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손님들이 카페에 들어 왔다.
노키즈?웰컴키즈?
꼬마 손님들 입장!
우르르... 한 놈, 두 놈... 둘만으로도 충분히 우르르...
"카페에선 조용히! 뛰면 안 돼!!!"
엄마의 얼음명령에 몸짓은 멈칫, 눈동자만 땡땡땡!! 이리저리 홀 전체를 쉴 새 없이 스캔하는 중이다. 매뉴얼이라도 있는 것일까? 시작점의 행동들이 비슷비슷하다.
"백설공주, 백설공주우..."
"엄마, 자동차 만져도 돼?"
"엄마, 초코우유 초코우유!"
"토스트 응? 토스트으흥..."
순발력과 센스를 장착한 엄마들은 빛의 속도로 정리해 나간다. 달인이 웃고 갈 실력들이 발휘된다.
아이가 좋다.
걸러지지 않은 순수한 문장과 단어들의 나열... 그들만의 언어유희가 재미있다.
마당에서 놀 수 있도록 비눗방울과 물총을 구비하고 특별한 날을 위한 선물도 준비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효과가 없었다. 아니 실패했다.
부족할 것 없는 요즘 아이들에게 작은 선물은 작은 관심정도에서 그치고...
손에 묻은 비눗물은 화장실 바닥을 물바다로 만들었다. 핸드타월은 쉴 새 없이 뽑아지고, 화장지는 동이 났다.
"따쟝님, 뭐해요?"
"짜장님, 이건 뭐예요?"
"땨쟝님은 왜..."
"땨장님, 이거 봐요."
일관성 있는 대응은 중요하다. 한 놈이라도 놓치는 순간 불공평한 사장으로 낙인찍힐 수도 있다.
준비에 바빠 반응이 시원찮으면 주방까지 기웃거린다. 눈에 보이지 않으니 궁금하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주방 출입은 엄격하게 금지되고 있다.
소품들을 가지고 가서 테이블에 늘어놓겠다 떼를 쓴다. 부모들의 대부분은 눈치를 살필 뿐 특별한 조치를 하지 않는다.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애매한 주의를 주곤 한다. 깨지거나 위험한 것이 아니면 나도 모른 척 넘어가 준다.
단골꼬마손님들이 들어온다. 엄마 둘, 아이 넷... 자주 오는 고객이다. 홀이 비어 있다. 다행이다. 주문을 위한 의견수렴과정이 쉽지 않다. 한 친구의 불만이 포착된다. 동절기 메뉴인 스튜가 없다는 것이다. 엄마가 제시해 주는 모든 대안을 거부하고 있다. 팔짱을 끼고 몹시 불편함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중이다. 상황이 쉽게 정리될 것 같지 않다.
"천천히 결정하세요."
하던 설거지를 마저하기로 한다.
분분한 의견들이 오가고
오레오초코빙수와 음료, 그리고 치즈사라다토스트가 낙점되는 것 같다. 주문내용이 영 탐탁지 않은 1호는 먹지 않겠다며 으름장을 놓는다. 엄마도 더 이상의 설득은 무의미하다 결정한 듯하다.
가까스로 주문이 완료되고 결제와 동시 의견조율 중 예측한 메뉴제조를 위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한 쪽귀는 여전히 홀의 상황에 예의 주시 중이다. 예기치 못한 안전사고 때문이다.
홀은 이제 그들만의 세상이 된 것 같다. 각자 관심사대로 왁자지껄 요란하다.
열린 귀가 컴플레인을 하달한다.
주문메뉴가 나오지 않는 것에 대한 건이다. 투덜이 1호가 선창 하자 나머지가 돌림으로 합창한다. 가뜩이나 바쁘게 움직이던 손 모가지가 가볍게 떨린다. 스피드! 스피드!..
드디어 완성!! 쩝쩝짭짭찹찹... 달그락달그락... 박박... 폭풍전야 같은 적막감속에서의 참으로 평화로운 시간이다.
넉넉하게 주문된 것들이 금방 바닥을 드러낸다. 시장했던 모양이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텃밭에 다녀왔단다. 다시 어수선해진다. 메뉴불만투덜이 1호는 토스트가 다행히 입맛에 맞았다. 이제는 더 시켜달라 떼를 쓴다. 재 주문이다. 다시 손가락이 스트레칭을 한다. 재주문은 훨씬 수월할 것이다.
워터저그에 받아 놓은 얼음물이 물이 주르륵 쏟아진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왜 그랬어?" 엄마의 타박에 쳐다보는데 한 놈이 손가락을 꼬물대며 엉거주춤 서 있다. 오호라 니가 범인이구나. 워터저그의 돌리는 꼭지는 아이들의 궁금증을 자극한다. 용기 있고 호기심 많은 놈들의 표적이 되곤 한다.
그나저나 바닥이 물바다다.
범인의 엄마는 급한 데로 옆에 비치해 놓은 냅킨을 뭉탱이로 물 위를 덮는다. 그것도 부족에 화장실 핸드타월이 북북 한 움큼 뽑혀져 나온다. 내가 나서야 해결될 것이다.
밀대 들고 출동!이다. 다행스럽게도 물이다. 물정도는 껌 씹기다. 시럽이 들어간 달콤한 음료제거는 난이도가 매우 매우 높다.
바닥을 닦고 나서 부랴부랴 추가 주문 토스트를 구워낸다. 이제는 추가주문이 나오지 않는 것에 불만이 제기된다. 스피드! 스피드! 빵칼을 든 손에 힘이 실린다.
두 번째 오더는 다시 아이들은 잠깐 멈춤 된다. 아주 잠깐...
문에 걸린 풍경이 요란하다. 짤랑짤랑... 열리고 닫히고 계단을 올라오고 내려가고... 그때마다 스윙도어 열리고 닫히고...
무거운 철로 된 문을 낑낑대며 여닫는 아이들. 여차하면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카페에서 생기는 크고 작은 사고는 다 카페사장책임이다. 긴장의 연속이다.
무더위에 에어컨 풀가동 중이지만 문을 열어 놓기로 한다. 스윙도어에 손이 낀 아이가 펑펑 울었던 나쁜 기억이 되 살아난다.
아이들은 이제 열려있는 문을 닫으려 애쓴다. 내 눈치를 살피면서 열어 놓으면 닫는다. 참 신묘하다. 아이들이란...
마당을 오가며 뛰 논 탓에 온 얼굴이 벌겋게 상기되고 땀범벅이다. 화장실이 이제 만원이다. 수돗물 트는 소리가 요란하고 핸드타월 뽑는 소리가 반복된다. 카페의 모든 것들에 주의보가 내려졌다.
자갈 깔아 놓은 마당에서 징검다리 놀이를 하는 가 싶더니 1호 중 한 녀석이 냅다 자갈은 길로 던지기 시작한다.
한 놈이 시작하니 릴레이다.
"차에 던지면 안 돼!" 언 놈의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쳐다본다. 녀석들의 타깃이 내 차다.
"안돼! 그러는 거 아니야. " 그 난리부르스 중에도 엄마들의 대화는 끊기지 않는다.
통창에 몸을 밀착시키고 밖을 주시한다. 요즘 함부로 해라 마라할 수 있는 세상이 아니다. 답답해도 지켜보는 수 밖에는 없다. 무슨 일이 우려하고 있는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내 시선을 감지한 큰 놈들이 힐끗거리며 눈치를 살핀다.
한 바탕어깨를 으쓱하던 한 놈이 계단을 보더니 냅다 뛴다. 그러자 아이들은 일제히 계단으로 달려간다. 와아... 소리와 함께 뜀을 뛴다.
계단에서 넘어져 무릎이 깨졌던 트라우마가 생각이 나고 있다.
"계단 넘어지지 않게 조심하자!!" 까만 눈동자들의 일제히 주춤해진다.
마당에서 사과와 포도나무를 발견한 모양이다. 한 꼬맹이가 카페로 달려들어간다
"엄마 포도 먹어도 돼?"
대화가 끊긴 두 엄마가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본다.
"포도가 아직 덜 익어서 어쩌지? 지금은 먹을 수 없네..."
"이잉 포도 먹고 싶다..."
다시 나머지가 우르르 카페 안으로 들어온다. 다시 스윙도어가 짤랑짤랑 몸살을 앓는다.
"나 그림그릴 거야!" 비치되어 있는 색연필을 발견한 1호 중 한 아이가 소리친다.
"그림! 그림!..." 합창을 한다.
A4용지를 한 장씩 쥐어주자 다시 조용해진다. 그제야 나도 식은 커피 한 모금을 홀짝댄다.
엄마들은 잠깐 끊어졌던 대화를 다시 이어간다.
두 엄마의 수다소리만 들리는가 싶더니 2호 중 한놈이 한껏 우울모드를 장착하고는 엄마 무릎 위로 올라간다. 제 그림에 혹평으로 딴지를 건 놈이 있다는 거다. 울먹거린다. 혹평 당사자의 변명이 이어지고 증언들이 차례로 올라온다. 그 사이 더 서러워진 녀석은 대성통곡이다.
"이제 가야겠다."는 엄포는 나를 설레게 했다. 그러나 2호는 언제 그랬는지 다시 무리 속에 끼어들어간다.
작품활동이 시들해진 아이들은 다시 마당으로 나간다.
"넘어진다. 계단조심해야 해!!!" 내 외침에 엄마들이 힐끗거린다. 그러나 이내 대화 속으로 들어간다. 나는 다시 통창에 밀착해 아이들을 주시한다. 다른 손님이 오시거나 아이들이 지치지 않는 한 이 상황은 끝이 나지 않을 것이다.
다른 손님들이 들어오신다. 서둘러 엄마들이 주변정리를 시작한다.
때 맞춰 아이들도 카페로 들어온다.
"쉿! 쉿!... 카페에선 조용히 하는 거야." 이 짐 저 짐 흩어진 꾸러미들을 양손에 그득 챙기는 엄마들이 조금 안 쓰럽다.
"담에 또 올게요. 인사드려야지. 배꼽인사!"
"안녕히 가세요." 나도 시키는 데로? 배꼽인사를 한다.
자영업자들이 모이는 커뮤니티에는 노키즈존에 대한 화제가 심심찮게 올라온다. 의견들도 분분하다. 노키즈존을 하고 싶다. 노키즈존을 하고 나니 훨씬 좋아졌다. 개념 없는 부모들 때문에 골치다. 등등... 눈살 찌푸리게 하는 사례들도 많았다. 사례들을 보면 사실인가? 싶을 정도의 몰상식한 부모들의 이야기들이 나열된다.
카페라는 곳은 아기자기 장식품에 화분에 꾸며놓기 위해 널려놓은 것들이 많다. 입구의 문은 무겁고 계단은 가파르다. 유리로 된 잔은 깨질 위험이 있으며, 바닥은 물 한 방울만 떨어져도 미끄럽다. 뜨거운 음료를 쏟아서 데일 염려도 있다.
나는 엄마들이 가급적이면 편안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하는 편이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아이들을 책임져야 할 사람은 바로 부모들임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내 카페가 웰컴 키즈 존(WELCOME KIDS ZONE)이 되기를 희망한다.
노키즈존(NO KIDS ZONE)
음식점, 카페등에서 어린이의 출입을 금지하는 곳을 일컫는 말이다.
-오픈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