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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이보스J May 15. 2024

넌 참 이기적이구나

남을 자신의 바람대로 살게 하려는 마음이 이기심이다.

 

이기적: 자기 자신의 이익만을 꾀하는 것 (네이버 사전)


지금껏 살면서 ‘이기적’이라는 말을 적어도 몇 번은 들었을 텐데 두 가지 기억만이 선명하게 남아있다.


#1 ”넌 참 이기적이구나 “


고 3 겨울, 대학 합격 소식 후에 두 살 터울의 오빠한테 들은 말이다.  비난조가 아니라 부러움이 섞인 자조였다.  스스로에 대해 책망으로 축축하게 젖은 마음을 감추기에는 오빠의 눈망울은 너무 맑고 컸다.


 아빠는 매사에 나름의 신념이 확고한 분이었다.

대학 진학에 대해서도 그랬는데 일찌감치  우리에게 두 가지를 원칙을  천명하셨다.


“내 사전에 재수는 없다.”

“SKY가 아니면 서울로 보내지 않는다.”


오빠는 서울의 모 사립대학에 붙어놓고도 아빠의 원칙에 따라 집 앞의 국립대 법학과에 들어갔다.  반면 나는 SKY도 아닌 학교에 붙었지만 내 뜻대로 상경했다.  아빠의 원칙을 잘 알고 있었지만 그 원칙은 아빠의 소신일 뿐 고정 불변한 그 무엇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모교의 푸르른 캠퍼스

 나 역시 일찌감치 ’ 서울 신촌에 있는 대학에 가겠다 ‘는 목표를 세웠고 (사춘기 시절, 두꺼운 책을 끼고 신촌을 누비는 대학생 모습이 강렬한 로망이었다.) 목표를 달성했으니 ‘실행’을 앞두고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아들도 아닌 딸이 서울로 가겠다고 하니 부모님은 염려하셨다.  장학금까지 준다는 국립대 영어교육과를  나와서 선생님 하면서 곁에 있어주면 좋겠다는 바람이셨지만 이내 내 뜻을 존중해 주셨다.


사실, 아빠의 원칙은 선언적인 것일 뿐 자식의 뜻을 꺾으시는 분이 아니었다.  오빠는 이를 뒤늦게 깨달았다.


#2 “넌 어쩜 그렇게 이기적이니”


남편은 나를 원망했다.  아이가 15개월쯤 되었을 때 항상은 아니지만 주말은 물론 휴일에도 쉬지 못하는 일을 맡게 되었을 때 들은 말이다.  가족과 아이가 더 중하다는 남편의 관점은 충분히 이해가 됐다. 하지만 나에게는 일과 커리어도 가족에 못지않게 중요할 수 있다는 가치관의 ‘차이’를 그는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았다.  (가족에 쏟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비로소 다시 평화가 찾아왔다.) 그 시절 나를 힘들게 했던 것은 긴장감이 이어지는 격무의 연속이 아니라 가까운 사람에게 ‘그래, 너는 다를 수 있지’라는 한 마디  듣지 못함, 끝끝내 이해받지 못함에서 오는 서러움이었다.  거기에 더해 '내가 정말 이기적인가? 스스로에게 되물으며 쓰라려했다.  



사실 살면서 누군가가 ‘이기적’이라고 느낀 적이 많지 않아 '이기적'이라는 지적이 낯설었다.  내가 다른 사람보다 관대해서 아니다. (그러면야 좋겠지만) 누구든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자신의 원하는 방식으로 삶을 이끌어가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내가 너의 ‘이기적일’ 자유를 존중하는 만큼,
나의 ‘이기적일’ 자유도 존중해 달라는 의미에 가깝다.


그래서인지 누군가 다른 사람을 ’ 이기적‘이라고 말할 때, 이기적이라고 지목된 사람이 아니라 그 말을 한 사람에 오히려 주목하게 된다.  ‘이기적’이라고 비난하며, 타인을 ’ 통제하고 획일화‘하려는 건 아닌지.  


‘이기적’이라는 말을 들었다면 움찔하지 말자.

‘자기 자신만의 이익만을 꾀하는 것’이라는 사전적 의미로 항상 쓰이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어쩌면 ’ 이기적‘이라는 말은 누군가의 눈에는 얄미울 정도로 '스스로 원하는 방식대로 당당하게 삶을 꾸려나가고 있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Selfishness is not living as one wishes to live,

it is asking others to live as one wishes to live. "


"자신의 바람대로 살고자 하는 마음은 이기심이 아니다.

남을 자신의 바람대로 살게 하려는 마음이 이기심이다."


오스카 와일드


표지사진:사진: UnsplashRommel Davila

#오스카와일드#명언#이기심#주체#myway#신촌#꿈#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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