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루터기 Sep 22. 2024

사이코 패스 팀장과 똠방 반장(6편)

    

내게 이번 공작의 충직한 하수인 역할을 해줄 것을 제안했던 다음날 퇴근 중인 아침 이른 시각이었다.      

어제 제가 말씀드린 박대원 동영상 촬영건에 최대원은 나서지 않는 것으로 결정되었습니다. 자칫하면 불똥이 최대원 쪽으로 튈 수 있어서입니다.”     


내겐 다행스러운 결정이었지만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이미 세세한 행동강령까지 시달한 내게 이 미션에서 왜 발을 떼라고 결정했는지 그 진정한 의도와 배경이 나로선 자못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처음 내게 이 공작활동의 살행을 요구했을 당시 나는 이미 내가 어떻게 대처할지 결론을 낸 상태였다. 동료 직원을 감시하라는 이 들의 지시를 면전에서 단칼에 거절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일단 수용을 한 후 박대원의 근무 현장을 실제로 살핀 뒤 박대원이 실제로 책상 위에 자신의 두 다리를 걸치고 잠을 자는 모습을 코 앞에서 지켜보았더라도 나는 그런 일이 전혀 없었으며 정상적으로 근무를 잘하고 있었다고 대답할 작정이었다. 이렇게 대응하는 것이 가장 무난한 방법일 것이라고 나는 많은 고민 끝에 결론을 내렸다. 만약 내가 실제로 근무 시간에 취침 중인 박대원의 동영상을 완성하여 이를 이들 일당에게 넘길 경우 그 후 예상되는 후폭풍을 감당하기 어려울 듯했다.      


이 사태에 잘못 휘말리면 내가 이곳을 떠나야 하는 것은 기본일 것이었고 더 나아가 형사사건에 깊숙이 휘말릴 가능성도 매우 높아 보였다. 만약 내가 예상한 시나리오대로 진행이 된다면 나는 향후 밥벌이를 위한 어느 일자리를 구하는 것마저 영영 모두 막혀버릴 수도 있어 보였다.  

    

이 복식조는 대체 무엇을 위해 이러한 무모한 시도를 한 것인지 도무지 짐작조차 어려웠다. 설령 이번 자신들의 공작이 성공을 거두어 박대원을 계약기간 만료 전에 자리에서 몰아낸다 치자, 그래서 자신들이 얻는 것이 무엇이며 이에 따른 후환이 두렵지 않은지 궁금할 따름이었다. 정말로 세상은 말 그대로 요지경이었고 나는 기구한 운명의 주인공에 데뷔할뻔했다.           


이는 분명 직장 내 괴롭힘을 넘어 부당 불법행위였다. ‘권리행사방해죄등 죄목으로 엮여 형사사건으로 비화되기에 충분한 사건이었다. ‘야바위꾼’, ‘협잡꾼’, ‘어쭙잖은 공작요원등 이름을 붙여도 전혀 무리가 아니었다.

      

박대원은 지시사항에 매번 토를 다는 등 제가 통제하기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래서 말인데요, 다음 달 초부터 박대원과 최대원 둘이서 근무지를 맞바꾸기로 했습니다. 최대원 님, 저랑 같이 근무하시는 것은 어떤가요? 괜찮지요?”  

   

야 인마, 네겐 이 쓰레기 같은 인간이란 말도 아깝다. 내가 너랑 근무하는 것이 좋을 일이 있겠어, 지금 이 정도도 감당하기가 쉽지 않은데 너 같은 쓰레기의 똘마니가 되라고?’


내 진심은 이랬으나 이를 그대로 감히 입밖에 낼 수 없는 일이었다. 이런 현실이 매우 슬플 따름이었다.      

이즘 해서 내가 이곳을 떠나기로 하는 날을 이미 결정해 버렸다. 이번 달 말까지 근무 일을 가득 채운 후 이튿날 새벽에 그 뜻을 이 똠방에게 전한 후 나는 이곳의 뒤를 돌아보지도 않고 표표히 떠나기로 이미 마음을 굳혀버렸다. 단 나의 이런 결심을 주위의 어느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을 것임은 물론 행여 들키지 않도록 포커페이스를 유지하기로 했다.      


사람들의 눈은 대체로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내 업무 파트너인 심대원의 말을 굳이 빌 필요도 없었다. 2초소 박대원은 그야말로 강한 책임감을 가지고 묵묵히 자신의 임무에 충실한 사람이었다. 궂은일을 가리지 않았으며 누가 지시하기 전에 스스로 일을 찾아 나서는 캐릭터였다. 다만 윗선의 부당 불법한 지시에는 바른말을 참지 못했다. 이 극한직업 현장 경력을 따져보아도 똠방의 그것은 박대원과 견줄 때 조족지혈에 불과했다. 이 일에 발을 들여놓은 지 겨우 1년을 앞두고 있는 똠방은 박대원을 자신의 롤모델로 정하고 모든 부문에서 노하우를 전수받기 위해 정진해도 모자랄 판이었다. 이럼에도 반장이란 완장을 벼락부자처럼 챙긴 똠방은 저리 길길이 날 뛰고 있으니 기가 찰 노릇이었다.  

    

똠방은 부하의 공을 중간에서 가로채는 데도 남다른 뛰어난 재주를 자랑했다. 자신의 부당 불법한 지시에 이유를 따져 묻고 때론 이행하지 않는 박대원이 마지막 남은 눈엣 가시였다. 이곳에서 이번 기회에 이 박대원만 밀어내면 자신들을 군소리 없이 추종하는 구성원만으로 이 조직을 완성할 것을 기대하고 있었다. 말 그대로 그들이 원하는 철옹성을 구축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