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를 즐기다

라테 잘해요?

by 오월의고양이

대뜸 라떼수준부터 물으신다.

!!...라 시원한 답을 기대하셨으리라.

시원찮은 반응에 불신 가득한로 동행이 리한 창가 쪽으로 가 앉았다. 카페 앞을 몇 번 지나치다 맘먹고 방문한 것이라 했다.


차르르 차르르 ...채깍.채깍.추륵.추륵. 갈려진 원두 바스켓 안에 담긴다. 터필터를 장착하고 뜻하게 데워진 색 테두리 볼 넓은 커피잔 두조를 놓았다

우에엥... 에스프레소 두 줄기가 나란히 매끄러운 추출, 시작이 좋다. 이 템포라면 크레마가 곱게 덮일 것이다. 스팀바를 당겨 치직! 가스 빼 준다. 에쏘(에스프레소)는 20초 남짓 추출될 것고, 스팀으로 부드러워진 우유와 섞일 것이다.


피처(Pitcher) 가장자리 1센티 남짓한 곳에 완드를 주입했다. 지직칙... 차익칙..

완드에서 나오는 높은 온도의 스팀 압력으로 힘차게 오리 소용돌이를 만든다. 드를 달래 가며 가운데로 이동하며 쑥 집어넣는다.

'라떼 잘해요?' 하시는 소용돌인가? 잘해요?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어 줄까?


예전부터 습관처럼 굳어진 '잘해요?' 콤플렉스가 있다.

잘한다는 답을 하면 잘해도 중간인데, 못 한다고 하면 못해도 중간이 된다. '글쎄요'라고 반응하면 결과물의 상태에 따라 의외로 과한 칭찬을 받을 수도 있다.

흠... 기대하지 않았는데... 뜻 밖에 맛집인걸... 나는 이 점을 노리고 있다.


매끄러운 폼의 무게가 손끝으로 느껴진다. 표면의 몽글거리는 몇 개가 거슬린다. 탁! 탁! 바닥에 포트를 내려지라 혼구녕을 내준다.


'몇 번을 망설이다 방문했잖아'

몇 번이나 망설였다잖.


크레마가 덮인 에스프레소를 스팀 된 우유기로 부드럽게 깨뜨린다. 오른손엔 피처, 왼손바닥에는 금테두리 커피잔이 에스프레소를 머금고 기울어져있다. 두 손이 조화롭게 리듬을 탄다. 둘 중 어느 하나 튀어서는 안 된다. 피처주둥이 사이로 절제된 줄기가 강한 카리스마로 크레마를 깨뜨리며 합체 중이다. 들숨과 날숨의 중간, 상류와 하류의 뒤섞임. 커피도 우유도 아닌 것. 잔을 든 왼손은 피처의 행동을 도울 뿐 절대로 나대지 않는다. 지금이다. 유속이 느려지며 동그라미가 표면에 생긴다. 커피잔을 쥔 왼손이 슬며시 잔을 원래상태로 돌리자 피처를 쥔 오른손엮시 조용히 가운데를 가르며 꼬리를 빼 사라진다.

여기서 순서라던가 생각이라는 것이 가미되면 엉클어져 버릴 수도 있다. 시동을 걸고 새삼스럽게 순서를 고민하면 엑셀과 브레이크 뭐였지? 참사가 생길 수도 있다.


"어머 이쁘다! 요건 사진으로 남겨야지...

"아이... 아직 마시지 마!"

"요렇게 찍자. 아니 그렇게 하면 그림자 생기잖아."

나는 라떼아트를 못 한다. 폼 상태는 융단처럼 매끄러운데, 예술적으로 그려내는 것에는 잼병이다.

아트 이즈 타이밍!! 을 타고 슬슬 그려가면 될 일. 리스타라면 일도 아닌 일. 개념치 않는 내 사고도 한 몫한다.

사진으로 남기기엔 부끄러운 잔 하트에도 고객들은 너그럽.

"하트 좀 그려줘요." 동네 어르신 말씀에 뻘쭘해서 긴장하던 초보의 내가 문득 떠 오른다.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더 주문할게요.

"원두맛 좀 보고 싶어서요."

"우유양이 많은 것 같아요. 너무 연해..

"담에는 우유양을 조금 더 줄여보겠습니다."

내 반응이 맘에 드신 듯 살짝 잇몸이 드러난다.

"커피 맛있다아!! 내 입엔 딱이야. 지나치게 신맛이 나는 싫더라. 비싼 입맛이 아닌가 봐."

깔깔 웃는 모습이 열여섯 소녀 같다.


카페라떼에서 우유의 역할은 주인공인 듯 조연이다. 입맛따라 선호하는 온도와 양이 정해져 있다. 본 레시피와 맞는 경우도 있지만 이렇듯 우유양이 적었으면 하기도 한다. 단골이 되는 순간 얼마든지 그 분의 입맛에 맞게 해 드릴 수 있다.


한 잔의 아메리카노를 샷 하나씩 두 잔으로 나눠 렸다. 불러 남길 것을 다 마셨다는 말로 만족감을 표현한다.

"라떼가 맛있으려면 커피맛이 좋아야 다니까..."

"맞아, 입맛에 맞는 커피 찾기 쉽지 아."

다행이다. 치가 맛나야 찌게도 좋은 맛을 낸다. 커피가 라떼맛을 좌우는 것에 절대 공감이다. 신선한 우유는 기본이다.



"맛있어요!!"

두 번째 방문, 우유양을 줄여 드렸니 맘에 드셨나보다.

"라떼맛집이었네!"

다행이다.

이 고객들은 라떼를 드시고, 아메리카노로 입가심 하신다. 나는 두 개를 두 잔으로 나눠드린다.

라테(latte)라는 단어는 원래 이탈리아어로 우유라는 뜻이다. 우유가 들어간 커피는 카페라테다.
요즘엔 카페라테 대신 라테로 주문해도 다 알아듣는다.




65도 언저리 온도가 단백질이 파괴되지 않으며 우유의 단맛을 극대화해 주는 최적의 온도라고 한다. 러나 내 카페방문자들 대부분은 따끈한 카페라떼를 원한다.

"적당한 온도로 주세요."

적당히... 어느 정도가 적당한 것일까? 70도? 80도? 니면 그 이상?


스레드(Threads:인스타그램의 새로운 텍스트 앱)에서는 실력 있는 바리스타들을 만날 수 있다. 작은 조언도 그냥 흘려 읽지 않는다. 알고리즘은 점점 더 많은 실력자들을 만나게 해주고 있다. 그들이 투척하는 작은 하소연조차도 게는 소중한 팁이다.


배울 것은 무궁무진하고, 나아갈 길은 직 멀기만 하다.

나는 지금 소용돌이를 다스리고 있는가? 아니면 헤어 나오는 중인가? 카페를 하는 동안 끝없이 반복될 물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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