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 - 운전

by 하얀 얼굴 학생

그와 캠리는, 브리즈번 남쪽의 유명한 관광지인 골드코스트로 향한다.


브리즈번 주변에는 두 곳의 유명한 관광지 해변이 있다. 골드코스트와 선샤인코스트다. 브리즈번에서 골드코스트는 남쪽으로 77km, 선샤인코스트는 북쪽으로 100km 거리다. 두 해변 모두 브리즈번 도심에서 차로 1시간 정도 거리에 위치해 있다. 브리즈번에서 살며 차를 가진 사람들은, 주말 등을 이용해서 두 해변 중 하나로 놀러 가곤 한다. 워홀러들 사이에서도 골드코스트와 선샤인코스트는 유명하다.


그는 남쪽으로 방향을 잡았기 때문에, 북쪽에 위치한 선샤인코스트는 나중을 기약한다. 골드코스트에서 하루 정도 묵으며, 해변과 주변을 돌아볼 계획이다. 마침 그에게 청소일을 주었던 매니저가 골드코스트에서 잠시 만나자고 한다. 매니저는 골드코스트에도 청소 Site를 갖고 있어서, 브리즈번과 골드코스트를 오가며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처럼, 호주에서도 차로 1시간 정도의 거리를 통근하며 지내는 사람들이 있다.



브리즈번에서 골드코스트까지 77km, 구글 맵으로 52분이 나온다. 그는 운전을 조심해서 하기 때문에, 1시간 정도 걸릴 것이다. 그가 이 정도의 거리를 혼자서 운전하는 것은 처음이다. 고속도로를 진입해서 계속 가다 보니, 조금씩 긴장이 풀린다. 직접 운전을 해보니 별 것 아니다. 신나기도 하고, 운전 실력이 늘어간다는 생각에 기쁘다. 그런데, 조금씩 졸음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그는 학생 시절부터 잠이 꽤 많은 편이었다. 중고등학교에서도 쉬는 시간마다 책상에 엎드려서 자고, 대학교 도서관과 강의실에서도 틈만 나면 잠을 자곤 했다. 호주에서는 홀로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에, 출퇴근 시간을 지키려 애쓰다 보니 이를 잊고 있었다. 고속도로이기 때문에 그의 캠리는 시속 100km 가까운 속도로 달리고 있다. 운전대를 잡고 있지만, 눈이 너무나도 무겁다. 눈꺼풀이 자꾸만 스르륵 감긴다.


그는 공장에서 한 외국인 동료와 Truck Driver 직업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외국인 동료는 직접 그 일을 해보았다며, 너무나도 쉽고 편안한 직업으로 묘사한다. 동료는 트럭에 짐을 실을 때만 힘들었다고 한다. 일단 짐을 싣고 나면, 운전석에 편안하게 앉아서 운전만 하면 된다. 몸이 힘들지도 않고, 좋아하는 음악을 신나게 들으며 몇 시간 동안 운전만 하고 돈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그는 외국인 동료의 말을 들으며, Truck Driver 일을 하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한다.


이는 섣부른 상상이었다. 고작 77km, 1시간 거리를 운전하는데도 졸려서 쩔쩔매는 그다. 물론 아직 장거리 운전 경험이 많지 않아, 운전 시 졸음에 대한 내성이 덜 형성되어 있기도 하다. 하지만 그는 졸음에 대한 경험이 많다. 운전하면서 쏟아지는 이 졸음은, 꽤나 강력한 녀석이다. 그는 자신이 Truck Driver 직업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고 판단한다. 이렇게 생각하니, 화물트럭 운전기사 및 장거리 운전을 해내는 많은 사람들이 갑자기 존경스럽다.



무거운 눈꺼풀과 사투를 벌이며, 간신히 골드코스트에 도착한다. 1시간 거리였기에 망정이지, 더 먼 거리였으면 중간에 쉬어야 했을 터다. 골드코스트까지의 운전은, 장거리 운전 초보인 그에게 알맞은 난이도의 첫 관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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