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 Lodge

by 하얀 얼굴 학생

그의 멜버른 첫 숙소는 Lodge다. 그는 Backpackers인 줄 알았으나, 알고 보니 숙소는 백패커스가 아니라 롯지였다. 롯지는 일반 주택의 하숙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백패커스와는 조금 다르다. 백패커스는 보통 건물이 3층이고, 층마다 여러 개의 방이 있으며, 방마다 2층 침대가 여럿 들어간다. 여행객들이 잠시 묵어가는 숙소가 백패커스다.


롯지는 백패커스보다는 장기 투숙에 걸맞은 숙소다. 백패커스처럼 큰 건물도 아니고, 많은 방이 있는 것도 아니다. 백패커스가 아주 캐주얼한 모텔이나 호텔이라면, 롯지는 가정집에 더 가깝다. 일반적인 롯지는 그렇다.


그가 롯지에 도착해서 보니, 일반 가정집이다. 1층으로 된 주택이며 넓은 마당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안으로 들어가보니 내부가 가관이다. 주방은 베드버그가 있었던 옛 숙소처럼 설거지가 쌓여 있고, 바닥의 장판 여기저기가 말려서 시멘트 바닥이 보인다. 거실, 화장실, 주방, 방 3개, 마당으로 이루어진 집이다. 3개의 방에는 2층 침대가 2개씩 들어가 있다. 12명이 수용 인원일 텐데, 거실 소파와 마당의 인원들만 봐도 이미 15명은 돼 보인다.


관리인이 보이지 않는다. 관리인이 없으니 롯지 내부가 이렇게 난장판인 것이리라. 그가 아무나 붙잡고 예약했다고 하니, 갑자기 떠들썩해진다. 소파에 앉은 이들이 서로서로 말을 전달하면서, 관리인 전화번호 아는 이를 찾는다. 마당에 앉아있던 한 명이, 큰 소리로 전화번호를 부른다. 이 번호로 전화를 하면 된단다.


관리인과 통화하는데, 목소리를 들어보니 관리인은 정신이 없다. 그가 예약은 했는지, 얼마나 머물 것인지 전혀 모르고 있다. 그는 통화로 일일이 다시 알려준다. 관리인은 알겠다며, 본인의 통장으로 얼마를 송금해달라고 한다. 보증금은 없다.



이 롯지(숙소)는 도심에서 30분 정도 떨어진 외곽에 위치해 있다. 그가 이곳을 숙소로 정한 이유는, 주차 공간과 숙박비다. 이미 시드니 도심에서 주차 공간의 희소성을 경험한 그다. 차를 가지고 도심에서 사는 것은 무리다. 도심의 숙소들은 주차 공간에 대한 비용을 더 지불해야 한다. 도심 외곽이니 방세도 싸고, 더군다나 이 롯지는 보증금도 없다.


이 롯지는 장단점이 너무나도 명확하다.

장점 - 수많은 투숙객들. 체크인을 한 것인지 체크아웃을 한 것인지 도저히 알 수 없다. 원래의 숙박 기간이 끝났는데도 그냥 눌러앉은 것으로 보이는 이들도 많다. 그야말로 외국인 천지이고, 자유롭다. 항상 시끌벅적하다.

단점 - 집 안이 엉망이다. 주방은 난장판이며, 거실의 소파는 도대체 몇 명의 손때가 묻었는지 알 수 없다. 화장실도 상당히 비좁다. 특히나 출근 시간대 아침에는, 화장실 앞에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


거실의 소파는, 기특하게도 검은색 가죽이다. 검은색이어서, 손때나 얼룩을 구분할 수 없다. 만일 흰색 소파였다면, 손때와 신발 자국으로 인해 알 수 없는 색으로 변했으리라. 호주도 가정집에서 신발을 신고 생활하기 때문에, 소파에는 신발을 신은 채로 앉는다. 소파 앞에 TV가 놓여 있다. TV는 꺼지는 일 없이 24시간 내내 켜져 있다. 그리고 소파에도 항상 여럿이 앉아 있다. 그는 첫날에만 잠깐 앉아보고, 이후로는 소파에 앉지 않는다.


썩 깔끔한 환경은 아니지만, 다행히도 베드버그는 없다. 이 롯지는 1%의 동양인을 제외하면 모두 외국인이고, 백인의 비율이 높다. 그는 이 롯지가, 외국인들과 교류하며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완벽한 숙소라고 생각했다.


처음 며칠간, 그는 롯지 내의 다양한 외국인들과 이야기한다. 그가 이야기한 외국인들은 대부분 여행객이다. 오토바이나 차량으로 호주를 여행하고 있으며, 얼마 뒤 롯지를 떠난다고 한다. 그들과 맥주를 마시며 밤늦게까지 이야기를 나눈다. 물론 장소는 롯지 내부가 아닌 현관문 앞이다.


그와 이야기를 나눈 이들은 며칠 뒤 떠난다. 그는 며칠 동안 롯지에서 지내면서, 조금씩 롯지의 진짜 모습을 파악하기 시작한다. 소파를 차지하고 앉아있는 이들은, 관리인과 친한 장기투숙객들이다. 무직인지 일을 나가는 것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그가 도서관을 가서 이력서를 날리고 돌아오면, 항상 소파에 그대로 앉아 있다. 밤늦게까지 잠을 자지 않고, 거실에서 음악을 틀은 채로 시끌시끌하게 떠든다. 소파에 앉아있는 5~7명 무리는 항상 맥주를 마시고, 연초를 태운다.


그의 방은 거실 바로 옆이기 때문에, 밤마다 무리의 떠드는 소리가 그대로 들린다. 처음에는 그저 멜버른 외곽의 특성 정도로 넘기려던 그도, 점점 스트레스가 쌓인다. 떠드는 소리도 문제지만, 그의 신경을 가장 거슬리게 한 것은 온 롯지로 퍼지는 매캐한 연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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