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하는 계속된다. 그는 브리즈번과 시드니 중간에 위치한 콥스 하버(Coffs Harbour)에 도착한다. 그동안 그가 거쳐왔던 장소들이 해변(바이런 베이)과 절벽(Lennox Head)이었다면, 콥스하버는 항구다.
호주의 절벽들이 Head/Lookout 등으로 끝나는 이름을 가졌듯, 항구들도 특유의 작명법이 있다. 블라블라 Harbour / Port 블라블라 이런 식의 이름이다. 모두 항구라는 뜻이다. 그는 항구를 한 번쯤 들러야겠다고 생각하기도 했고, 콥스하버는 워홀러들 사이에서도 약간의 인지도가 있다.
워홀러들 중, 대도시가 아니라 오지로 들어가고자 하는 이들이 있다. 진정한 호주 Local 지역에서, 외국인이 아무도 없고 호주인만 사는 한적한 오지에서 생활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워홀러들이 선택하는 장소 중 항구가 많다. 작더라도 시장이 형성되어 있어 인력을 필요로 하는 곳이어야 워홀러들이 일을 하며 먹고살 수 있다. 콥스하버 같은 항구에서 1년 내내 워홀 생활을 하는 워홀러들도 있다. 많은 수는 아니다.
콥스하버는 관광지라기보다는, 어업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항구로 보인다. 항구 중에서도, 관광업을 주로 영위하는 항구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호주 북부의 포트 더글라스, 시드니 북부의 포트 스테판이 있다. 호주 해안가의 항구는 크게 두 종류다. 어업에 종사하며 현지인끼리 지내는 항구, 관광객들을 끌어들여 호텔 리조트 및 관광업을 영위하는 항구가 그것이다. 워홀러들은 일자리와 숙소만 있다면 어디든 존재한다. 다만 호텔 리조트 및 관광업이 성행하는 항구들이, 일자리도 많고 놀 것도 많다. 아예 항구와 섬 리조트만 돌아다니면서 1년의 워킹 생활을 채우는 이들도 있다.
그는 배들이 정박해 있는 항구로 향한다. 방파제가 있고, 방파제는 작은 섬으로 이어져있다. 차를 세워두고, 방파제를 따라 걷는다. 날씨가 화창하다. 작은 섬으로 건너가니, 조그마한 산책길이 조성되어 있다. 그는 산책길을 따라 걸으며, 이제는 많이 봐서 익숙해진 수평선을 즐긴다. 산책로 끝에는 벤치와 안내판이 있다. 안내판을 읽어보니, 이 조그만 섬에 희귀한 조류가 산다는 내용이다. 당장 그의 눈에 보이지는 않는다.
그는 콥스하버에서 일자리를 한 번 찾아볼까 생각한다. 출력한 이력서가 남아있으니, 여기저기 상점에 방문해서 이력서를 돌리면 된다. 어떻게 할까 생각하고 있던 순간, 그의 구글 계정이 울린다. 한 통의 이메일이 도착했다. 이메일에는 'NSW 카지노'라고 되어 있다.
그는 일자리 환승 기간을 줄이기 위해, 브리즈번에서 출발하고 난 이후 틈나는 대로 핸드폰으로 구인 공고에 이력서를 보내고 있었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카지노에 청소부로 지원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바이런 베이 백패커스에서 빠르게 훑고 지원한 공고들 중 하나다.
메일은 언제까지 면접에 참석하라는 내용이다. 정식 계정으로 그에게 이메일을 보낸 점, 그리고 면접 일정까지 안내하는 체계적 채용 프로세스를 가진 것으로 보아 규모가 큰 직장일 것이다. 콥스하버에서 일을 구하려면 베이스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이력서 돌리기부터 시작해야 한다.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 그는 갑자기 모든 것이 딱 맞아떨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완벽한 타이밍에 면접이 잡혔다. 면접 장소를 확인하니, 시드니 도심이다. 그는 곧바로 시드니를 향해 캠리를 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