를 얻게 됐고, 그래서 글 쓰는 것만 할 수 있게 됐죠. 내겐 자유가 가장 중요해요"
-무라카미 하루키 인터뷰 중


보통 ‘부자’들이 선망의 대상이 되는 것은 단지 돈이 많아서뿐이 아니다.  결국 우리가 부러워하는 것은 그들이 누리는 ’ 시간의 자유‘에 있다.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시간

있고 싶은 곳에 있을 수 있는 시간

함께 하고 싶은 사람과 보낼 수 있는 시간


그런데 과연 부자들만이

이런 ‘시간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것일까?


사실 ‘돈 부자’와 ‘시간 부자’가 늘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그간 국내 여러 대기업에서 통역사로 일하면서 수많은 임원들을 보았다.  수억 대 또는 수십억 대의 연봉을 벌어들이는 고소득자들이지만 안타깝게도 대다수는 인생을 ’ 향유‘할 시간이 없어 보였다.  한 밤중이든,  꼭두새벽이든 시도 때도 없이 임원들의 이메일이 들이닥친다고 볼멘소리를 하는 실무진이 있는가 하면,  ’ 잠도 없이 일에 매달리니 임원이 된 거 아니겠냐 ‘며 대단한 분들이라고 칭송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결국 ‘내 시간을 만들어내는 사람’이 ‘시간 부자’다.


#이미 충분해

시간을 내어 가만히 시간을 바라보니

내겐 이미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

늘 모자라다고 생각하고 ‘비싼’ 시간을 사려고

스스로를 몰아세웠을 뿐.


소위 말하는 ‘부자’ 대열에 낄 정도는 아니지만

적다고도 할 수 없는 수입이 있으니,


소중한 시간을 내어주면서까지

있고 싶지 않은 곳에서

하기 싫은 일을 하며

함께 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을 견뎌 낼 필요가 없다.


귀한 시간을 내어줄

우선순위를 세밀하게 정하고

시간의 ‘향기’를 음미하며

한가한 시간 속에 머무르며

스스로와 그리고 소중한 사람들과

마음의 주파수를 맞출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한 것을.

 

고유하게 존재하는 자는, 말하자면 늘 시간이 있다. 그가 항상 시간이 있는 것은 시간이 곧 자기 이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기 때문에 시간도 잃어버리지 않는 것이다.
  - 한병철 <시간의 향기>

표지사진: Unsplash

#시간#무라카미#하루키#돈#부자#시간의 향기#한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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