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속 그들은 완벽했다
A: 무슨 일 하세요?
B: 아나운서요!
A: 어디 방송국이요?
B: 00 방송…
A: 네? 어디요?
내가 아나운서라고 설명해야만 아나운서라는 카테고리에 들어가는 기분을 느낀다.
택시를 타면 과거의 영광을 자랑하는 기사님들의 마음과 비슷하다.
나를 증명해보여야만 하는 기분, 누군가 먼저 알아봐주는 아나운서가 아닌 B급 아나운서의 솔직한 마음이다.
아나운서 시장은 고시를 합격하고 전문자격을 취득하는 것과는 다르다.
전문성을 증명하는 무한 경쟁 시장이기에 무엇보다도 중요한 자질은 자기 어필이다.
간단한 방송경력을 뻥튀기 하기도 하고, 아나운서 일을 직접 안하고 잠시 1회성 방송 출연으로 자신을 아나운서라 소개하는 사람도 많다. 그래서 이 바닥에서는 자신을 믿는 자기확신이 경쟁력이라는 말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경쟁력이 없는 아나운서였는지도 모른다.
짧은 준비생 시절을 거치고, 작은 방송국이었지만 아나운서 합격을 하고 방송생활을 했다.
내 프로필사진과 이름이 당당히 적힌 라디오 프로그램도 있고, 방송국 타이틀을 달고 MC를 보고,
인터뷰를 진행을 하기도 하면서 꿈을 이루었다고 생각한 시절도 있었다.
멀리서 보기엔 그럴듯해보였을 수도 있지만,
사실 나는 열악한 환경에서 아나운서 대우는 커녕 커피만 타며 하루의 아침을 시작했다.
하루에 커피만 10잔 이상 타며, 아나운서라는 것으로 위로하며 스스로를 자책했다.
그리고 늦게 퇴근해서 TV를 키고 지상파 뉴스에 나오는 예쁘고 완벽한 아나운서들을 보며 한 생각은
나는 B급 아나운서야.