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식당 고용주와 고용인 관계도 골이 깊다. 72번 글의 마스터와 세입자 관계와 마찬가지로, 고용주와 고용인도 애초에 친해기가 힘든 관계다. 하지만 특히 한인 식당의, 한인 워홀러들과 한인 고용주 사이에는 유난히 깊은 갈등과 반목이 계속되고 있다.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취득하고 호주에 정착한 한국인들 중, 음식점을 여는 이들이 있다. 한국인 사장이 운영하는 곳은 대부분 초밥집이나 한식집이고, 가끔 서브웨이같은 곳도 있다. 만일 한식집이거나 초밥집이라면, 음식점의 컨셉과 이미지를 고려하여 동양인을 고용한다. 동양인 중에서도, 공급이 넘쳐나고 말 통하는 한국인 워홀러를 쓰면 된다.
악덕 한인샵 중, 면접 보러 온 워홀러를 일부러 10~15분 정도 가게 밖에 세워두는 경우가 있다. 지원자의 근성을 보기 위해서라나. 정확한 통계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워홀러 사이에서는 한인샵이 근성 테스트를 한다는 말이 기정사실처럼 되어 있다. 그리고 한인샵은 애초에 시급이 낮다. 워홀러 중 처음부터 한인샵에서 일하겠다고 결심하고 호주에 도착한 이는 없다. 다들 외국인 고용주, 외국인 동료들과 일하는 모습을 꿈꾼다. 그러나 일이 구해지지 않고 돈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한인샵에 지원하는 것이다. 주된 구직 실패 원인은 영어 실력이다. 그렇다면 어차피 영어 못해서 여기 아니면 갈 곳도 없으니, 시급을 낮게 후려치고 부려먹는다. 악덕 한인 고용주는 낮은 시급은 물론, 일하면서 폭언도 서슴지 않는다.
악덕 고용주가 있다면, 악덕 고용인도 있다. 착했던 고용주가, 계속되는 악덕 고용인(워홀러)들로 인해 흑화해서 변할 수도 있다. 악덕 고용인은 상습적 지각, 근무 태만, 기물 파손, 정 안되면 마지막에 '잠수 타기' 등의 행보를 보인다. 이는 워홀 비자의 특성, 그리고 워킹홀리데이를 떠난 이들의 근본적 마음가짐과 관련이 있다. 어쨌든 이런 식으로 악덕 고용인이 반복적으로 출몰하면, 고용주 입장에서는 날카로워질 수밖에 없다. 호주에 정착했다곤 하지만, 결국 고용주도 먹고살아야 한다. 고용주도 영주권을 따기 위해서 갖은 고생을 겪었을 것이며, 이제야 간신히 본인 소유의 상점을 내고 숨통이 트이려 한다. 어서 돈을 벌어 그동안의 손해를 만회해야 하는 시점에, 자꾸만 탈주하고 가게 운영을 방해하는 악덕 고용인의 존재는 참을 수 없다.
결국, 악덕 고용주와 악덕 고용인의 악순환은 반복된다. 그들은 전체 고용주와 고용인 중에서 소수이지만, 그 소수로 인해 전체가 피해를 본다. 선했던 고용주도 악해지고, 선했던 고용인도 악하게 변한다. 선하게 다가갔는데 배신당하고 데이면, 사람에 대한 신뢰를 잃고 복수심에 불탄다. 결국 아무도 믿지 않음으로써, 이전에 겪었던 마음의 상처를 반복하지 않으려 방어적 태도로 바뀌는 것이다.
선한 고용주와 선한 고용인이 만나, 같은 한국인끼리 단합하고 정을 주고받으며 즐겁게 워홀 생활을 하다가 돌아가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인복에 모든 것을 기댈 수는 없다. 또 인복을 기대하려 할라치면, 한인 워홀러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후기들이 한인샵의 적나라한 모습을 그대로 폭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