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하면 떠오르는 이름들이 있다. 오페라 하우스, 하버 브릿지, 달링 하버다. 오페라 하우스는 이미 너무나도 유명해져서, 시드니는 물론 호주의 상징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시드니 관광을 하기로 했으니, 오페라 하우스 / 하버 브릿지 / 달링 하버는 꼭 보고 가야겠다는 그다. 이 세 장소들은 멀리 떨어져 있지 않고, 옹기종기 붙어 있다.
오페라 하우스는 육지 끄트머리에 위치한다. 바로 바다가 보이는 장소다. 오페라 하우스 앞에 서면, 바다를 건너는 다리인 하버 브릿지가 눈앞에 보인다. 한국의 광안리 해수욕장과 비슷한 경치인데 모래사장만 없다고 보면 된다.
그는 학교에서 건축 디자인 초급 비스무리한 수업을 들은 적이 있다. 해당 수업의 교수는 상당히 엄격한 편이었는데, 학생들에게 조형물을 디자인하라는 과제를 냈다. 전공생이 아니고, 미적 감각이 떨어지는 그는 그저 복잡하고 멋있어 보이게끔 조형을 구상했다. 교수의 눈에는 장난처럼 보였으리라. 교수는 그가 가져간 디자인을 평가조차 하지 않았다. 그저 틀렸다며, 다시 처음부터 하라고 했다. 그는 체념하다가, 나중엔 오기가 생겨서 계속 교수에게 과제물을 가지고 찾아갔다. 교수는 처음에는 말도 하지 않다가, 나중에는 화를 내기 시작했다. 그런데 교수가 화를 내면서도 반복해서 한 말이 있다. 실력도 안되면서 근본을 무시한 말도 안 되는 디자인을 하지 말고, 간단한 것의 크기만 변형해서 조합하는 것부터 시작하라는 말이었다.
오페라 하우스는 조개 껍데기(누군가는 돛이라고 함)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한 건축물이다. 조개껍데기(혹은 돛) 같은 삼각형 지붕들이 삐죽삐죽 튀어나와있고, 마감재는 하얀색 타일을 썼다. 오페라 하우스를 직접 보면, 간단한 반복과 변형만으로 빚어낸 조형적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오페라 하우스는 빌딩처럼 거대하거나, 마감재가 번쩍번쩍 빛나거나 하지 않는다. 하얀 마감재가 눈에 띄긴 하지만, 하얀 마감재가 아름다움의 주된 이유가 아닌 부차적 이유다. 오페라 하우스의 아름다움은, 단순한 모양을 비율만 다르게 해서 반복하고 조화시키는 데에서 비롯된다. 복잡한 모양을 마구 섞거나, 누구도 상상하지 못할 법한 화려하고 천재적인 모습이 아니다. 조가비(혹은 돛) 모양의 뾰족한 삼각형을 반복해서 나열한다. 반복하되, 비율을 다르게 해서 각 삼각형의 크기가 다르다. 반복과 변형을 통한 균형에서 오는 아름다움만으로도, 오페라 하우스는 시드니의 명물로 거듭났다. 오페라 하우스가 아름다운 이유는, 기법이나 겉모습이 화려해서가 아니다. 간단한 모양을 반복하고 변형하면서, 서로 다른 크기들을 조화롭게 배치했기 때문이다.
그는 오페라 하우스를 찾아가면서, 무언가 천재적이면서도 범접하지 못할 기법이나 모습을 기대했다. 그런 것은 없었다. 어떻게 보면 오페라 하우스는, 감히 따라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할 만큼 이해가 가능한 건축물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오페라 하우스를 보며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이리라.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으면서도, 그 어려운 조화를 이끌어 냈다. 아무리 같은 모양이라 하더라도, 크기가 다른 삼각형들을 조화롭게 배치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오페라 하우스는, 기본에 충실한 건축 디자인이 무엇인지 그에게 보여주고 있다. 그는 이 건축물을 보면서, 그를 혼내던 교수가 생각난다. 표현 방식은 거칠었지만, 교수는 그에게 기초를 탄탄히 다지라는 가르침을 주고 있었던 것이다.
오페라 하우스 안에 들어가니, 여러 공연을 하고 있다. 공연은 돈을 내야 관람할 수 있다. 그는 다음을 기약한다. 혹시라도 미래에, 그의 연인과 함께 오페라 하우스에서 공연을 보면 좋을 것이다. 다음을 기약하며, 그는 공짜로 가볼 수 있는 하버 브릿지로 향한다. 하버 브릿지는 보행로가 있어서, 걸어서 건널 수 있다. 그는 하버브릿지를 걸어서 왕복한다. 하버브릿지에 오르니 오페라 하우스를 포함한 시드니의 전경이 보인다. 다리가 길어서, 계속 걷다 보니 지루함도 느껴진다. 그래도 그가 또 언제 시드니를 올지 모르니, 왕복하면서 보이는 풍경을 반복해서 눈에 새긴다. 바람도 시원하고, 탁 트인 시드니 전경도 시원하다.
오페라 하우스와 하버 브릿지를 보고 난 후, 달링 하버도 가본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달링 하버는 항구다. 이름은 콥스 하버와 비슷한데, 모습은 딴 판이다. 달링 하버는 전형적인 도시 해안의 모습이다. 모래사장은 없고, 카페와 음식점들이 즐비하다. 많은 사람들이 카페 외부에 만들어진 파라솔 자리에서 즐겁게 이야기하고 있다. 음식점 및 카페, 바닷물과 수평선, 활기찬 사람들이 어우러져 달링 하버의 풍경이 만들어진다. 달링 하버에 위치한 상점에서 키친핸드 일자리를 구해도 괜찮을 것이다. 하지만 보나 마나, 지원자들이 많고 경쟁이 치열할 것이다. 그는 멜버른으로 향하는 계획을 그대로 추진하기로 한다. 오페라 하우스 / 하버 브릿지 / 달링 하버를 돌아본 뒤, 그는 시드니와 작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