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온한 토요일 오후였다. 문득 떠오른 친구의 안부가 궁금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카톡을 보냈다.
몇 분 뒤의 답장은 짧았지만 가볍지 않은 내용이었다.
"오늘 아내가 먼저 떠났어"
짧은 문장이었지만, 친구의 답장이 많은 것을 담고 있는 느낌이었다.
1년 반 전 시작된 암투병, 고된 수술과 항암 치료 소식을 알고 있었기에, 상황이 좋지 않다는 건 짐작하고 있었다.
그러나 안 좋은 소식은 언제나 갑자기 찾아오나 보다.
저녁때 장례식장에 간다고 답장을 하고, 서둘러 30년 넘게 만나고 있는 친구들에게 연락을 했다.
지방에 일이 있어서 내려가는 중인 친구는 못 가는 상황이었고, 친한 형과는 장례식장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먼저 도착해 조문을 하면서 마주 한 친구의 얼굴은 불과 보름 전에 한잔하면서 보았던 모습보다 더 초췌해져 있었다.
내 얼굴을 보니 그동안의 기억이 스쳐가는지 친구의 눈가엔 눈물이 맺혀 있었다.
여러 감정이 교차하는데, 그 감정을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말로 표현하는 것을 억누르거나 나이가 들면서 단어를 잊어버린 탓일 수도 있겠다.
홀로 상주 자리를 지키는 친구의 모습에서 "애처로움"이 들었고,
대학생이 된 두 딸이 있지만, 가장 옆에 있던 반려자를 먼저 보낸 빈소 공간에서는 "외로움"이 보였다.
영정 사진 속 친구 아내는 밝게 웃고 있었는데, 친구의 말로는 아프기 전에 찍은 사진인데 가장 밝게 웃은 사진이라 골랐다고 했다.
어린 두 딸을 두고 먼저 떠나는 친구 아내의 마음을 생각하면 "안타까움"이 느껴진다.
조문객들이 모두 간 늦은 밤에 비로소 셋이 앉아서 그동안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느 정도 예견된 이별이었음에도, 현실로 다가왔다는 사실과 상주의 무게를 내려놓은 시간이 동시에 찾아왔는지, 친구는 눈물을 쏟아냈다.
친구의 눈물 앞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등을 어루만지며 위로의 말이었다.
"최선을 다했어. 정말 고생 많았다."
오늘 하루 정신없었을 친구에게, 잠시라도 몸과 마음을 추스르라고, 조금 정리가 되면 다시 얼굴 보자며 작별을 고하고 돌아 나오는 길.
친구의 슬픔을 그리고 공감하는 나의 감정을 완벽히 설명하기는 어렵기만 하다.
이런 마음의 먹먹함이 친구의 남은 시간을 함께 해주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