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때 같은 반 친구들과 '논향모'라는 모임을 했습니다. '논술실력을 향상시키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뜻인데요.
같은 반 친구 5명이 만든 논술 스터디그룹입니다. 주일에 한 번 한 명씩 돌아가며 주제를 정하고, 그 주제에 따라 글을 씁니다. 1,200자 정도였던 것 같은데요. 그리고 쓴 글을 다섯 명이서 돌려보면서 각자 첨삭을 했어요. 그럼 자기 빼고 4명의 첨삭을 받게 되죠.
첨삭이 다 되면 토요일에 토론을 했습니다. 자기가 쓴 글과 다른 사람이 쓴 글을 다 읽었고, 자기 글에 다른 사람이 첨삭한 것도 다 읽었으니 이미 서면으로 어느정도 토론이 된 셈인데요. 그걸 모여서 다시 한 번 자기 주장을 펴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의 주장을 읽어보고 첨삭받는 과정에서 자기 의견이 다듬어지기 때문에 꽤 좋았습니다.
사실 학원에서 하는 논술토론 수업이 제대로 되려면 참여하는 학생들이 제대로 준비를 해와야 하는데요. 학생들간 실력차이도 크고요. 이런 방식으로 토론을 하니까 내용 파악이 잘 되어있어서 시간낭비가 적었습니다.
이 모임을 몇 달 했는데 상당히 효과가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결과론이지만 구성원이 서울대 2, 고대 2, 이대 등등에 들어갔으니까요.
장점은 여러가지였습니다.
일단 비용이 안 들었고(원고지값 정도), 학교에서 친구들끼리 하니까 효율적이었고, 의외로 시간부담도 적었습니다. 글 하나 쓰는데 1시간 정도, 틈틈이 돌려보며 첨삭하는데 몇십분. 주말에 토론하는데 2시간 정도 걸렸습니다.
이런 활동을 하면서 느꼈던 점이 있습니다.
처음 썼던 것과 나중 썼던 글을 비교해보면 확실히 차이가 납니다. 다작은 논술에서 필수입니다.
첨삭없이 글만 쓰는 것은 크게 도움이 안될 것 같습니다. 첨삭을 받아야 내 논리의 허점을 알게 되고, 첨삭을 해봐야 다른 사람의 논리를 파헤치게 됩니다. 논리에 대해 굉장히 고민을 하게 되는데요. 첨삭에서 깨지지 않기 위해서 글을 쓸 때 논리를 무척이나 신경쓰게 됩니다.
토론을 하게 되면 이제 순발력이 길러집니다. 사실 논술이라는게 순발력 싸움이거든요. 어떤 주제가 던져졌을 때 짧은 시간에 구조를 짜고 글을 써야하기 때문입니다. 토론을 하다보면 상대방의 허점을 찾고 내 논리를 보강하는 활동을 순식간에 해야합니다. 두뇌회전이 잘 이뤄지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