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 - 대마초

by 하얀 얼굴 학생

롯지 전체에 자욱하게 깔려있는 연기의 정체는 대마초다. 그는 처음에는 담배 연기라고 생각했다. 소파에 앉아있는 이들의 손에는 항상 연초가 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연기의 냄새가 조금 이상하다. 그가 수없이 간접흡연했던 담배 연기와는 미묘한 차이가 있는 냄새다. 나중에 들어보니, 역시나 담배가 아니라 대마초다.


대마초, 영어로는 마리화나, 은어로는 위드(Weed / 잡초)라고 한다. 한국은 대마초가 완전히 불법이다. 호주의 경우, 애매하다. 호주에서도 대마초가 합법은 아니다. 하지만 의료용이나 오락용으로 허용되는 경우가 있고, 주마다 규정이 조금씩 다르다. 다량으로 소지하고 있거나, 차량을 통해 운반하는 경우는 엄연히 불법이다. 하지만 이파리 몇 개를 들고 다니면서 스스로 말아 피는 경우, 경찰이 굳이 제재하지 않는 편이다. 그래서 호주에서는 대마초를 피는 이들이 꽤 많다.


대마초는 마약이지만, 마약 중에서는 약한 축에 속한다. 중독성이 상대적으로 약하고, 환각 효과도 편차가 크다. 확실한 효과는, 대마초는 피는 이의 감각을 활성화시킨다는 것이다.


그가 들은 바에 의하면, 대마는 감각을 깨워서 사람을 흐느적거리게 만든다. 여러 가지 기분 좋은 징후들이 개인별로 다양하게 나타난다. 감각이 깨서 입 안의 밥알을 모두 셀 수 있었다는 이, 치킨의 맛을 극대화해서 느낄 수 있어서 치킨 3마리를 앉은 자리에서 먹었다는 이, 냄새에 민감해져서 요리하고 있는 냄새에서 재료들을 구분할 수 있었다는 이, 갑자기 시야가 망원경처럼 보이면서 실실 웃었다는 이 등 다양하다.


대마초를 옹호하는 이들은, 대마가 술과 다른 마약보다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술이나 다른 마약은 복용자를 난폭하게 만들어, 사고를 유발한다. 대마는 복용자의 기분을 좋게 하면서 늘어지게 만든다. 대마 옹호자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대마는 사람을 Relax하게 만들어서 즐기게 할 뿐 사고를 치진 않는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다.


대마는 입문자 수준이다. 클럽에서 특히 여러 약물들이 돌아다닌다. 그는 엑스터시라는 알약에 대해 들은 적이 있다. 엑스터시도 상당히 강한 약물이다. 엑스터시 알약을 복용하면, 복용자의 동공이 확장되고 표정이 이상하게 변한다. 무슨 사고든 칠 준비가 되는 것이다. 극도의 흥분 상태를 유도하는 알약이다.

가장 강한 약물은 '인젝션'이라는, 팔의 핏줄에 직접 주사하는 약물이다. 영화에서 나오는, 팔에 고무줄을 두른 뒤 주사하는 약물들의 통칭인 듯하다. 인젝션은 대마나 엑스터시를 즐기는 이들조차도 기피한다. 인젝션은 한 번 손을 대는 순간 빠져나올 수 없다고 한다. 대마나 엑스터시도 문제지만, 인젝션은 100% 완전히 나락으로 빠지는 마약인 셈이다.



소파에 앉아있는 이들이 계속 태우고 있는 것이 대마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그는 이 롯지가 마약 소굴로 느껴지기 시작한다. 며칠 묵다가 떠나는 이들은 괜찮다. 장기간 투숙하며 소파에 서식하는 이들이 문제다. 다들 대마에 찌들어 있다.


장기투숙객들은 대마를 실내에서 그냥 핀다. 그들의 몸과 일체가 된 검은 소파에 앉은 채로 핀다. 그는 방에서 따로 잤으나, 바로 앞 거실에서 대마를 하도 피워서 연기가 모조리 들어온다. 장기투숙객들이 모두 모이는 밤이 되면, 숙소 전체가 대마 연기로 자욱하고 매캐하다. 대마는 은근한 매캐함을 풍긴다. 담배는 타는 냄새가 강해서 불쾌한 매캐함을 가진다. 대마는 타는 냄새가 비교적 약한, 은근한 매캐함을 풍기며 살짝 달달한 향이 섞여 있다.


그는 자신의 폐활량에 굉장히 민감해서, 대마나 연초를 태우지 않는다. 간접흡연에도 민감하기 때문에, 그는 어서 이 롯지를 탈출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숙소에 남아있는 장기투숙객들은 물론, 심지어 롯지 관리인조차 대마에 찌들어 있다. 관리인은 이 롯지의 주인인 듯하다. 평상시에는 어디 있는지 모르겠으나, 1주일에 1번씩 들러서 롯지를 청소한다. 청소라고는 하지만, 제대로 된 청소는 아니다. 쓰레기 봉투를 갈고, 눈에 보이는 큰 쓰레기만 치우는 정도다. 장기투숙객들은 자신들이 어지른 쓰레기를 치워준 관리인에게 감사를 표하며, 함께 대마를 핀다.


대마에 찌든 이들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대마나 담배나 모두 몸에 좋지 않다. 담배는 폐암을 유발하고 각종 질병을 유발한다. 대마는 복용자의 온몸에서 힘을 빼는 느낌이다. 대마에 찌든 이들은 하나같이 말랐다. 볼살과 얼굴살이 빠지면서, 두개골 윤곽이 보이고 눈이 움푹하게 꺼진다. 머리숱도 빠진다. 머리카락과 살이 빠지니, 사람이 해골처럼 보인다. 손도 떨린다. 외국 영화에 나오는 '약쟁이' 그대로의 모습이다. 담배는 외관과 표면상의 불이익보다는, 신체 내부 장기에 더 큰 손상을 끼친다. 대마초도 내부 장기에 손상을 끼치겠지만, 외관 상의 변화가 담배보다 두드러진다. 장기투숙객들은 젊기 때문에 머리숱이나 살이 아직 붙어 있다. 하지만 나이가 많은 관리인은, 오랜 기간의 대마로 이미 해골처럼 변했다. 젊은이들은 건강을 과신하며 대마를 피겠지만, 지속적으로 핀 대마의 결말은 여지없는 해골이다.



그는 대마를 피우는 이들과 말을 하지 않는다. 롯지 내에서 대마를 뻑뻑 피는 이들을, 배려가 없고 한심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말을 하지 않고 있으니, 숙소 내의 외국인들은 그가 영어를 하지 못한다고 생각했으리라.


그는 2층 침대에서 잠을 자려고 누웠다. 이 날도 그는 바로 옆 거실에서 시끌시끌 떠드는 소리륻 들으며, 매캐한 대마 연기 속에서 억지로 잠을 청하는 중이었다. 그런데 방에 갑자기 두 남자가 들어온다. 한 명은 백인, 다른 한 명은 중동인이다. 이들은 그와 같은 방을 쓰지 않는다. 둘은 들어오자마자 그의 눈치를 살짝 보더니, 대마를 피운다. 그는 자는 척한다.


그가 영어를 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는지, 둘은 이야기를 시작한다. 목소리가 낮고 작아서, 그는 집중해서 듣는다. 들어보니, 대마초를 들여와서 파는 내용이다. 중동인은 자신이 무슨 집단에 속해 있고, 대마를 해외에서 밀수한다고 말한다. 백인은, 중동인의 조직이 밀수해온 대마초를 자신에게 싼 값에 넘겨달라고 말한다. 대마초 거래상을 하면서 돈을 벌 속셈인 것으로 보인다. 전반적인 대화 분위기로 볼 때, 백인이 중동인에게 애걸복걸하는 느낌이다. 자신을 조직에 소개시켜달라는 것이다. 돈이 없고, 돈이 필요하고, 자신을 믿어달라는 식이다. 영화에서나 봤던, 마약조직 거래에 끼워달라고 하는 철없는 Teenager를 보는 듯하다. 중동인은 자신만 믿고 기다리라고 이야기한다. 중대한 밀담이 끝나고, 둘은 사이좋게 대마를 나눠 핀다.


이야기를 들으며, 그는 이 둘이 가소롭게 느껴진다. 그는 이 백인과 중동인을 숙소에서 마주친 적이 있다. 둘 다 덩치가 크고, 생긴 것도 잘 생겼다. 그는 이 둘이, 이른바 포스가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 생각은 방금 대화를 엿들으며 완전히 깨졌다. 그들은 겉모습만 번지르르할 뿐, 속은 텅 빈 강정이다. 그는 즉시 다른 숙소를 알아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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